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신종 변태업소 ‘그루밍방’ 가보니…

털 뽑으러 갔다 물 빼고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종민 기자 = 신종업소를 찾아 헤매는 밤 문화족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신종 변태업소가 등장한 것. 퓨전 업소다. 마사지와 유사성행위가 결합한 속칭 '건마'와 술을 팔면서 성매매까지 하는 '풀살롱'이라는 대표적 퓨전 업소가 존재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네일 케어도 받고, 마사지도 받고, 왁싱도 받고, 서비스로 물(?)까지 뺄 수 있다고 한다. 알 만한 사람들도 모른다는 그 업소, <일요시사>가 다녀왔다.

'그루밍족'이 뜨고 있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외모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그만큼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것. 이들이 찾는 미용 업소는 무궁무진하다. 피부관리숍, 미용실, 네일숍, 태닝숍에 이어 털 관리를 받는 왁싱숍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여성들만 바글바글하던 네일숍에 건장한 남자가 앉아 손을 맡기고 관리를 받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발톱 관리를 받는 남자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뻥 뚫린 창문
천장엔 비행기

이렇게 많은 '숍'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퓨전숍'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미용실 안에 네일숍이 입점하거나 태닝숍과 왁싱숍이 같은 건물에 함께 오픈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밤 문화 족'들에게는 부족했다. 뭔가 색다른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를 받는 이는 남자지만, 관리를 해주는 이는 여자기 때문. 특히 네일숍과 왁싱숍의 관리사들은 대부분 여자다.

<일요시사>는 지난 5월, '여성에게 왁싱 받는 남자들'이라는 루머를 소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음. 브라질리언 왁싱은 성기와 항문 주변의 털을 제거하는 시술. 보통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도 예외는 아니라고. 그런데 왁싱 관리사가 동성일 수도 이성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남성이 여성관리사에게 시술을 받으면 '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관리사들은 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민망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일부러 여성관리사를 찾아다니며 왁싱을 받는 변태적인 남성도 있다는 후문.'

수요가 있다면 공급되는 법.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신종 업소가 등장했다. 손톱도 깨끗, 발도 깨끗, 몸도 깨끗, 털도 깨끗하게 관리 받을 수 있는 남자들을 위한 'VIP클럽', '그루밍방'이다. 이 방에는 숨겨진 서비스(?)도 있다. <일요시사>는 그 서비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지난 9월16일, '이제 남자도 손, 발톱과 털을 관리하는 시대!'라는 모토로 문을 연 업소의 이름은 '그루밍○○.' <일요시사>는 편의상 이 업소를 '그루밍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성과의 키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는 '키스방'이나 안마 서비스를 가장한 '안마방', 대신 '딸'을 쳐준다는 '대딸방' 등과 같은 맥락이다. '그루밍방'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유흥업소가 밀집한 골목에 위치한 '그루밍방'에 들어가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밝다는 것. 홀 천장은 모형비행기가 전시되어 있고,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외국 유명 배우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한 편에는 각종 네일도구가 가득한 네일바가, 또 다른 쪽에는 음료·커피가 제공되는 미팅바가 자리했다. 성매매업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남자들만을 위한 놀이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루밍방에서 제공되는 표면적인 서비스는 '왁싱'과 '네일'이다. 왁싱 프로그램은 얼굴 부위와 몸 부위, 그리고 특수 부위로 나뉘어 있고 비용은 최저 1만5000원에서 최고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카드결제시에는 결제액에 10%가 더 붙고, 모든 왁싱 프로그램에는 '진정팩'이 포함되어 있다.

알 만한 사람도 모르는 '남자들 놀이터' 
기존 밤문화 뒤집는 '퓨전 업소' 등장

네일 프로그램은 기본, 영양, 각질제거로 나위며 각각 손·발 부위 선택이 가능하다. 가격은 손 2만5000원, 발 3만원에 영양과 각질을 추가 선택할 경우 손은 1만원, 발은 6만원이 추가된다.

프로그램만 봐서는 남성전용 왁싱숍 또는 남성전용 네일숍으로 보인다. 가격도 시중 숍과 별반 차이가 없다. 숍의 분위기를 봐도 '업소'라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 '그루밍방'을 소개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지에도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 비밀은 회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루밍방'은 회원에게 비용 할인을 해주고 있다. 서비스 별로 차이는 있지만 10∼50% 내려간 가격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회원'은 해당 업소의 '회원'이 아니다. '그루밍방'과 제휴가 되어 있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을 말한다. 회원가를 적용 받으려면 해당 사이트 닉네임을 밝혀야 한다.

