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솜방망이 처벌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23 10:33:16
  • 호수 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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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고 8만원만 내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스토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올 법한 일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범죄행위 중 하나다. 특정 인물의 뒷조사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히는 스토킹은 개인의 삶을 파괴할 만큼 피해자를 끔찍한 고통으로 몰아넣곤 한다. 이처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pixabay

지난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북 익산 경찰서는 13일 모욕과 협박,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20대 A씨에 대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뮤지컬 배우 배다해씨를 스토킹하고 인터넷에 악플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좋아해서?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좋아해서 그랬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단순한 팬심으로 시작해서 계속하다 보니 장난이 심해졌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배씨는 SNS에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하는 생각에 절망한 적도 많았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도 40대 B씨에게 1년여간 스토킹을 당했다. B씨는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을 찾아가 학원 외벽에 욕설을 적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결국 B씨는 건조물 침입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75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3건의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2756건의 스토킹 범죄 가운데 298건(10.8%)이 8만원의 범칙금을 내는 데 그쳤다.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지속적 괴롭힘)에 규정돼있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받는다. 스토킹 범죄로 검거된다고 해도 대부분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 8만원을 내는 수준에 그친다. 그조차도 신고 건수 대비 10%대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스토킹도 경범죄로 분류되니, 피의자는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에 따라 자릿세 징수, 광고물 무단부착, 장난전화 등에 대한 범칙금과 같은 금액인 8만원만 내면 된다. 거짓 광고로 남을 속이거나 장난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때 혹은 암표 매매 시 부과되는 범칙금(16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경범죄처벌법상 스토킹으로 통고처분이나 즉결심판 명령이 내려진 건수는 2016년 55건, 2017년 436건, 2018년 544건, 2019년 580건, 2020년 7월까지 289건이다.

스토킹 신고가 관리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의 신고 건수와 처벌(통고처분·즉결심판) 건수를 비교해 보면, 신고 건수 대비 처벌 건수는 2018년 19.62%, 2019년 10.6%, 2020년 7월 10.8%에 불과하다. 신고 건수 10건 중 1건만 처벌되고 스토킹 피의자 10명 중 9명은 처벌조차 받지 않는 셈이다.

경범죄로 분류…대부분 벌금형
신고건수 10건 중 1건만 처벌

문제는 스토킹 행위가 폭행·상해, 감금·협박,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주최한 성폭력방지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스토킹 피해 현황과 안전대책의 방향’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성폭력 범죄 피해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의 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통계에서도 ‘2018년 데이트 폭력 상담사례’ 중 스토킹을 경험한 사례가 전체의 22.4%(57건)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막대한데도 현행 법 규정의 미비로 방치되고 있다”며 “스토킹이 살인이나 납치, 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벌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ixabay

스토킹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의 필요성은 지속해서 제기돼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스토킹 처벌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총 14차례 발의됐으나,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1호 법안으로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했다.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2차 피해 예방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지인이나 전 연인 등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 사례가 많다”며 “스토킹 범죄를 신고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다 보니 피해자가 계속해서 고통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를 쓰레기 불법투기 정도의 경범죄로 취급해선 안 된다”라며 “스토킹 방지법 입법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의 경우 스토킹을 별도 범죄로 분류하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토킹 금지 법안을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50개 주에서 스토킹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스토킹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외는 엄벌

영국도 1997년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독일은 2007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상대의 동의 없이 접근하거나 반복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 ‘스토커 행위 등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죄도 언택트?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범죄가 늘었다.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전체적인 범죄는 감소했다.

타인과의 접촉이 줄면서 교통사고, 소매치기나 폭행 등에 대한 범죄건수가 감소했다.

반면 언택트 범죄는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공갈과 협박이다.


지난 3월 공갈 범죄신고는 지난해보다 44.4%, 협박 신고는 22.8% 증가했다.

스토킹 신고도 13.9% 늘었다. 주거침입과 112신고에 잡히지 않은 사이버 범죄도 증가세를 보였다. 피싱사기, 사이버 사기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메신저 피싱은 5938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32건)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피해액은 71억원에서 22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올 1~6월 사이버사기는 8만1401건으로 지난해 대비 24.8% 증가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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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