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숙원’ 공수처 역할의 한계

방패로 세웠다 부메랑 될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수처장 후보 지명 등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은 물론 안착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산적한 과제가 많다. 여론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고위공직자수사범죄처리법

2019년 12월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이었다. 당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부터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여야는 극심한 정쟁을 벌인 바 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안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권을 갖는다.

이 중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공수처는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가진다. 특히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할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 7명 위원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존재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에,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두고 헌재에 제소하는 등 공수처 출범을 막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수처 법정시한(지난해 7월15일) 내 출범이 실패로 돌아갔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여러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수처장 청문회·조직 구성
출범과 안착까지 첩첩산중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으면서 오히려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조치를 하면서 정국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여당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밀어붙였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10일 통과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열흘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5년 이상’이었던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을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고성준 기자

이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지난해 12월28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두 사람 가운데 김 연구관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낙점했다.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꼭 1년 만이었다.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에 보성고, 서울대 고고학과를 나왔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됐다가 1998~2010년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 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맡았다. 

법 고치고
추천 강행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진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 수호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대한변협 사무차장 등 공익 활동도 활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은 중립과 공정을 기대한다는 환영의 뜻을 보냈다. 반면 야당은 정권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공수처가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있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국가기관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반대로 공수처가 앞으로 정반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우려가 되지 않도록 또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공수처장 후보 지명까지는 마쳤지만,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고 안착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다. 공수처는 법 규정상 공수처장 없이 조직을 구성 및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출범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공수처 차장, 수사처 수사관 선임, 수사처 검사를 뽑기 위한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 구성 등에 있어서 공수처장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강하게 부딪쳐온 만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은 이번 달 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은 인사청문회 자체에 심드렁한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이 예상된다. 위장전입 의혹, 뒤늦은 체납 증여세 납부 등 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추윤 갈등에
국민 의심↑

공수처 조직 구성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공수처장은 공수처 차장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차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그 다음에 인사위를 열어 공수처 검사 23명을 임용해야 한다. 인사위 구성을 두고 여야가 또 한 번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 인사위는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 위촉 1명에 여당 추천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유일한 야당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추천 인사위원 2명의 동의 없이도 검사 임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아예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5명만으로 인사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민 여론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화두로 잡았다. 검찰이 독점했던 권한을 경찰에 나눠주고,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인 공수처를 만드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을 진행했다. 검찰개혁은 문 정부를 상징하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은 물론 여권 인사들, 지지자들까지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19년 9월27~28일 양일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찰개혁 주장에 대한 공감도’ 여론조사에서 61.0%가 검찰개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36.1%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에 대한 지지는 2019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9년 1월9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9%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15.6%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 변화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 거듭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윤 갈등은 1년 내내 사회를 달궜다. 지난해 1월 추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한 이후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했다. 검찰인사‧수사 지휘권 문제를 거쳐 검찰총장 직무배제‧징계청구 등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여당에선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에선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비판하면서 정치권으로까지 전선이 넓어졌다. 그 사이 윤 총장이 대권후보로 급성장하더니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3강 구도를 구성할 만큼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묘한 상황이 됐다. 

게다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법무부 징계위의 정직 2개월 처분은 문 대통령의 재가까지 이뤄졌던 터라 추 장관은 물론 청와대도 타격을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의 사과, 후임 법무부 장관 지명 등 지난해 말에 이르러서야 추·윤 갈등이 윤 총장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가 나왔다. 

엠프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개사가 지난해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응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에는 국민 59%가 검찰개혁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71%는 절차와 방법에 무리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27일부터 사흘간 벌인 여론조사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케이스탯리서치 홈페이지 참조). 대의에 공감하지만 절차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셈이다.

국민 절반
“매우 잘못”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대로 주저앉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성인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평가도 61.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강세를 보였던 40대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을 앞섰다. 특히 ‘매우 잘못함’이라고 응답한 적극적 비토층이 50%에 육박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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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