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잡을 검찰의 꽃놀이패

꿈쩍 않고 앉아서 ‘1타2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불똥이 튄 모양새다.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을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발 논란이 경찰로 번지면서 검찰은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말이 나온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박성원 기자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 처리했다. 승객은 입건되지 않았고, 택시기사는 승객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사건의 승객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라는 점이다. 당장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순폭행?
특가법?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차관은 변호사로 일할 때인 지난달 초 밤 늦은 시간에 서초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잠든 자신을 깨우려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 처리 방침에 따라 이 차관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종결로 처리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을 따르지 않고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은 근거로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7년 내린 결정을 들었다. 당시 헌재는 “공공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에는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 결정은 특가법 개정되기 전의 판례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운행 중’인 상황과 관련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택시기사 멱살 잡고 욕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불똥

경찰은 이 차관 사건 발생 당시를 ‘운행 중’으로 보지 않았지만, 택시기사나 버스기사 등이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도 ‘운행 중’으로 해석해 특가법을 적용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헌재는 이 차관과 비슷한 사례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한 것을 합헌이라고 봤다.

택시기사의 진술 번복도 논란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이 차관이)목을 잡았다”고 최초 진술했다. 또 “(주행 중에)강남역 사거리에서 뒷문을 열려고 해서 제지했더니 욕설을 했다”며 “블랙박스에 다 찍혀 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자메시지 확인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하지만 사흘 뒤 서초경찰서에 다시 출석한 택시기사는 “당시 진술이 과장됐다”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목적지에 정차한 뒤에 (이 차관을)깨우려고 할 때 멱살을 잡았다”며 “문을 열려고 했을 때는 신호 대기 중이었고, 제지하자 혼잣말처럼 욕설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최초 진술을 번복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사준모)이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검찰청은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이 차관 사건을 검찰이 맡게 되면서 상황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불똥이 튄 것. 특히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시기사
진술 번복

경찰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현재 구조를 경찰과 수사 권한을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검사가 경찰의 수사 전체를 지휘했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 후 검사가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했다.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명문화됐다.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검사에 의한 영상 신청 조항’이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되면서 현재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대중정부 때에도, 노무현정부 때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있었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초부터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입법화하는 데 공들였다. 그 일환이 바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2018년 6월 정부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 등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뿐 아니라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했다. 

고위 인사
봐주기 우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지난해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올해 1월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지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는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린 경우에 경찰 선에서 수사를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보완 장치로 검찰의 재수사 요청권도 마련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이 차관 사건이 터지면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게 합당한지 여부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적법한 사건 처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사건이 검찰 보고 없이 경찰 수사만으로 끝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는 이 차관 사건처럼 정부 고위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경찰이 종결할 경우 이번처럼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검사로 일할 당시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입건해서 검찰에 송치한 뒤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례적으로 내사종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장 1월부터 시행되는데…
경 수사종결권 우려 나와

검찰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이 나쁠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한 사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고, 사건의 당사자가 법무부 차관이라는 점도 불리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꽃놀이패’(이기면 큰 이익을 얻고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잡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은 문정부 들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후 끊임없이 권한이 축소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과 예민한 관계가 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됐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의 입성 이후 검찰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물론 검찰총장의 권한이 조각난 상태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두고 거의 대부분의 검사들이 나선 것은 이번 정부 들어 계속된 ‘검찰 찍어 누르기’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 차관은 고기영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임명돼 윤 총장 징계위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검찰에 이미 ‘밉보인 존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차관 사건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역임한 인연이 있다. 최근 이 차관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종근2’와 한 대화가 논란됐을 당시, 이종근2가 이 부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도
제 식구 감싸기?


한편 이 차관은 지난 21일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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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