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소년 지키기’ 교육부 이중행보 

장관이 격려까지 했는데 손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아이들의 신호를 파악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시작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다 들어줄 개’는 365일, 24시간 아이들의 고민에 대한 즉각적인 상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서 발언하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 ⓒ교육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제 비교에 쓰이는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을 보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6명에 달한다. OECD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고, 2위인 리투아니아(22.2명)보다도 2.4명 많은 수치다. 

극단적 선택
내몰린 10대

문재인정부는 2018년 1월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자살과 교통사고, 산재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자살에 관해서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17명으로 낮추고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내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살률은 되레 늘었다. 자살예방 대책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자살률이다. 당장 세밑에도 10대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등졌다. 지난해 12월28일 광주 남구의 한 보육원에서 지내던 고등학생 A군이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버림받고 평생 보육원에서 지낸 A군은 열여덟 해의 짧은 생을 쓸쓸하게 마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8월과 10월 보육원 등에서 심적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민단체는 소년의 죽음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젠 어지간한 자살 소식에는 국민들의 반향도 없는 편이다. A군처럼 채 피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는 아이들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미 8여년 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9~24세)의 사망 원인 1위는 ‘극단적 선택’으로 고정됐다. 2018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청소년은 10만명당 9.1명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2018년 자살 위험 학생은 2만3324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3년 만에 270%나 증가했다.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2018년 2만3324명 등이다. 교육당국은 매년 4월 초등학생 1·4학년과 중고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수치는 전체 검사 대상 학생 중 1.3%에 이른다.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예방 대책이 마련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소속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다 들어줄 개’도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카카오톡·SNS 등을 통한 모바일 상담 서비스는 365일, 24시간 내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다 들어줄 개라는 사업명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게’라는 뜻을 내포한다.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으로 시작
모바일 통한 즉각적인 대응 호평

2017년 12월 교육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청소년 자살예방 종합상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8년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서 기틀을 잡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은 같은 해 5월 전문상담원 발대식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전과 세종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한 후 2018년 9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2016년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8년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교육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과 사업 시행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는 크게 선임상담원, 전문상담원, 운영본부로 구성된다. 집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재택상담원과 자원봉사 상담원 등 전문상담원이 모바일을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 청소년의 자살시도 등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이 벌어질 경우 선임상담원이 개입한다. 
 

▲ ⓒ국회 교육위원회 게시판

선임상담원은 재택상담원, 자원봉사 상담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 센터 내에서 일종의 지휘본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바일로 진행되는 상담이기에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고민 내용 또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선임상담원의 역량에 따라 상담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선임상담원은 3교대로, 재택상담원은 6교대로 운영된다. 현재 센터에서 일하는 선임상담원은 6명, 재택상담원은 23명, 자원봉사 상담원은 150명 이상이다. 내담자와 상담원의 관계만큼이나 상담원 간의 실시간 협업이 중요하다. 

다 들어줄 개 사업 초기에는 모바일 상담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했다고 한다. 상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 들어줄 개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코로나19의 창궐로 사회 패러다임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모바일 상담이 주목받고 있다. 

365일·24시간
3교대 대응

지난해 9월30일 기준 다 들어줄 개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은 75만명에 달한다. 월 평균 약 3만명가량이 다 들어줄 개의 문을 두드렸다.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들은 만족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만족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8일에 이르기까지 20여건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대부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의 상담원들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지난해 12월23일경 선임상담원 5명과 재택상담원 등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2월 이후 더 이상 센터에서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을 끝으로 이미 종료됐다.

선임상담원들에 따르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이들에게 1~2월 두 달간 임시직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의사를 물었다. 
 

▲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재계약을 기대하고 있던 상담원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선임상담원들은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부터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까지 3년여 동안 다 들어줄 개 사업에 헌신해 온 터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이들은 다 들어줄 개 사업의 준비부터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해왔다.

센터장을 비롯한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선임 상담원들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고용 상태가 계속 불안정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한림대 소속이었던 선임상담원들은 2019년 3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으로 한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선임상담원들의 고용 형태는 단기계약직으로, 당시 계약기간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1주 남기고
2월까지만

2020년 1~2월 두 달간은 임시계약직으로 근무했다. 2020년 3월1일부터 15일까지 또다시 임시계약 방식으로 고용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상담원들을 공개 채용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던 선임상담원들이 공개채용에 지원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다시 채용됐다.

이 과정에서 선임상담원 1명이 불합격했다가 다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입 선임상담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그만뒀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31일까지였다. 2019년 3월부터 2021년 1월에 이르기까지 10개월, 2개월, 15일, 10개월, 2개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단기계약이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2월이 되면 이들의 합산 계약기간이 2년에 이른다는 이유를 들어 센터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한 선임상담원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다 들어줄 개 사업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다. 사업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통보를 받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작성자는 “문자로 자해와 자살에 대한 상담을 하는 것은 대면상담보다 더 많은 감별 노력,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자살 직전의 학생들은 신고를 하고 경찰과 연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서 그런 부분들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특성을 가진 곳에서 2년마다 새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적응할만하면 인력이 바뀌어 매번 많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의 보호를 위해, 국가적인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상담원들의 고용 안정을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법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 기획정책팀 관계자는 “2019년 3월 ‘기간에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상담원들을 채용했기 때문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선임상담원 6명 중 5명 곧 나가야
“상담 업무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상담원들의 계약기간이 10개월, 2개월 등으로 나뉜 것에 대해서는 “회계연도와 사업기간에 따라 계약을 갱신했을 뿐 쪼개기 계약이라는 것은 그들(상담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원의 불확실성 등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하려다 보니 법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고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일 기간제 근로자로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소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을 2년 이상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 다 들어줄개 간담회 갖는 교육부 ⓒ교육부

교육부는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상담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상담원들의 고용 형태 변화에는 난색을 보였다. 다 들어줄 개 사업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담원 고용 등의 문제는 해당 기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9년 5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당시 유 장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에 방문해 관계자와 자원봉사 상담원들은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유 장관은 “모바일 기반 상담체계 운영으로 청소년과 학생들이 편하고 쉽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써, 청소년과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3월에 계약서를 쓰면서 계약기간을 다 명시했는데, 이제 와서(상담원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판단 하에 설명회 등의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후임 상담원 채용에 있어서는 “빠르면 1월 안에 채용을 완료해, 2월에는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법대로 처리”
“개입 못 한다”

선임상담원들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탁상공론만으로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상담원의 빈번한 교체는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상담원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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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