<현장르포> 신종 변태업소 ‘그루밍방’ 가보니…

털 뽑으러 갔다 물 빼고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종민 기자 = 신종업소를 찾아 헤매는 밤 문화족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신종 변태업소가 등장한 것. 퓨전 업소다. 마사지와 유사성행위가 결합한 속칭 '건마'와 술을 팔면서 성매매까지 하는 '풀살롱'이라는 대표적 퓨전 업소가 존재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네일 케어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왁싱도 받고, 서비스로 물(?)까지 뺄 수 있다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도 모른다는 그 업소, <일요시사>가 다녀왔다.

'그루밍족'이 뜨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그만큼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것. 이들이 찾는 미용 업소는 무궁무진하다. 피부관리숍, 미용실, 네일숍, 태닝숍에 이어 털 관리를 받는 왁싱숍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여성들만 바글바글하던 네일숍에 건장한 남자가 앉아 손을 맡기고 관리를 받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발톱 관리를 받는 남자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뻥 뚫린 창문
천장엔 비행기

이렇게 많은 '숍'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퓨전숍'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용실 안에 네일숍이 입점하거나 태닝숍과 왁싱숍이 같은 건물에 함께 오픈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밤 문화 족'들에게는 부족했다. 뭔가 색다른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를 받는 이는 남자지만, 관리를 해주는 이는 여자기 때문. 특히 네일숍과 왁싱숍의 관리사들은 대부분 여자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 '여성에게 왁싱 받는 남자들'이라는 루머를 소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음. 브라질리언 왁싱은 성기와 항문 주변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 보통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그런데 왁싱 관리사가 동성일 수도 이성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남성이 여성관리사에게 시술을 받으면 '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관리사들은 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부러 여성관리사를 찾아다니며 왁싱을 받는 변태적인 남성도 있다는 후문.'

수요가 있다면 공급되는 법.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신종 업소가 등장했다. 손톱도 깨끗, 발도 깨끗, 몸도 깨끗, 털도 깨끗하게 관리 받을 수 있는 남자들을 위한 'VIP클럽', '그루밍방'이다. 이 방에는 숨겨진 서비스(?)도 있다. <일요시사>는 그 서비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지난 9월16일, '이제 남자도 손, 발톱과 털을 관리하는 시대!'라는 모토로 문을 연 업소의 이름은 '그루밍○○.' <일요시사>는 편의상 이 업소를 '그루밍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성과의 키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키스방'이나 안마 서비스를 가장한 '안마방', 대신 '딸'을 쳐준다는 '대딸방' 등과 같은 맥락이다. '그루밍방'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유흥업소가 밀집한 골목에 위치한 '그루밍방'에 들어가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밝다는 것. 홀 천장은 모형비행기가 전시되어 있고,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외국 유명 배우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 편에는 각종 네일도구가 가득한 네일바가, 또 다른 쪽에는 음료·커피가 제공되는 미팅바가 자리했다. 성매매업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남자들만을 위한 놀이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루밍방에서 제공되는 표면적인 서비스는 '왁싱'과 '네일'이다. 왁싱 프로그램은 얼굴 부위와 몸 부위, 그리고 특수 부위로 나뉘어 있고 비용은 최저 1만5000원에서 최고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카드결제시에는 결제액에 10%가 더 붙고, 모든 왁싱 프로그램에는 '진정팩'이 포함되어 있다.

알 만한 사람도 모르는 '남자들 놀이터' 
기존 밤문화 뒤집는 '퓨전 업소' 등장

네일 프로그램은 기본, 영양, 각질제거로 나위며 각각 손·발 부위 선택이 가능하다. 가격은 손 2만5000원, 발 3만원에 영양과 각질을 추가 선택할 경우 손은 1만원, 발은 6만원이 추가된다.

프로그램만 봐서는 남성전용 왁싱숍 또는 남성전용 네일숍으로 보인다. 가격도 시중 숍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숍의 분위기를 봐도 '업소'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그루밍방'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지에도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 비밀은 회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루밍방'은 회원에게 비용 할인을 해주고 있다. 서비스 별로 차이는 있지만 10∼50% 내려간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회원'은 해당 업소의 '회원'이 아니다. '그루밍방'과 제휴가 되어 있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을 말한다. 회원가를 적용 받으려면 해당 사이트 닉네임을 밝혀야 한다.

