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정치 9단’ 수싸움

‘물면 낚인다’ 고도의 미끼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 투톱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간 주요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이 대표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묘수?
자충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그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대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부동산 집값 상승,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국난 속 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이러한 위기 정국에서 오히려 독이었다. 모든 사안을 과도할 정도로 엄중하게 보는 탓에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그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이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그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결국 이 대표는 이를 철회했다.

최근 불거진 사면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발은 상당했고, 여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돌연 사면론 던진 이…당내 비판 쇄도
심판대 오른 리더십…멀리 보고 투척?

최근 국정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1%로 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4~6일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내린 35.1%(매우 잘함 17.8%, 잘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중 집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당내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가 이 대표의 사면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용민 의원은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 외에도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볼 수 있는 호남 지역과 친문 지지층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당 대표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커뮤니티 인증 글이 쇄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댓글창에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등의 악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면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잠시 물러났다. 그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아닌 ‘묘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면은 2021년 새해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 지내온 그의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그의 대표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다.

국민 통합
물밑 교감?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했을 때 오래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사면 요구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면론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을 흔들기 좋은 카드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정책과 선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 없이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물론 사면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 층 줄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면론을 통해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에 대한 영남권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단행했던 정치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에 전두환·노태우 사면으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 나갔다.

팽팽한
샅바싸움

민심 역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크게 야박하지 않다. 지난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표심’만 보더라도 그의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잠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추후 사면론을 다시 꺼낼 공산이 크다. 다만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무산된다면 차후 대권 행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박근혜 탄핵 찬성파인 개혁파들을 더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당내 장악력도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연일 터지는 여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과거사 사과’를 통해 이 대표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이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외통수’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봤다.
 

▲ 한 자리에 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사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면하면 그만”이라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사면론으로 인한 야권분열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칭했던 재보궐 선거를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야권에선 단일화 후보를 내지 못하면 필패다. 다행히도 후보 단일화가 야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상승세 김, 단일화 전략 고심
오세훈 등판 4월 재보선 총력

다만 단일화 방식에서는 후보마다 ‘동상이몽’이라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여론조사 100% 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우리 당원이 돼야 한다. 입당이 전제가 안 되면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다. 안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 밖에서 제1야당을 품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야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날 일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역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는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중순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직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들러리 신세?
초조함 감지

김 위원장이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서 단일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늦어진 백신 접종과 부동산 집값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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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