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정치 9단’ 수싸움

‘물면 낚인다’ 고도의 미끼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당 투톱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줄다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간 주요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이 대표였던 만큼 사실상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묘수?
자충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은 그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전 여권의 독보적인 대권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당내 여러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이 대표는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부동산 집값 상승,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대한 형평성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국난 속 당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 대표의 신중론은 이러한 위기 정국에서 오히려 독이었다. 모든 사안을 과도할 정도로 엄중하게 보는 탓에 ‘엄중낙연’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그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탓일까. 이 대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점점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그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이 정점을 찍었을 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결국 이 대표는 이를 철회했다.

최근 불거진 사면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뤄낸다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발은 상당했고, 여권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돌연 사면론 던진 이…당내 비판 쇄도
심판대 오른 리더십…멀리 보고 투척?

최근 국정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1%로 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7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지난 4~6일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내린 35.1%(매우 잘함 17.8%, 잘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중 집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결국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

당내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정청래·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가 이 대표의 사면에 강한 브레이크를 걸었다. 김용민 의원은 “친일과 독재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이 외에도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핵심 지지세력으로 볼 수 있는 호남 지역과 친문 지지층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당 대표실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커뮤니티 인증 글이 쇄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댓글창에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 등의 악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이를 설득하고 넘어서지 못할 경우 차기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면론 이후 논란이 끊이질 않자 잠시 물러났다. 그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저에 대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면론이 자충수가 아닌 ‘묘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면은 2021년 새해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로 지내온 그의 첫 정무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도 없다. 게다가 그의 대표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다.

국민 통합
물밑 교감?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평소 이 대표의 신중한 태도를 감안했을 때 오래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4일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 사면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대적인 사면 요구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공세 전에 이 대표가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사면론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을 흔들기 좋은 카드다. 야권 후보들이 각자 사면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이 이어질 때 민주당은 정책과 선거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사면론을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 없이 사면론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거론하진 않았을 것이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물론 사면에 따른 부담은 대부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한 층 줄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계산과 수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취지 정도에 대해 대통령과 대화는 있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사면론을 통해 호남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에 대한 영남권 지지층 확장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던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단행했던 정치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에 전두환·노태우 사면으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켜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 나갔다.


팽팽한
샅바싸움

민심 역시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크게 야박하지 않다. 지난 6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찬성(47.7%)과 반대(48%) 의견은 팽팽했다. ‘표심’만 보더라도 그의 사면론 카드를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잠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추후 사면론을 다시 꺼낼 공산이 크다. 다만 여권 내부와 강성지지층의 반발 속 이 대표의 사면 카드가 무산된다면 차후 대권 행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박근혜 탄핵 찬성파인 개혁파들을 더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당내 장악력도 한층 높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당명 변경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연일 터지는 여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 역시 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과거사 사과’를 통해 이 대표보다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이 대표에게 사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서 ‘외통수’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봤다.
 

▲ 한 자리에 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고유권한이라 대통령 스스로 사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면하면 그만”이라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사면론으로 인한 야권분열을 막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칭했던 재보궐 선거를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야권에선 단일화 후보를 내지 못하면 필패다. 다행히도 후보 단일화가 야권의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상승세 김, 단일화 전략 고심
오세훈 등판 4월 재보선 총력

다만 단일화 방식에서는 후보마다 ‘동상이몽’이라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까이 된다. 그중에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우리가 여론조사 100% 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우리 당원이 돼야 한다. 입당이 전제가 안 되면 같이 경선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다. 안 대표로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제1야당의 후보로 최종 선출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안 대표는 야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의당을 포기할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당 밖에서 제1야당을 품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야권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두고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날 일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들러리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초조함 역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하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안 대표가 당 밖에서 독자 후보를 고집하면 사실상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대항마’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는 “시민들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응했다.

야권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3월 중순까지 단일화 협상의 줄다리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후보 등록 직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들러리 신세?
초조함 감지

김 위원장이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서 단일화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부의 늦어진 백신 접종과 부동산 집값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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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