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세상을 바꾼 폭로들

‘아닌 건 아니다’ 목숨 걸고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부자의 목소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어렵지만, 일단 울려 퍼지면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실제 내부자의 폭로로 사회 변화가 시작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가 세상을 바꾼 내부고발, 공익제보 사례를 조명해봤다.
 

▲ 서지현 검사 ⓒJTBC

미투, 빚투, 공투. 미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운동, 빚투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의 외침, 공투는 공무원들의 내부제보를 말한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 운동은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달궈지는 모양새다. 심 선수의 피해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체육계서도 미투 광풍이 불고 있다.

내부 목소리
전방위에서

빚투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한 연예인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해당 연예인의 부모가 20여년 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후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후 여러 연예인의 채무 상황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불었다. 공투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공무원의 내부 폭로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내부 고발, 공익제보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리면서 그동안 감추고 있던 내부 문제를 고발하는 사람이 늘었다.

온 나라를 뒤집었던 국정 농단 사태 역시 내부자의 폭로로 시작됐다. 한 사람의 주장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각계각층 인사들의 민낯을 들춰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숨죽이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은 지난해 125사회의 부조리를 신고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분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129일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UN2003129일 멕시코 메리다서 반부패협약 조인식을 열고, 이를 기념하는 뜻에서 129일을 세계 반부패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권익위는 매년 129일을 전후해 반부패주간을 지정, 청렴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는데 이날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 후원 시민단체인 호루라기 재단과 공동으로 시민이 선정한 한국사회를 변화시킨 10대 공익제보를 발표했다. 여론수렴 소통 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다.

전두환 정부 보도지침 폭로=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가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겸 전 한국일보 기자를 2018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협회장은 1986년 보도지침 폭로의 주역이다.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정부가 언론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시달한 지침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언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당시 정부는 가, 불가, 절대불가 등의 구분을 통해 각종 사건이나 상황, 사태 등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인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1986년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가 잡지 <>을 통해 폭로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자료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김 전 협회장이다. 그는 198510월부터 1986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했다.

12월9일 ‘공익신고의 날’
10대 공익제보 사례 선정

김 전 협회장과 <>의 폭로 역시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위원, 김 전 협회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됐다. 1987년 유죄 선고를 받았던 언론인 3명은 19947월 항소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9512월 대법원은 3명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보도지침 폭로 이후 9년 만이었다.

정부·군 상대
힘겨운 나날들


보안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1990104일 탈영병 윤석양 이병의 입이 열리자 세상이 뒤집혔다. 윤 이병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민간인 1300여명을 불법으로 사찰했다고 밝혔다. 그가 탈영 당시 챙겨 나온 컴퓨터 디스켓에는 개인별 고유번호를 매겨 관리한 민간인 1303명의 개인정보가 기록된 신상카드가 담겨있었다. 인적사항, 가족사항, 경력, 전과관계, 자격면허, 국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개인의 특성 등 9개 항목에 달했다.

윤 이병은 19908월 과거 학생운동권에 함께 몸담았던 동지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프락치 역할을 강요받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민간인 사찰자료가 담긴 디스켓 30장과 서류를 들고 탈영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 사무국장 김동원 목사의 도움으로 기독교회관서 기자회견을 갖기에 이른다. 윤 이병의 폭로가 나오자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보안사는 관련 장성들이 퇴진하고 이름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바꿨다. 보안사는 197912·12쿠데타 당시 주축 역할을 한 곳이다. 윤 이병은 절대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민낯을 폭로한 대가로 2년 동안의 수배생활 끝에 1992년 기무사 및 헌병대에 체포돼 군무이탈죄로 2년형을 살았다. 국방부는 윤 이병이 내부고발 후 2년 동안 도피생활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재벌 부동산 투기 상부지시 중단 폭로= 윤 이병의 보안사 민간사찰 폭로에 앞서 19905월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이 구속됐다. 이 감사관은 재벌 소유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재벌의 로비로 인해 중단됐고, 대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도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2%보다 월등히 높은 43.3%에 달한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 감사관 사건은 권력 내 비리와 정경유착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로 불린다.

이 감사관의 폭로로 재벌의 땅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노태우정부는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감사관은 구속적부심 심리서 ‘198713대 대선과 199813대 총선서 서울시 예산 88억원이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사실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감사원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 권력기관은 대부분 청와대라고 일갈했다. 검찰이 그를 기소하자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석방운동이 진행해 결국 19906월 석방 조치됐다.

