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조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1:55:2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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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빌빌거리는 사이 ‘차곡차곡’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개혁이 이뤄졌다. 이번 개혁에 따라 경찰 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등 세 조직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치안체계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경찰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요 권력기관 중 체질이 가장 많이 달라질 곳은 경찰이다. 당장 올 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가져오게 되면서 힘이 세졌다. 

국·자·수
세 분야 공존

이에 따른 경찰 권한을 분산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 장치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국가수사본부가 출범된다. 내년부터 국가·자치·수사 경찰이 공존하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바뀌게 된 것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개혁 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지난 16일 “앞으로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전 과정에 걸쳐 공개 행정을 더욱 강화해 법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 나가겠다”며 “경찰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이 시행되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고,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각 시·도, 국수본으로 분산되면서 사실상의 분권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치안업무를 국가와 시·도가 같이 책임지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며 “시·도지사에 치안 책임이 부여돼 그에 맞는 예산과 인사 권한이 이양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부터 경찰 조직이 국가·자치·수사 사무별로 지휘·감독기구가 분리되면서 몸집이 커진다. 당장 서울지방경찰청은 ‘넘버2’인 차장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3차장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국가사무는 1차장이, 수사사무는 2차장이, 자치사무는 3차장이 맡는 방식이다. 공식명칭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으로 바뀐다.

국가·경찰·수사 세분화
업무 혼선·비효율 등 우려

수사국 내에는 수사부·형사부·사이버수사국이, 보안국에는 안보수사국이 확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단임 임기제인 국수본부장은 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 공석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청도 개편되는데 우선 명칭이 시도경찰청으로 변경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에 따라 서울청은 3차장가, 나머지 지방청은 3부장 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사·자치 사무를 각각의 차장과 부장이 담당하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경정 이하에 대해선 승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권한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나 시도지자체장에게 위임돼 인사권도 분산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정보원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새롭게 바뀔 경찰의 모습도 확정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법과 경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안전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김창룡 경찰청장

기존엔 경찰청장이 경찰 전체를 지휘·감독했다면, 앞으로는 수사·국가·자치 사무 등까지 지휘·감독해야 하는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 체계로 변하게 됐다. 이로써 수사 구조개혁의 목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능은 축소되고 경찰의 권한은 대폭 커졌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법 전부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입법도 마무리됐다. 경찰은 앞으로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뉘게 된다.

기존 경찰의 지휘·감독체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톱다운’ 방식이었다. 톱다운이란 최고 지도자가 직접 결정한 대로 일선 경찰들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 결정권자가 먼저 결정을 하고 그 다음 실무자들이 나머지 사항들을 조율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공수사 이관
국정원과 협력

하지만 바뀐 지휘 체계는 각각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시도 경찰위원회가 나눠 맡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구조개혁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경찰 사무를 3등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혼선이 오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장의 권한은 줄었지만 비대해진 수사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경찰의 한 축이 될 자치경찰이 시·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정치권력 입김에 휘둘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과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한 경찰서 안에 세 종류의 경찰관이 함께 근무하게 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담당 지역 내 생활 안전·교통·경비·일부 수사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이 있고, 그 외 국가경찰 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경찰이 있다.

당장 일선 경찰들은 경찰 사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수도권 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는 자치경찰이 수사하게 돼있는데 수사 도중 국수본 관할의 다른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어려운 사건은 떠넘기려 할 것이고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은 서로 가져가려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잡한 지휘계통도 문제다. 예컨대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의 지휘를 받지만 성폭력·학교폭력 범죄 등 자치경찰 관할의 일부 수사는 자치위가 아닌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려면 수사 기능까지 지자체로 모두 넘겨줘야 하는데, 알짜배기 수사 권한은 국수본 형태로 국가경찰 내에 남겨두려다 보니 기형적인 안이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사무가 경찰에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몸집은 
커진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지금도 명도집행처럼 명백한 지자체의 사무임에도 경찰 출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지자체 사무를 경찰에 떠넘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통과된 개정안에서 자치경찰제 사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무 전가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조치 등이 기존 안에 포함됐다가 일선 경찰의 반발로 삭제됐고,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은 명확하게 다듬었다.

경찰청은 오히려 지자체와 지방경찰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해 발생했던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면허증은 경찰서에 반납하고 교통비는 지자체에 지급하던 것이 한곳에서 통합 처리되는 식이다.

경찰 안팎의 관심은 새로 생길 국수본부장자리에 쏠리고 있다. 국수본부장은 1차 수사종결권 확보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찰 수사권을 경찰청장에게서 넘겨받게 돼있다. 경찰청장 권한을 분산하려는 조치인데, 일각에선 3만명 규모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일단 국수본부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장치는 법 조문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부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한 때는 국회 탄핵소추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찰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을 지휘·감독할 수는 없지만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예외를 뒀다.

일종의 견제 장치인 셈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정권의 성향·코드와 상관없이 정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을 (국수본부장으로)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수사 가능한 인물 
해당기관과 관계설정 주목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될 자치위 역시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자치위는 총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도의회에서 2명, 교육감이 1명, 자치위 위원추천위원회에서 2명, 시·도지사가 1명, 국가 경찰위에서 1명을 임명하게 돼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시·도의회와 교육감 구성이 시·도지사와 같은 정치적 이해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도지사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자치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지방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방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경찰 업무에도 영향력을 끼치려 할 수 있다”며 “시범운영 기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등장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해당 기관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 나갈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선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위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찰과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수사 대상에는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공무원과 그 가족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고위 공직자 범죄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각 공수처에 통보하게 돼있다. 이후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경찰은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수사기관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기본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강점을 가진 대공 정보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경찰의 대공 수사는 어느 정도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3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안보수사 역량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5·18,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치안 혼란?
떠넘기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선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앴다”며 “국가안보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담 조직 신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공수사권은?

대공수사권이란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리킨다.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경찰·검찰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국정원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원래 이 조항은 중앙정보부 설립 직후(1961년 6월)에 공포된 중정법에 포함됐다.

당시 법률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부 정보수사 활동을 조정 감독하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지부장 및 수사관은 소관 업무에 관련된 범죄에 관해 수사권을 갖는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포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조항은 1963년 12월 중정법 개정 당시 ‘형법 중 내란죄·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이적죄, 군사기밀누설죄, 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라고 구체화 된 뒤 지금까지 골격을 유지해왔다.

과거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몬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에는 한 기업의 홍콩 주재원이었던 윤태식씨가 1987년 1월 부인 김옥분(일명 수지김)씨를 살해한 사건을 ‘여간첩이 남편을 납북 기도한 사건’으로 조작해 발표했다가 2000년 언론 보도로 전모가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모느라 증거를 조작했다가 거꾸로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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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