두 번째 비밀은 프로그램에 있다. '그루밍방'에는 왁싱 프로그램과 네일 프로그램 말고도 코스 프로그램 3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젠틀맨 코스 A는 스웨디시 마사지 60분과 손 케어, Y존 트리트먼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같은 코스 B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손케어, Y존 트리트먼트 2번으로 짜여 있다. 각각 정상가는 13만원·15만원, 회원가는 12만원·14만원, 10월1일 현재 이벤트가는 10만원·13만원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그루밍 코스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Y존 트리트먼트, X존·눈썹·이마·인중·구렛나루·베렛나루 중 한 곳 왁싱이 제공된다. 정상가 13만원, 회원가 12만원, 이벤트가 11만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Y존 트리트먼트다. Y존은 서혜부다. 아랫배와 허벅지가 접한 부분을 말한다. 서혜부 트리트먼트, 즉 서혜부 마사지는 해당 부위 림프를 자극해 림프절의 흐름을 개선해 주고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엄연한 건강마사지 중 하나다. 하지만 성기에 접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퇴폐적이라는 시선이 많았고 실제로 일부 성매매 업소에서 서혜부 마사지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 역시 마찬가지다. Y존 트리트먼트라는 거창한 단어 뒤에 숨어 퇴폐적인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그루밍방'을 다녀왔다는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사지를 가장한
유사성행위 제공

'그루밍망' 개업일인 지난 9월16일, A씨가 업소 방문을 하자마자 받은 느낌도 기자와 비슷했다. 굉장히 밝은 분위기와 감탄이 나오는 시설 덕에 '잘 만들어 놨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존 퇴폐 업소와는 다른 뻥 뚫린 창을 뒤로하고 미팅바에 앉은 A씨는 업소 실장과 미팅을 했다. A씨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그루밍 코스. 개업 이벤트로 손 케어는 공짜로 받기로 한 A씨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방에 입장했다. 관리사로 들어온 여성은 A씨에게 정성스런 마사지를 제공했고 뒤 이어 트리트먼트 서비스를 위에 들어온 여성은 현란한 혀 놀림 후 '입사'로 A씨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X존 왁싱.

"처음에는 어색한 자세 때문에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지만 ○○실장님이라는데 친절하고 웃음도 많으시고 날씬하고 큰 키에 와꾸도 진짜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편하다고 해야하나? 너무 좋았다."

왁싱 후 네일숍으로 안내를 받은 A씨는 어리고 귀여운 여성 2명을 마주했다. 여성들은 A씨의 손을 양쪽에서 한 손씩 잡고 관리를 했다. "잠실 쪽에 가실 일 있으면 남자들의 놀이터 같은 그루밍○○. 회원님들께 추천 한 번 해드리고 싶다." A씨의 마지막 소감이다.

또 다른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 B씨는 9월17일, 회사 근처에 있는 '그루밍방'을 찾았다. B씨도 가게 인테리어가 너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서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대우받는 느낌이 들었다. B씨 또한 그루밍 코스를 선택,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바로 앞 미팅바에서 업소 실장과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샤워실로 이동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씻고 나온 B씨는 업소 실장을 따라 방으로 안내를 받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성 관리사 1명이 입장했다.

"○관리사라고 마사지 실장님이라고 추천 받았는데 나이가 좀 있었다. 뭐 마사지만 좋다면야 관리사 나이가 뭔 소용이 있나 싶었다. 우선 마사지는 그 어떤 업소보다도 숙련되고 뭉친 곳을 제대로 풀어줄 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마사지만 따로 받으러 다니는 나는 간만에 정통 호텔식 마사지를 제대로 받은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손 케어+마사지+왁싱+화끈한 서비스
유흥사이트 칭찬 일색…한창 성업중

마사지 후 또 다른 아가씨가 릴레이식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나 수위는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 아가씨가 다른 곳보다 예쁜 것 같고 BJ나 애무가 아주 정성스러웠다는 점? 이런 아가씨들을 계속 영입할 수 있다면 앞으로 송파 부근에서는 손님들이 참 많을 듯하다."

다음 서비스부터 B씨는 기존 건마에서듣 듣도 보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한다. 평상시 항문 주면에 털이 많아 왁싱에 관심은 있었지만 마땅하게 갈 곳도 없고 부끄럽기도 해서 쉽게 왁싱을 받지 못했다는 B씨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얼굴 미간 부분이랑 항문 주변 왁싱 중 택1 이었는데 두 번째를 택했다. 자세가 좀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젊은 관리사가 대화도 너무 재미있게 유도해 주고 전혀 부끄럽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 받아보는 왁싱이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받아볼 만했다."

B씨는 손 케어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그루밍방'을 나왔다. 처음 느껴보는 재미가 신선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시간은 약 2시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다녀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C씨의 만족도도 최상이다. 그의 총평은 '이것저것 재미난 것도 많이 보고 체험하고 알찼다고 생각한다'이다.

