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정치 9단’ 수싸움

‘물면 낚인다’ 고도의 미끼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 투톱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간 주요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이 대표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묘수?
자충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그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대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부동산 집값 상승,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국난 속 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이러한 위기 정국에서 오히려 독이었다. 모든 사안을 과도할 정도로 엄중하게 보는 탓에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그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이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그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결국 이 대표는 이를 철회했다.

최근 불거진 사면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발은 상당했고, 여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돌연 사면론 던진 이…당내 비판 쇄도
심판대 오른 리더십…멀리 보고 투척?

최근 국정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1%로 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4~6일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내린 35.1%(매우 잘함 17.8%, 잘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중 집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당내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가 이 대표의 사면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용민 의원은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 외에도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볼 수 있는 호남 지역과 친문 지지층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당 대표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커뮤니티 인증 글이 쇄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댓글창에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등의 악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면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잠시 물러났다. 그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아닌 ‘묘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면은 2021년 새해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 지내온 그의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그의 대표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다.

국민 통합
물밑 교감?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했을 때 오래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사면 요구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면론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을 흔들기 좋은 카드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정책과 선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 없이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물론 사면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 층 줄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면론을 통해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에 대한 영남권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단행했던 정치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에 전두환·노태우 사면으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 나갔다.


팽팽한
샅바싸움

민심 역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크게 야박하지 않다. 지난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표심’만 보더라도 그의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잠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추후 사면론을 다시 꺼낼 공산이 크다. 다만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무산된다면 차후 대권 행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박근혜 탄핵 찬성파인 개혁파들을 더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당내 장악력도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연일 터지는 여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과거사 사과’를 통해 이 대표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이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외통수’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봤다.
 

▲ 한 자리에 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사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면하면 그만”이라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사면론으로 인한 야권분열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칭했던 재보궐 선거를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야권에선 단일화 후보를 내지 못하면 필패다. 다행히도 후보 단일화가 야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상승세 김, 단일화 전략 고심
오세훈 등판 4월 재보선 총력

다만 단일화 방식에서는 후보마다 ‘동상이몽’이라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여론조사 100% 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우리 당원이 돼야 한다. 입당이 전제가 안 되면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다. 안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 밖에서 제1야당을 품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야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날 일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역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는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중순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직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들러리 신세?
초조함 감지

김 위원장이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서 단일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늦어진 백신 접종과 부동산 집값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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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