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FBI’ 국수본부장 후보자 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25 11:07:07
  • 호수 1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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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인자 두고 용호상박 5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75년 경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룡경찰’ 시대를 알리는 국수본이 출범했다. 일반 수사는 물론 대공수사권까지 거머쥔 수사본부장은 경찰의 제2인자나 다름없다. 국수본부장의 적임자는 누구일까.
 

▲ (사진 왼쪽부터)국가수사본부장 공모에 지원한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변호사,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장 차장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지난 4일 출범했다.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불가해지면서 국수본부장이 경찰 수사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국수본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되자 이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청장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규모가 커진 경찰 권력에 대한 분산의 의도도 담겼다.

권력 분산
부실 봉쇄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과 자치경찰제 도입 후 국민 중심 책임 수사 체제를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 목표”라며 “지금까지 큰 무리나 혼선, 시행착오가 없이 차분하게 시행하고 있고,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의 잘못으로 사건 처리가 잘못되고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안이 단 한 건도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수본부장 자리가 아직 공석이라 ‘반쪽짜리 수사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수본의 첫 수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경찰청 본청에 위치한 국수본 조직은 본부장 공석으로 직무대리 체제를 유지한 채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임기는 2년이다. 본부장은 내부 승진 인사, 외부 임용 모두 가능하다. 초대 본부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외부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임용 시 자격 요건은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고위 공무원·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 재직 경력자, 판사·검사·변호사 10년 이상 경험자, 국가기관 등 법률 사무 10년 이상 종사 변호사, 법률학·경찰학 조교수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 앞선 4가지 자격 요건의 합산 경력이 15년 이상인 자 등이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대공수사권 이전으로 경찰에 크게 힘이 실리자, 이름 있는 현직 법조인들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수본부장에 지원한 5명 후보자에 대해 분석했다.

수사권 강화…사실상 모든 수사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외부 공모로 가닥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 1964년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태어난 백 전 경찰대학장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와 전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고시 출신 경정 경력채용에 지원해 경찰공무원으로 전직했다. 이후 총경, 경무관을 거쳐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시절 경기청 제1차장, 전남청장을 지냈다.

2015년 12월 인사에서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대학장을 맡았으나 2016년 11월 인사에서는 보직을 받지 못하며 공직에서 퇴임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전 경찰대학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재직 당시 수사 분야에서 일했었고 퇴직 후 변호사로 일하면서 경찰 수사와 관련해 느낀 점도 많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찰 수사 업무를 잘 이끌고 싶다”고 공모 지원 이유를 밝혔다.

경찰청 수사과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등을 지낸 그는 국수본 출범 때부터 경찰 조직 안팎에서 초대 본부장감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또 경찰의 업무 특성을 잘 꿰고 있어 수사 전문성을 갖춘 데다 현재 경찰 현업에서 벗어나 법조인으로 활동 중인 외부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본부장
상징성 고려

한 경찰 관계자는 “초대 국수본부장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춘 동시에 3만명에 달하는 수사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외부 인사 중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경찰 출신이라면 적임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렬 변호사 = 이 변호사는 1991년 10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4년 2월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1997년 2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2013년 6월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던 2004년 5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씨에 대해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2013년 층간소음으로 이웃집과 갈등을 빚다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100만원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 경찰청 ⓒ박성원 기자

다음 해 2월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산하 등록심사위원회는 4월6일 회의를 열어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 변호사 등록 거부 사실을 4월21일에 통지했다.

등록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6명이 찬성해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경우 심사위원 중 변호사 등록에 찬성한 위원이 5명, 반대한 위원이 4명이었다. 결국 찬성 위원 1명이 모자라 부결돼 변호사 등록이 거부됐다.

이후 법무법인 동안의 사무장으로 채용됐고, 2014년 6월 전국 행정 서비스 전문사무직 근로자 노동조합에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부장판사 출신이 변호사가 아닌 로펌 사무장으로 활동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력 보니…
변호사 넷

이 변호사는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꼭 민주공화국이어야 하느냐. 문재인 대통령이 왕조를 여시는 게 어떻겠냐는 제 개인적인 바람을 말씀드린다”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1년에 부장판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패러디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 합의 내용을 공개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 = 괴산 출신인 이 전 차장은 청주고등학교(53회)를 졸업한 뒤 경찰대 1기생으로 입학해 1981년 경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충북청에 몸담으며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지역 경찰 출신 중 최초로 경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로 뽑혀 지역사회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청주 흥덕경찰서장·상당경찰서장, 충주경찰서장, 경찰청 수사심의관·수사기획관, 경찰대 학생지도부장, 경찰 수사연수원장, 충북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부분 수사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이 전 차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2016년 충북청 차장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매듭졌다. 이 중 26년은 충북에 근무해 ‘토박이 경무관’으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직후 고향인 괴산군수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긴 했으나,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 전 차장의 지원 소식이 지역사회에 들려오자 충북 경찰 내부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법조 출신 변호사 지원
2월 중순쯤 윤곽 드러날 듯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원자 중 충북 출신은 이세민 전 차장이 유일하다”며 “경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국수본의 초대 본부장인 만큼 충북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고 이 전 차장을 지지했다.

▲김지영 변호사 = 1972년 태어난 김지영 변호사는 5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다. 대전 호수돈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3년 변호사로 개업해 김·장·리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또 법무법인 수호를 거쳐 법무법인 이인에서 활동했고, 2010년 법무법인 율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과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과 북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고, 여성변호사회 국제이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한국 특허정보 영업비밀보호센터를 거쳐 중소기업청 기술유출 자문 변호사를 역임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 평가위원으로 근무했다. 

▲이창환 변호사 = 전남 완도군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0년 변호사를 개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변호사로서는 주로 노동 사건을 많이 맡았다. 판사·변호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 대거 국수본부장직에 도전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국수본의 권한이 막강해진 데다 초대 본부장으로서 활동 반경이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수본부장 자리에 매력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검찰과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검·경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법조인들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시선도 있다.

내부 인사
가능성도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2월 중순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통해 경찰청장이 1명을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공모 과정에서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 내부 발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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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