"바로 방안으로 들어갔다. 노크하고 들어오는데 연예인 포스가 났다. 슬림하고 어려보이는 게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삼각애무 들어오고 손과 입이 동시에 들어오니 정신 차릴 겨를이 없다. 얼마 못가 토끼모드. 할 건 다 해주니 감사함 밖에 없다."

Y존 트리트먼트
숨겨진 비밀은?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 몇 곳을 돌아다녀보면 '그루밍방'에 대한 후기가 가득하다. "마무리로 청룡까지 해주는데 이 맛이 지상낙원이다" "마무리도 깔끔하게 가그린까지 해 준다" "DT나 ㄸㄲㅅ는 없지만 스크류BJ, 입사, 청룡열차 등으로 만족할 만하다" "NF를 어떻게 영입하냐에 따라 숍의 승패가 갈릴 듯" "간보기가 없고 교감이 상당하다" "내가 보장한다. 언니들 마인드 최상이다" 등 '그루밍방' 칭송글로 가득하다. "내상을 입었다"는 후기는 없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밤 문화 족'들의 칭찬을 받고 있는 '그루밍방.' 풍속영업 업소에 대한 지도 및 단속을 하고 있는 관할 경찰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에도 몇 개 씩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성매매 업소다"며 "정확한 업소 위치를 파악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했다는 증거를 잡기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방'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전화 예약제다. 일반전화나 공중전화, 발신자표시가 제한된 전화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제휴된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라면 업소 위치나 서비스 비용 등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홍보도 하지 않는다.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모르는 손님이나 손님을 가장한 경찰이 업소를 방문해도 건전한 네일숍이나 왁싱숍이라고 잡아 때면 그만이다. '그루밍방'이 유흥 커뮤니티 사이트에 '저희 업소는 불법성매매업소가 아닙니다'라는 공지를 띄워 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업소 주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성매매'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성매매는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성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일컫는다. 삽입이 이뤄지지 않는 유사성행위를 돈 받고 제공했다고 해도 성매매에 해당한다. '그루밍방'에서는 분명히 유사성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유흥용어들

건마 - 건전마사지의 줄임말. 아로마, 슈얼, 중국, 태국, 스포츠, 스파, 사우나, 커플마사지 등을 말한다. 하지만 원래 의미가 퇴색되어 유사성행위 혹은 퇴폐행위가 이뤄지는 숍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풀살롱 - 풀서비스와 룸살롱이 합쳐진 말. 룸에서 여종업원과 유흥을 즐기고 인근 모텔 혹은 같은 건물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관계를 갖는 업소를 통칭.

▲Y존 - 신체 부위 중 서혜부를 이르는 말. 아랫배와 허벅지가 만나는 곳부터 허벅지 사이까지 모양이 알파벳 'Y'와 비슷해 붙여짐. 서혜부 마사지는 엄연한 건강마사지이지만 일부 업소, 특히 '건마'에서 이를 빌미로 유사성행위를 제공.

▲X존 - 신체 부위 중 항문 부위를 이르는 말.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Y존과 비슷.

▲언니 - 유사성행위 업소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

▲릴레이 - 여성 2명이 연달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BJ - Blow Job의 약자.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어 애무하는 행위. '사까시'라는 말도 있음.

▲사까시 - 일본어 '샤쿠하치'가 와전된 말. 샤쿠하치는 앞으로 부는 피리를 뜻하는데 여성이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을 빗대어 씀.

▲스크류BJ - 입과 혀를 돌려가면서 하는 BJ.

▲입사 - 언니의 입에 사정하는 행위.

▲가그린 - 사정한 후 혹은 사정 전 언니가 입에 가그린 용액을 머금고 하는 BJ.

▲청룡열차 - 사정한 후 성기를 BJ하거나 손으로 흔들어 주는 서비스.

▲DT - Deep Throat의 약자.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게 하는 BJ.

▲삼각애무 - 양쪽 유두와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 각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된다고 해서 붙여짐.

▲ㄸㄲㅅ - 똥까시. 사까시에서 유래된 말로 항문을 애무하는 행위.

▲NF - New Face의 약자. 업소에 이제 막 출근하기 시작한 새로운 언니.

▲간보기 - 언니가 질문을 통해 손님의 나이나 경제력, 유흥경력 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적당한 서비스를 하는 행위. 유흥경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다른 손님들에게는 해 주는 서비스를 생략하기도 함. '간보기를 당했다'는 표현을 씀.

▲교감 - 언니와 손님이 서로 감정이 잘 맞는 것.

▲마인드 - 언니의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 '마인드가 좋다'는 말은 서비스를 열심히 한다는 뜻.

▲내상 - 내적인 상처의 약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뜻으로 언니의 외모나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을 때 씀.

▲와꾸 - 언니의 얼굴이나 몸매 등 외모를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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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