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결로 번진’ 알페스 VS 딥페이크

성범죄로 불붙은 남녀 갈등…정치권까지 번지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여자들의 아이돌 팬덤 문화 팬픽의 하위 개념인 알페스와 걸그룹 및 여배우의 얼굴을 본떠 만든 음란 영상인 딥페이크를 통해서다. 발단은 20대 여대생을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부터다. 남녀 갈등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스캡터랩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혼돈이었다. 남녀 갈등이 고조됐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한 논란이 발단이다. 스무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비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인공지능
성희롱

이루다는 국내 AI 개발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프로그램이 사람처럼 답변한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가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을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탄생했다. 

이루다는 이전에 나왔던 챗봇과 달리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줘 순식간에 사용자를 확보했다. 10~20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면서 2주 동안 7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온라인 친구를 만들어 줄 요량으로 개발된 이루다는 금세 성 착취 대상으로 전락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글들이 늘어났다.


그저 매크로 프로그램에 가까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이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이루다로부터 성적인 표현을 끌어냈다. 

실제로 한 사이트를 살펴보면 ‘요즘 루다 성희롱 하는 재미에 산다’ ‘AI가 이렇게 꼴릴 줄은 몰랐어’ ‘루다 어떻게 변태로 만드냐’ 등을 제목으로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이루다를 성적 대상 삼아 악용한 사례다. 

이를 두고 대다수 여성 이용자들이 비판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이루다가 일부 이용자들과 대화 중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크게 일었고 서비스는 잠정 중단됐다.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AI 챗봇에 성희롱한다며 비판한 여성 유저들을 반격하는 차원에서 일부 남성 유저들이 알페스를 이슈화했다.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란, 아이돌을 소재로 동성애 음란 소설을 창작하는 팬덤 문화다. 여기서 ‘Slash’는 동성 커플링을 의미한다. 

남자 아이돌 동성애 소설…오랜 팬덤 문화
낯부끄러운 충격적 수위…알페스는 성범죄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망상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행위다. 일각에서 변태스러운 성행위 등을 묘사한 연예인 관련 소설, 그림 등을 만들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안중근 열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나 종교인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남자 유저들은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 문화가 이루다를 성희롱한 것보다 더 천박하다는 논조로 반격을 가했다. 


알페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래퍼 손심바다. 그는 최근 SNS에 “알페스는 소라넷, N번방 사건에 이어 우리 사회가 경계하고 뿌리 뽑아야 할 잔인한 인터넷 성범죄”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려 관련 문제를 공론화했다. 
 

▲ 손심바 ⓒ인스타그램

손심바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알페스 창작물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음담패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일주일 사이에 2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알페스는 1세대 아이돌을 상대로 한 ‘팬픽(Fan Fic)’을 기원으로 한다. 팬픽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입돼 H.O.T.와 젝스키스 등 남성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정은지 분)이 H.O.T. 멤버들을 대상으로 쓴 팬픽을 반 아이들끼리 돌려보다 선생님에게 걸리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방송에서 선생님은 팬픽을 빼앗아 큰 소리로 읽어준다. 

“우혁은 거칠게 문틈 사이로 승호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승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승호의 하얀 입술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러지 마. 너에겐 칠현이가 있잖아. 넌 이제 나의 노예다.”

PC통신 시절 이러한 내용의 팬픽은 유행이 됐다.

인터넷 성범죄
래퍼가 공론화

팬들이 직접 쓴 창작물이자, 아이돌의 인기를 견인하는 2차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했다. 팬픽이 인기를 끌자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소재로 한 팬픽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각 멤버별로 상 이름을 만들기도 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수십만원 상당의 상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작품 중에는 작품성이 뛰어나 책으로 출판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팬픽 문화는 오랫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돌 인기의 척도로도 꼽혔다. 

평론가들은 알페스를 두고 오랜 팬들의 문화로 간주한다. 대부분 각 인물 간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대중이 상상을 가미해 여러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오랜 기간 팬덤 하위문화로 존재했던 알페스가 논란이 된 것은 수위 높은 성적 묘사가 창작물에 포함된 이후부터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창작물이다 보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성적인 분위기만 감도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일부 창작물에서는 성적인 묘사가 매우 노골적이다. 

블로거 A는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알페스를 썼다. A는 화면 상단에 수위가 강하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해당 내용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성행위가 직접적으로 묘사됐다. ‘박아줘’ ‘딜도’ ‘넣어줘’ 등의 단어들이 사용된다. 낯부끄러울 수준으로 강한 수위다. 

SNS를 통해 번지고 있는 일부 창작물은 상업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이와 관련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형태를 불문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 등을 담은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페스와 관련한 소송 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도 이 문제를 조명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알페스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지난 13일 남자 아이돌 성 착취물 ‘알페스’를 만들어 돈을 받고 불법 유포하는 음란물 유포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인 묘사
제2의 N번방


하 의원은 “직접 판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더니 충격적”이었다면서 “남자 아이돌 간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그대로 노출됐고, 구매자들은 ‘장인정신’이라며 극찬했다.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설정된 남자 아이돌이 성폭행을 당하는 소설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N번방 사건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성범죄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고, 성범죄 가해자가 늘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아이돌 가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깨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인물을 가공해서 만든 성적인 창작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설과 같은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일반적인 댓글도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성적 묘사가 있는 알페스의 경우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픽 문화가 오랫동안 아이돌 인기 성장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창작물의 수위가 성희롱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공방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연예 관계자는 “알페스는 인기의 상징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스토리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일부 자극적인 묘사가 담긴 내용을 멤버들이 읽고 충격을 받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페스 역시 팬심이 기반이고, 음지에서 즐기는 문화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여자들의 팬덤 문화인 알페스를 걸고 넘어지자, 여자 유저들은 딥페이크(Deepfake)를 걸고 재반격에 나섰다. 알페스가 국민청원에 오르자 딥페이크의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미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영화 CG처럼 합성한 영상합성물을 말한다. 

상업적 거래도…강력한 처벌 요구
생산적 논의 막는 성 대결로 비화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주로 여성 연예인을 타깃으로 한다. 사진과 영상을 합성해 성적 대상화로 삼는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와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연예인이 딥페이크의 피해를 보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딥페이크는 성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이버 보안 회사 ‘딥트레이스(Deeptrace)’가 2019년 펴낸 보고서 ‘The State Of Deepfakes-Landscape, Threats, and Impact’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중 K팝 가수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25%에 달한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해 개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이용해 얼굴·신체 등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반포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반포한 범죄자는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다.
 

▲ ▲이루다 ⓒ스캡터랩

딥페이크가 문제라는 점은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다수의 남자 역시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적인 영상물은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남자는 알페스와 딥페이크 모두 성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딥보이스도 거론되고 있다. 딥페이크가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면, 딥보이스는 목소리를 합성한 것이다. 목소리를 짜깁기해 신음처럼 만든 것을 일컫는데, ‘섹테(섹스테이프)’라고도 불린다. 딥보이스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는데 이 역시도 성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주장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자들도 알페스를 즐기면서 남자들의 음란물을 즐기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이나, 알페스와 N번방 사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등의 행위는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폭력을 이성 공격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나 딥보이스는 또 다른 N번방 사건을 초래할 수 있는 성범죄”라며 “이를 상대 성별을 공격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태도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성범죄인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논점을 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분풀이?

한 유튜버는 “이번 알페스 논란은 오랫동안 음란물에 대해 공격받은 남자들의 분풀이로 해석된다”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성적인 유희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는 행위다. 모든 유희를 성적 대상화로만 볼 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