두 번째 비밀은 프로그램에 있다. '그루밍방'에는 왁싱 프로그램과 네일 프로그램 말고도 코스 프로그램 3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젠틀맨 코스 A는 스웨디시 마사지 60분과 손 케어, Y존 트리트먼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코스 B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손케어, Y존 트리트먼트 2번으로 짜여 있다. 각각 정상가는 13만원·15만원, 회원가는 12만원·14만원, 10월1일 현재 이벤트가는 10만원·13만원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그루밍 코스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Y존 트리트먼트, X존·눈썹·이마·인중·구렛나루·베렛나루 중 한 곳 왁싱이 제공된다. 정상가 13만원, 회원가 12만원, 이벤트가 11만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Y존 트리트먼트다. Y존은 서혜부다. 아랫배와 허벅지가 접한 부분을 말한다. 서혜부 트리트먼트, 즉 서혜부 마사지는 해당 부위 림프를 자극해 림프절의 흐름을 개선해 주고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엄연한 건강마사지 중 하나다. 하지만 성기에 접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폐적이라는 시선이 많았고 실제로 일부 성매매 업소에서 서혜부 마사지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 역시 마찬가지다. Y존 트리트먼트라는 거창한 단어 뒤에 숨어 퇴폐적인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을 다녀왔다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사지를 가장한
유사성행위 제공

'그루밍망' 개업일인 지난 9월16일, A씨가 업소 방문을 하자마자 받은 느낌도 기자와 비슷했다. 굉장히 밝은 분위기와 감탄이 나오는 시설 덕에 '잘 만들어 놨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존 퇴폐 업소와는 다른 뻥 뚫린 창을 뒤로하고 미팅바에 앉은 A씨는 업소 실장과 미팅을 했다. A씨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그루밍 코스. 개업 이벤트로 손 케어는 공짜로 받기로 한 A씨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방에 입장했다. 관리사로 들어온 여성은 A씨에게 정성스런 마사지를 제공했고 뒤 이어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위에 들어온 여성은 현란한 혀 놀림 후 '입사'로 A씨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X존 왁싱.

"처음에는 어색한 자세 때문에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지만 ○○실장님이라는데 친절하고 웃음도 많으시고 날씬하고 큰 키에 와꾸도 진짜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하다고 해야하나? 너무 좋았다."

왁싱 후 네일숍으로 안내를 받은 A씨는 어리고 귀여운 여성 2명을 마주했다. 여성들은 A씨의 손을 양쪽에서 한 손씩 잡고 관리를 했다. "잠실 쪽에 가실 일 있으면 남자들의 놀이터 같은 그루밍○○. 회원님들께 추천 한 번 해드리고 싶다." A씨의 마지막 소감이다.

또 다른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 B씨는 9월17일, 회사 근처에 있는 '그루밍방'을 찾았다. B씨도 가게 인테리어가 너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서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B씨 또한 그루밍 코스를 선택,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바로 앞 미팅바에서 업소 실장과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샤워실로 이동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씻고 나온 B씨는 업소 실장을 따라 방으로 안내를 받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성 관리사 1명이 입장했다.

"○관리사라고 마사지 실장님이라고 추천 받았는데 나이가 좀 있었다. 뭐 마사지만 좋다면야 관리사 나이가 뭔 소용이 있나 싶었다. 우선 마사지는 그 어떤 업소보다도 숙련되고 뭉친 곳을 제대로 풀어줄 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마사지만 따로 받으러 다니는 나는 간만에 정통 호텔식 마사지를 제대로 받은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손 케어+마사지+왁싱+화끈한 서비스
유흥사이트 칭찬 일색…한창 성업중

마사지 후 또 다른 아가씨가 릴레이식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나 수위는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 아가씨가 다른 곳보다 예쁜 것 같고 BJ나 애무가 아주 정성스러웠다는 점? 이런 아가씨들을 계속 영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송파 부근에서는 손님들이 참 많을 듯하다."

다음 서비스부터 B씨는 기존 건마에서듣 듣도 보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상시 항문 주면에 털이 많아 왁싱에 관심은 있었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쉽게 왁싱을 받지 못했다는 B씨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얼굴 미간 부분이랑 항문 주변 왁싱 중 택1 이었는데 두 번째를 택했다. 자세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젊은 관리사가 대화도 너무 재미있게 유도해 주고 전혀 부끄럽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 받아보는 왁싱이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받아볼 만했다."

B씨는 손 케어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그루밍방'을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재미가 신선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시간은 약 2시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다녀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C씨의 만족도도 최상이다. 그의 총평은 '이것저것 재미난 것도 많이 보고 체험하고 알찼다고 생각한다'이다.

