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현직 경찰 내부 폭로

동료 잘못은 쉬쉬 일반인에겐 엄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강화된 경찰을 두고 공룡경찰이라 부른다. 몸집은 커졌지만, 경찰의 근무태만과 증거 위조, 수사 은폐 등의 논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한 것도 일부 경찰의 나태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잡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만 바쁜 모양새다.
 

▲ ⓒ박성원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경찰의 권한이 강화 됐지만, 과거와 같이 경찰 조직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경찰에게 권한을 강화해준 사실이 의미 없다.” 이는 한 경찰의 자조 섞인 토로다.

근무시간
개인시간?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 있는 반면,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도 존재한다는 건 흔히 나오는 얘기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간부급 경찰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비교적 권한이 약한 경찰들까지도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경기도 일산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 경찰의 근무태만 등의 행위를 내부 고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경찰의 근무태만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는 경찰들은 국가 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제27조(복종의 의무), 제9조(근무시간 중 음주금지) 등의 사유로 지난달 4일 진정서를 일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일산경찰서 소속 A 경사와 B 순경이 태만하게 근무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피진정인인 A경사와 B순경은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어기고 근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진정서에 따르면 순찰 근무자인 A 경사는 관내에서 대기하는 상황 근무자인 B 순경을 데리고 나가 근무 명령을 위반했다고 한다. 순찰차를 몰고 나간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자 A 경사와 B 순경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B 순경이 상황근무인 탓에 A 경사 혼자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와 B 순경은 이런 방식으로 근무일지의 지시 명령을 수차례 어기고 함께 순찰차를 타고 나가 개인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또 A 경사는 B 순경에게 표창을 밀어주기 위해 근무시간에 들어온 유실물을 바로 입력하지 않은 일도 벌였다고 한다. 

A 경사는 분실물을 개인 사물함에 숨겨둔 뒤, B 순경이 출근하는 날에 맞춰 분실물을 로스트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입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분실물을 습득한 A 경사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활용하는 TCS(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을 이용해 분실물 주인의 주소지를 확인했다는 의혹이다. 

직위해제 후 여론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 근무

이후 분실물을 돌려준 후 사건을 종결한 뒤 B 순경의 실적을 올려줬다는 의심을 받는다. A 경사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 경찰의 실적을 B 순경에게 넘겨준 정황도 포착된 것. 

A 경사는 동료 경찰과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훔친 범인을 특정해 임의동행했다. A 경사는 이후 문서 처리 과정에서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을 제외하고 B 순경과 같이 출동했다는 내용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보고용 사건 문서에는 현장에 없었던 B 순경의 이름이 기재된 의혹이 있다. 이후 B 순경은 지방청장표창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 ▲ 서울지방경찰청 ⓒ박성원 기자

B 순경이 지방청장표창을 받은 배경이 A 경사의 공문서 허위 작성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깊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내사 중이다. 


또 A 경사가 압수품을 보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A 경사는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담배 등을 압수한 뒤 일부는 자신의 사물함에 넣고, 함께 입수한 전자담배를 다른 동료에게 줬다는 정황도 있다.

시간이 지나 민원인이 A 경사에게 전자담배의 행방을 물어보자 그제야 다른 동료에게 줬던 전자담배를 찾아오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A 경사, B 순경과 한 팀인 C 경위도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지시 명령
수차례 어겨

경위는 근무 중에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않는 등 근무일지 지시명령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가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편의점에서 토토를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C 경위는 근무 중 음주도 한 정황도 있다. 자신의 야간자원근무 중 B 경사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다는 것.

B 경사와 C 경위는 막걸리 10병을 마셨다고 한다. 또 두 사람은 동료 경찰관에게 자신의 총기를 맡기는 등 기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구대 내에서 경찰들의 만행이 벌어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D 팀장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 팀장은 세 사람의 근무일지 지시 명령 위반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대장과 감찰에 보고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D 팀장 역시 상급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A 경사, B 순경, C 경위와 마찬가지로 피진정인 신분으로 진정서가 접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후임들이 근무가 태만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조치했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의혹을 회피했다.

경사는 “조사가 끝나지 않아 밝힐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B 순경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일산 서부경찰서는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상대로 피진정인들의 잘못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우리 편
지켜라!”

진정을 접수한 피해 경찰관들에 따르면 부청문감사관은 조사 시작 전 피해 경찰관들에게 “피해 사실들이 유치하다. 앞으로 경찰 생활하지 않을 거냐”고 말했다는 의혹도 있다. 


피해 경찰관들이 부청문감사관의 언행을 문제 삼자 청문감사실은 해당 감사관을 조사에서 배제했다. 비록 부청문 감사관이 배제됐지만, 경찰을 감시하는 청문감사관조차 경찰의 근무태만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는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경찰 내 지휘부는 A 경사와 C 경위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상태다. 대기발령은 업무에서 배제될 뿐 실제 징계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에서 파면까지의 수위를 결정해 이뤄진다. 
 

▲ ⓒ고성준 기자

경찰의 근무태만, 공문서 위조, 사건 조작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경찰의 자정능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잘못을 저질러도 경찰 조직에 순응하는 경찰의 경우 낮은 수위의 처벌이 주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언급된 4명의 경찰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현직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 순응하면 처벌을 면하기도 한다. 반대로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며 “결국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징계 기준도 명확히 드러나는 음주, 금품 등의 행위를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윗선의 판단 하에 징계가 내려진다. 징계위원회는 행위자에 대한 의무위반행위의 유형 정도, 과실의 경중,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로 수위를 참작한다. 

조직에 충성하는 경찰은 ‘편’
조직에 반하는 행동하면 ‘적’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조직에 관대하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서 그친다. 이런 관행이 관철되지 않으면, 경찰 내부의 잡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이 같은 행태로 인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갖는 경찰도 적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경찰 내부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견제할 장치의 부재로 수사권 분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찰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 이런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경찰 내부 문제는 덮으려고 하면서 힘없는 일반인에게만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의 기소와 관련해서도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다.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수사한 경찰은 ‘기소 점수’라는 실적이 쌓인다. 실적을 목적으로 수사를 하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거나, 취조 과정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소, 불기소를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실적으로 인해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예전에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하면 검토를 통해 그나마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경찰이 자체 종결권을 가지게 되니까 부실수사와 증거은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위한
정의 필요

기소권과 불기소권을 가진 검찰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한 강화에 앞서 국민이 처한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책임감을 우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을 누가 갖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직 전반에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정의 실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인이 사건’ 담당 형사들 징계는?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는 5월, 6월, 9월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으로 경찰에게 신고가 있었다. 3번의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마지막 신고는 소아과 의사가 신고했는데, 경찰은 양부모 말만 믿고 내사종결 및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를 계기로 매체에서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 되자, 경찰은 급한 불을 진화하듯 담당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양천경찰서장, 여성청소년과 계장, 사건 처리 담당자, 수사팀과 학대예방경찰관(APO) 등은 견책 또는 정직 3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를 받은 경찰관 9명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위원회에 심사를 제기했다.

심사 제기 이후 경찰만 볼 수 있는 내부 망에는 ‘정인이 사건은 순간의 실수와 판단 때문에 평범한 경찰관들이 무능력자가 됐다’며 가해자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소청 신청을 한 동료 경찰들을 위해 기회와 관용을 베풀어 빨리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자’라고 남겼다.

내부 망의 글이 외부로 확산되자 다수의 여론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해 경찰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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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