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정치 9단’ 수싸움

‘물면 낚인다’ 고도의 미끼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 투톱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간 주요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이 대표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묘수?
자충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그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대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부동산 집값 상승,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국난 속 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이러한 위기 정국에서 오히려 독이었다. 모든 사안을 과도할 정도로 엄중하게 보는 탓에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그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이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그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결국 이 대표는 이를 철회했다.

최근 불거진 사면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발은 상당했고, 여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돌연 사면론 던진 이…당내 비판 쇄도
심판대 오른 리더십…멀리 보고 투척?

최근 국정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1%로 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4~6일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내린 35.1%(매우 잘함 17.8%, 잘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중 집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당내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가 이 대표의 사면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용민 의원은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 외에도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볼 수 있는 호남 지역과 친문 지지층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당 대표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커뮤니티 인증 글이 쇄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댓글창에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등의 악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면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잠시 물러났다. 그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아닌 ‘묘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면은 2021년 새해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 지내온 그의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그의 대표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다.

국민 통합
물밑 교감?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했을 때 오래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사면 요구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면론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을 흔들기 좋은 카드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정책과 선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 없이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물론 사면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 층 줄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면론을 통해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에 대한 영남권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단행했던 정치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에 전두환·노태우 사면으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 나갔다.


팽팽한
샅바싸움

민심 역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크게 야박하지 않다. 지난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표심’만 보더라도 그의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잠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추후 사면론을 다시 꺼낼 공산이 크다. 다만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무산된다면 차후 대권 행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박근혜 탄핵 찬성파인 개혁파들을 더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당내 장악력도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연일 터지는 여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과거사 사과’를 통해 이 대표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이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외통수’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봤다.
 

▲ 한 자리에 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사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면하면 그만”이라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사면론으로 인한 야권분열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칭했던 재보궐 선거를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야권에선 단일화 후보를 내지 못하면 필패다. 다행히도 후보 단일화가 야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상승세 김, 단일화 전략 고심
오세훈 등판 4월 재보선 총력

다만 단일화 방식에서는 후보마다 ‘동상이몽’이라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여론조사 100% 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우리 당원이 돼야 한다. 입당이 전제가 안 되면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다. 안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 밖에서 제1야당을 품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야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날 일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역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는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중순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직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들러리 신세?
초조함 감지

김 위원장이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서 단일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늦어진 백신 접종과 부동산 집값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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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