"바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연예인 포스가 났다. 슬림하고 어려보이는 게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삼각애무 들어오고 손과 입이 동시에 들어오니 정신 차릴 겨를이 없다. 얼마 못가 토끼모드. 할 건 다 해주니 감사함 밖에 없다."

Y존 트리트먼트
숨겨진 비밀은?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을 돌아다녀보면 '그루밍방'에 대한 후기가 가득하다. "마무리로 청룡까지 해주는데 이 맛이 지상낙원이다" "마무리도 깔끔하게 가그린까지 해 준다" "DT나 ㄸㄲㅅ는 없지만 스크류BJ, 입사, 청룡열차 등으로 만족할 만하다" "NF를 어떻게 영입하냐에 따라 숍의 승패가 갈릴 듯" "간보기가 없고 교감이 상당하다" "내가 보장한다. 언니들 마인드 최상이다" 등 '그루밍방' 칭송글로 가득하다. "내상을 입었다"는 후기는 없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밤 문화 족'들의 칭찬을 받고 있는 '그루밍방.' 풍속영업 업소에 대한 지도 및 단속을 하고 있는 관할 경찰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에도 몇 개 씩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성매매 업소다"며 "정확한 업소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를 잡기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방'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전화 예약제다. 일반전화나 공중전화, 발신자표시가 제한된 전화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제휴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라면 업소 위치나 서비스 비용 등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홍보도 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모르는 손님이나 손님을 가장한 경찰이 업소를 방문해도 건전한 네일숍이나 왁싱숍이라고 잡아 때면 그만이다. '그루밍방'이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에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는 공지를 띄워 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업소 주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성매매'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성매매는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성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일컫는다. 삽입이 이뤄지지 않는 유사성행위를 돈 받고 제공했다고 해도 성매매에 해당한다. '그루밍방'에서는 분명히 유사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유흥용어들

건마 - 건전마사지의 줄임말. 아로마, 슈얼, 중국, 태국, 스포츠, 스파, 사우나, 커플마사지 등을 말한다. 하지만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유사성행위 혹은 퇴폐행위가 이뤄지는 숍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풀살롱 - 풀서비스와 룸살롱이 합쳐진 말. 룸에서 여종업원과 유흥을 즐기고 인근 모텔 혹은 같은 건물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관계를 갖는 업소를 통칭.

▲Y존 - 신체 부위 중 서혜부를 이르는 말. 아랫배와 허벅지가 만나는 곳부터 허벅지 사이까지 모양이 알파벳 'Y'와 비슷해 붙여짐. 서혜부 마사지는 엄연한 건강마사지이지만 일부 업소, 특히 '건마'에서 이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

▲X존 - 신체 부위 중 항문 부위를 이르는 말.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Y존과 비슷.

▲언니 - 유사성행위 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

▲릴레이 - 여성 2명이 연달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BJ - Blow Job의 약자.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어 애무하는 행위. '사까시'라는 말도 있음.

▲사까시 - 일본어 '샤쿠하치'가 와전된 말. 샤쿠하치는 앞으로 부는 피리를 뜻하는데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을 빗대어 씀.

▲스크류BJ - 입과 혀를 돌려가면서 하는 BJ.

▲입사 - 언니의 입에 사정하는 행위.

▲가그린 - 사정한 후 혹은 사정 전 언니가 입에 가그린 용액을 머금고 하는 BJ.

▲청룡열차 - 사정한 후 성기를 BJ하거나 손으로 흔들어 주는 서비스.

▲DT - Deep Throat의 약자.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게 하는 BJ.

▲삼각애무 - 양쪽 유두와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 각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된다고 해서 붙여짐.

▲ㄸㄲㅅ - 똥까시. 사까시에서 유래된 말로 항문을 애무하는 행위.

▲NF - New Face의 약자. 업소에 이제 막 출근하기 시작한 새로운 언니.

▲간보기 - 언니가 질문을 통해 손님의 나이나 경제력, 유흥경력 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적당한 서비스를 하는 행위. 유흥경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다른 손님들에게는 해 주는 서비스를 생략하기도 함. '간보기를 당했다'는 표현을 씀.

▲교감 - 언니와 손님이 서로 감정이 잘 맞는 것.

▲마인드 - 언니의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 '마인드가 좋다'는 말은 서비스를 열심히 한다는 뜻.

▲내상 - 내적인 상처의 약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뜻으로 언니의 외모나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을 때 씀.

▲와꾸 - 언니의 얼굴이나 몸매 등 외모를 지칭하는 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