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 이낙연 세 번의 기회

큰 거 한방이면 30% 당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한때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였지만, 최근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주요 대권 주자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전 대표가 반등의 기회로 노릴만한 구석은 어디일까.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국회로 돌아올 국무총리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3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굵직한 정치 경력 역시 그를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게 했다.

유력 주자서
하위권으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로 올라섰다. 재직 기간은 192일이었다. 민주당 당헌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당 대표직에서 1년 전에 물러나야 해서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전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 지지율에서 그렇다. 이 전 대표는 과거 40%대 지지율에 비해 최근에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뒤를 잇고 있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이다. 이 전 대표는 이 기간 동안 반등의 기미가 될만한 구석을 찾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 소회를 밝혔다. 이날 그는 “당 대표로서의 복무는 참으로 영광스러웠다”며 “당 대표 경험이 잘됐건 잘못됐건 향후 제 인생에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최대 성과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경찰 및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그리고 공정경제 3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특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일”이었다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퇴임이 곧 차기 대권 출마로 여겨지는 만큼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는 퇴임일에 넌지시 자신의 향후 계획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우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이 함께 잘사는 세계 선도국가로 나가도록 하는 미래 비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재보선에 집중하면서 차기 대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어느 정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직을 맡게 됐다. 이번 선거는 대선 1년 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당 대표 6개월 지내며 지지율 반 토막
선대위원장 맡으며 재보선에 승부수


당장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8∼9일 서울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여야 양자 가상 대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 각각 39.5%, 44.3%를 얻었다. 이어 민주당 박 후보 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가상 대결에서도 각각 37%, 44.9%를 얻었다.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박 후보에게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3자 가상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5%로 선두를 달렸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각각 25.4%, 24% 순이었다. 야권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요인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현재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갖은 진통 속에서도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를 놓고 봐도 민주당에게는 경계할만한 요소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측 실무협상단은 지난 11일 진행된 2차 협상에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오는 17~18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 등록일 마지막날인 오는 19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BS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부산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40.9%,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27.1%로 나타났다.

서울·부산
결과 따라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KBS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전 대표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펼쳐질 의제 선점에 대해서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얻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난 9일 ‘돌봄국가책임제’를 내세웠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시점이 곧 차기 대권 출마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그가 대선 본선에서 강조할 의제로 해석된다.
 

▲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박성원 기자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신복지구상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기조강연을 통해 국민생활기준 2030을 실현할 첫 번째 정책으로 돌봄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생활 기준 2030은 소득·주거·교육·노동·의료·돌봄·문화·환경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8대 생활영역을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국가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는 ‘교육기회 평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LO(국제노동기구) 사회보장 관련 협약의 단계적 비준을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역시 의제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를 일찌감치 정책적 마스코트로 결정한 바 있다.

곧 대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정세균 총리는 개혁과 포용을 함께 언급하는 중도적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들과 함께 의제 설정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제 선점을 두고 이 전 대표는 이들과 첨예한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놓고 그랬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한 해 세금으로 거두는 게 300조원쯤이다. (기본소득을 할 경우) 지금의 두 배를 거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의제 선점
누가 먼저?

이 전 대표는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10만원에 대해서도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대인 접촉을 유발하는)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쟁자인 정 총리 역시 이례적인 공개 비판 발언을 통해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냐”고 언급한 바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정 총리는 “아무리 좋은 것도 때가 맞아야 한다”며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얘기할 때이지, 어떻게 나눠줄까 말할 타이밍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어떻게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회복시키고,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브이(V)자 반등을 이룰 것이냐,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가고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더 소득도 늘어나고 더 부강한 나라가 되게 할 거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돌아선 친문(친 문재인)의 표심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전 대표는 애초부터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문재인정부 최장기 국무총리로 지내면서 친문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65%가 넘는 지지가 이 전 대표에게 쏠린 만큼, 사실상 친문 ‘적자’로 꼽혔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재임 당시 외연 확장의 명목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친문 진영 사이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전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든 시기는 올해 1월1일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목소리인 만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전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사면을 거론한 점은 간과하기 어려웠다.

이 전 대표의 메시지는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개인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사면론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 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그형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어젠다’ 선점 경쟁 치열
사면론 후 놓친 집토끼 어떻게?

이어 “그런데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로서는 강수를 둔 셈이지만 효과는 오히려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지지층 이탈로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탈이 돋보였다. 당시 이 전 대표는 10%대로 떨어진 지지율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퇴임 날에도 이를 언급하며 ‘아픈 공부’였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헤아려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친문 표심 자체가 사면론으로 인해 이 전 대표에게 등을 완전히 돌렸다고는 볼 수 없다. 다시 이 전 대표에게로 발길을 돌릴 여지 역시 있다. 다만 현재의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민주당 ‘제3후보론’도 이 전 대표로서는 간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대선판에 등장한 가운데 제3후보론이 슬그머니 관측된 배경에는 이 전 대표의 예전 같지 않은 지지율이 있다. 이 전 대표를 대항마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윤 전 총장이 ‘반문’ 성향으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진영 대결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이 전 대표 이외에 다른 후보들이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대로 친문 진영에서 윤 전 총장 등을 비롯해 결집하는 반문에 대항하기 위해 이 전 대표를 밀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는 이 지사와 윤 전 검찰총장의 접전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이 지사가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윤 전 검찰총장이 24%로 뒤를 바짝 쫓았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2%에 그쳤다.

고전…
끝까지 갈까?

지난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2%포인트 하락했고, 윤 전 총장은 15%포인트 급등했다. 이 전 대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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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