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현직 경찰 내부 폭로

동료 잘못은 쉬쉬 일반인에겐 엄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경찰을 두고 공룡경찰이라 부른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찰의 근무태만과 증거 위조, 수사 은폐 등의 논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한 것도 일부 경찰의 나태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잡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바쁜 모양새다.
 

▲ ⓒ박성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경찰의 권한이 강화 됐지만, 과거와 같이 경찰 조직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권한을 강화해준 사실이 의미 없다.” 이는 한 경찰의 자조 섞인 토로다.

근무시간
개인시간?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 있는 반면,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도 존재한다는 건 흔히 나오는 얘기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경찰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비교적 권한이 약한 경찰들까지도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경기도 일산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 경찰의 근무태만 등의 행위를 내부 고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경찰의 근무태만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경찰들은 국가 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제27조(복종의 의무), 제9조(근무시간 중 음주금지) 등의 사유로 지난달 4일 진정서를 일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일산경찰서 소속 A 경사와 B 순경이 태만하게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진정인인 A경사와 B순경은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어기고 근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진정서에 따르면 순찰 근무자인 A 경사는 관내에서 대기하는 상황 근무자인 B 순경을 데리고 나가 근무 명령을 위반했다고 한다. 순찰차를 몰고 나간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자 A 경사와 B 순경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B 순경이 상황근무인 탓에 A 경사 혼자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와 B 순경은 이런 방식으로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수차례 어기고 함께 순찰차를 타고 나가 개인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또 A 경사는 B 순경에게 표창을 밀어주기 위해 근무시간에 들어온 유실물을 바로 입력하지 않은 일도 벌였다고 한다. 

A 경사는 분실물을 개인 사물함에 숨겨둔 뒤, B 순경이 출근하는 날에 맞춰 분실물을 로스트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입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분실물을 습득한 A 경사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활용하는 TCS(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분실물 주인의 주소지를 확인했다는 의혹이다. 

직위해제 후 여론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근무

이후 분실물을 돌려준 후 사건을 종결한 뒤 B 순경의 실적을 올려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A 경사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 경찰의 실적을 B 순경에게 넘겨준 정황도 포착된 것. 

A 경사는 동료 경찰과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훔친 범인을 특정해 임의동행했다. A 경사는 이후 문서 처리 과정에서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을 제외하고 B 순경과 같이 출동했다는 내용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용 사건 문서에는 현장에 없었던 B 순경의 이름이 기재된 의혹이 있다. 이후 B 순경은 지방청장표창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 서울지방경찰청 ⓒ박성원 기자

B 순경이 지방청장표창을 받은 배경이 A 경사의 공문서 허위 작성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내사 중이다. 


또 A 경사가 압수품을 보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A 경사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담배 등을 압수한 뒤 일부는 자신의 사물함에 넣고, 함께 입수한 전자담배를 다른 동료에게 줬다는 정황도 있다.

시간이 지나 민원인이 A 경사에게 전자담배의 행방을 물어보자 그제야 다른 동료에게 줬던 전자담배를 찾아오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A 경사, B 순경과 한 팀인 C 경위도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시 명령
수차례 어겨

경위는 근무 중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는 등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가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편의점에서 토토를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C 경위는 근무 중 음주도 한 정황도 있다. 자신의 야간자원근무 중 B 경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다는 것.

B 경사와 C 경위는 막걸리 10병을 마셨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은 동료 경찰관에게 자신의 총기를 맡기는 등 기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구대 내에서 경찰들의 만행이 벌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D 팀장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 팀장은 세 사람의 근무일지 지시 명령 위반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대장과 감찰에 보고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D 팀장 역시 상급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A 경사, B 순경, C 경위와 마찬가지로 피진정인 신분으로 진정서가 접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후임들이 근무가 태만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조치했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의혹을 회피했다.

경사는 “조사가 끝나지 않아 밝힐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B 순경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일산 서부경찰서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상대로 피진정인들의 잘못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우리 편
지켜라!”

진정을 접수한 피해 경찰관들에 따르면 부청문감사관은 조사 시작 전 피해 경찰관들에게 “피해 사실들이 유치하다. 앞으로 경찰 생활하지 않을 거냐”고 말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 경찰관들이 부청문감사관의 언행을 문제 삼자 청문감사실은 해당 감사관을 조사에서 배제했다. 비록 부청문 감사관이 배제됐지만, 경찰을 감시하는 청문감사관조차 경찰의 근무태만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는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경찰 내 지휘부는 A 경사와 C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상태다. 대기발령은 업무에서 배제될 뿐 실제 징계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에서 파면까지의 수위를 결정해 이뤄진다. 
 

▲ ⓒ고성준 기자

경찰의 근무태만, 공문서 위조, 사건 조작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경찰의 자정능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잘못을 저질러도 경찰 조직에 순응하는 경찰의 경우 낮은 수위의 처벌이 주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4명의 경찰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 순응하면 처벌을 면하기도 한다. 반대로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며 “결국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징계 기준도 명확히 드러나는 음주, 금품 등의 행위를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윗선의 판단 하에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위원회는 행위자에 대한 의무위반행위의 유형 정도, 과실의 경중,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로 수위를 참작한다. 

조직에 충성하는 경찰은 ‘편’
조직에 반하는 행동하면 ‘적’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조직에 관대하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서 그친다. 이런 관행이 관철되지 않으면, 경찰 내부의 잡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 경찰도 적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경찰 내부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견제할 장치의 부재로 수사권 분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찰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 이런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경찰 내부 문제는 덮으려고 하면서 힘없는 일반인에게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다.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수사한 경찰은 ‘기소 점수’라는 실적이 쌓인다. 실적을 목적으로 수사를 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거나, 취조 과정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소, 불기소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실적으로 인해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예전에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하면 검토를 통해 그나마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경찰이 자체 종결권을 가지게 되니까 부실수사와 증거은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위한
정의 필요

기소권과 불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한 강화에 앞서 국민이 처한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을 누가 갖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직 전반에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정의 실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인이 사건’ 담당 형사들 징계는?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는 5월, 6월, 9월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으로 경찰에게 신고가 있었다. 3번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마지막 신고는 소아과 의사가 신고했는데, 경찰은 양부모 말만 믿고 내사종결 및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를 계기로 매체에서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 되자, 경찰은 급한 불을 진화하듯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양천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 계장, 사건 처리 담당자, 수사팀과 학대예방경찰관(APO) 등은 견책 또는 정직 3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를 받은 경찰관 9명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했다.

심사 제기 이후 경찰만 볼 수 있는 내부 망에는 ‘정인이 사건은 순간의 실수와 판단 때문에 평범한 경찰관들이 무능력자가 됐다’며 가해자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소청 신청을 한 동료 경찰들을 위해 기회와 관용을 베풀어 빨리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자’라고 남겼다.

내부 망의 글이 외부로 확산되자 다수의 여론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해 경찰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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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