군 부재자투표 부정 선거 폭로= 1992년까지 군대에는 투표의 자유가 없었다. 육군 제9보병사단 소대장 이지문 육군 보병중위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해 군에 근무 중이었다. 당시 나이는 24. 전역 후 대기업 취직 등 안정적 미래가 예정돼있던 그는 1992314대 총선을 앞두고 군 부재자투표 과정서 일어난 선거 부정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군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도록 정신교육할 것부재자투표에서 무조건 기호 1번을 찍을 것을 주문했다는 주장이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전국본부 사무실서 이 사실을 폭로한 직후 이 중위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들에게 연행됐고 결국 파면됐다. 하지만 이 여파로 같은 해 12월 실시된 대선서 군 부재자투표가 일반 부재자와 같은 투표소서 진행됐다.

기업 비자금
상품 결함 고발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2007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삼성그룹 50억여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사법·행정부 등 사회지도층에 전방위적 불법 로비 행각을 벌여왔다고도 털어놨다. 또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고백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면서 특별검사팀이 구성됐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 회장이 삼성계열의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제 가치보다 낮은 저가로 발행, 이 부회장 남매가 지배권을 갖도록 인수하도록 해 이득을 취득하고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고 파악했다. 이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특검서 관련자 대부분이 불구속되면서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해군 군납비리 폭로= 2009년 김영수 전 소령의 신고로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9억원대 납품비리가 드러났다. 비리를 알게 된 김 전 소령은 내부절차에 따라 육군 헌병, 해군 헌병, 국방부 감찰단 등을 통해 수차례 고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근무평점 최하위라는 결과만 돌아왔다. 결국 해당 사건은 200910MBC <PD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제야 수사를 개시, 관련자를 처벌했다.
 

▲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갖는 김용철 변호사

권익위는 김 전 소령에게 부패방지 부문 훈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일부 예비역 해군 장교들이 김 전 소령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던 김 전 소령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소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벌써 3번째 검찰 수사라 많이 힘들다. 지치기도 한다”며 저는 사실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짚었다는 소신이 있었는데 이제 많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부재자투표 바뀌고 대통령 구속
폭로 이후 대부분 후폭풍 휘말려

현대차 품질 결함 은폐 폭로= 20159월 미국서 쏘나타 47만대를 리콜한 현대차는 지난 2017년에도 그랜저 등 국내 5개 차종 171348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세부원인은 다르지만 두 건 모두 세타2 엔진 결함이 이유였다. 현대차의 이 같은 리콜 사태는 김광호 전 부장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6년 국토교통부에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제보했다. 또 쏘나타 47만대를 2015년 미국서만 리콜하고 한국에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201510월부터 201610월까지 회사기밀이 담긴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면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권익위는 김 전 부장의 기밀 유출이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에 복직을 요구했다.

김 전 부장은 20174월 복직했지만 한 달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가 사직하자 현대차 역시 고소를 취하했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됐다. 검찰은 김 전 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정 농단 사태 폭로=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13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적폐 청산과 진실 규명을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다. 이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서도 내부고발이 큰 역할을 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의 최초 고발을 시작으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내놓은 자료와 진술이 국정농단 사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폭로= 그동안 법망을 잘 피해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BBK, 도곡동 땅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수사망에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한 사람의 제보가 이 전 대통령을 결국 구속시켰다. 이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 겸 개인비서, 다스 직원으로 18년간 이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일했던 김종백씨다. 김씨는 오랫동안 의혹에 휩싸였던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 역시 궤도에 올랐다.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지난해 1월 현역 검사가 방송에 나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미국서 일어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국내에 상륙한 순간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각계각층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감춰야만 했던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고 정치권은 물론 방송 연예계가 미투 운동의 폭풍에 휩싸였다. 최근엔 체육계서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개인주장 넘어
사회현상으로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은 폭로 후 후폭풍에 휘말렸다. 공익신고 후 신분이 드러나면서 불이익을 겪은 이들도 상당하다. 20113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배신자와 같은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조직의 곪은 부분이나 본인이 직접 겪은 불합리한 사례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공익제보자들은 권력형 비리부터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밀착 부패까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길목에 불을 켜주신 분들이라며 앞으로 공익신고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는 사회문화가 조성돼 공익제보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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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