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국회’ 최전선 공격수 대해부

여의도서 붙은 서초동 터줏대감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에는 법조인 출신 46명이 입성하게 됐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최근 검찰 개혁이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은 최전선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맡아 활약 중이다.
 

▲ 국회의사당 전경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대표 의제인 검찰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들은 문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공수처 출범에 있어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과 방패
치열한 전쟁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두고 ‘괴물 기관’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야당은 의석 수에서 현저히 밀리고 있어, ‘창’의 역할을 할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의 여의도 점령은 오래된 이야기다. ‘법조 국회’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20대 국회의 법조인은 49명으로, 국회의원 6명 가운데 1명이 법조인 출신이었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의원 42명, 비례대표 4명으로 총 46명의 법조인이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약 15%를 차지한다. 6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총선 정국부터 법조인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법조인끼리 대결을 벌인 지역구는 257곳 중 13곳이나 됐다.

서울 동작을이 대표적이다. ‘판사대첩’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 곳에선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현역 나경원 의원을 제쳤다. 남양주시갑에서는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주자였던 조응천 의원과 심장수 변호사는 전직 검사로 선후배 사이다. 조 의원은 심 변호사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중에서는 변호사 출신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사 출신은 15명, 판사 출신이 8명이었다.

이외에도 군법무관 출신 2명과 1명의 경찰 출신 인물이 배지를 달았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군법무관을 지냈다. 국민의당 권은희 비례대표는 경찰 출신이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 서초서와 관악서 등을 거쳤다.

민주당에서는 29명의 법조인 출신 의원이 지역구에서 탄생했다. 범여권으로 치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양정숙 의원까지 포함해 31명이다.

변호사 출신인 양 의원은 민주당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소속 신분이 됐다. 양 의원은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 46명 ‘15%’
범여 31명·범야 15명 치고받고

반면 국민의힘 소속 법조인은 지역구 의원 12명, 비례대표 1명으로 총 13명이다. 범야권으로 묶을 수 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까지 합쳐도 15명에 그친다. 야권의 수적 열세로 인해 여권의 검찰 개혁 과제들이 21대 국회에서 완수할 공산이 높아진 셈이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 신인들이 21대 국회에 대거 들어온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법조인 출신 46명 중 24명이 초선 의원이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다. 통통 튀는 정치 신인들이 검찰 개혁 전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흘러 나온다.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8명이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백혜련·송기헌·조응천 의원과 국민의힘 곽상도·정점식 의원,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이재정·안호영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또 민주당 민홍철·박범계·전해철·진선미 의원과 국민의힘 김도읍,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등 6명은 3선에 성공했다.

4선에 성공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검사 출신인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 국민의힘 김기현·권영세 전 의원 등 4명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와 민주당 송영길·이상민 의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4명은 5선의 고지에 올랐다.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로스쿨 출신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국백서>의 저자인 김남국 의원과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변호사시험 1회 합격생으로, 둘 다 전남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박 의원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국회 보좌진, 청와대 행정관과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거쳤다.

‘법복 정치인’ 논란이 일었던 이수진·이탄희·최기상 의원 역시 개혁 전선에 언제든 뛰어들 수 있다. 이들은 법원 조직의 근본적인 폐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수진 의원은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폭로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 2017년 법원행정처 재직 당시 법관 사찰에 반대해 사표를 냈다.

진보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최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공개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전쟁터 법사위
공수처 뇌관

이 같은 ‘법조 국회’에서 의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과거부터 인기가 많은 상임위다.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후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최대 전쟁터는 단언 법사위였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는 지난 9월 파행을 겪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만은 사수해야 한다고 버텼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마음만 먹으면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는 이유에서다.

원구성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박병석 의장은 민주당 소속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했고, 4선의 윤호중 의원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앉게 됐다. 헌정 사상 7번째 비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임기 동안 법사위에 배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사법부로부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오히려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법사위 국감 역시 국민적인 인기가 높다. 올해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윤석열 총장이 출석한 국감감사 시청률이 9.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잡음과 검찰개혁을 외치는 민심이 맞물려 ‘조국 국감’이 열리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사위에서 활약했던 김종민·박주민·백혜련·송기헌 의원을 법사위에 투입했다. 이들은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창과 방패 역할을 해냈다.

정치 신인으로는 고검장 출신의 소병철 의원과 최기상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소 의원은 민주당 영입 인사로, 검찰 퇴직 이후 대형 로펌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변호사도 개업하지 않았다. 고질적 전관예우의 관행을 끊기 위함이었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검찰개혁안에 힘을 실어주면서 남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인사라는 평을 얻었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의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한 김용민 의원와 김남국 의원이 법사위에 합류했다. 두 의원 모두 정치권에서 ‘조국 키즈’로 불리며,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힘
수적 열세

김용민 의원의 국정감사 소회글에 조 전 장관이 직접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제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또 뛰겠다”는 글을 올리자, 조 전 장관은 “정말 수고 많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최근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은 13건의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공수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불법정치자금 등 몰수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대한 특례법 등의 대상기관에 공수처, 공수처장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등 수사 의뢰 가능 기관에 공수처를 포함하고, 공수처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몰수 또는 추징을 위한 국제 공조를 요청할 때 공수처가 검찰총장을 경유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에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범여권으로 묶이는 열린민주당 의원들 역시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해 온 인물이다. 다만 최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법사위에 소속된 김진애 원내대표와의 교체 작업이 필요하다.
 

▲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당은 박병석 의장에게 사보임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보임이 이뤄질 경우 최 의원은 법사위에서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위해 여당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 김도읍·유상범·윤한홍·장제원·전주혜·조수진 의원을 배치했다.

검사 출신인 김도읍·유상범 의원과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만 법조인 출신이다. 유 의원은 서울지검 3차장을 지낸 특별수사통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며 배우 유오성씨의 형으로도 유명하다.

유 의원은 ‘정윤회 문건’ 수사가 부실했고,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검찰 적폐 1호’로 찍혔다. 이후 전보 조처를 당하다 지난 2017년 7월 25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쳤다.

정치 신인도 대거 입성
선봉서 검찰 개혁 대치

그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문제를 최초로 제기해 화제를 모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관 남용·아들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법치주의 훼손과 도덕성 문제를 비판했다.

‘추미애 저격수’로 활약해온 전주혜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6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전 의원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이후 판사들이 수사 조사를 받는 걸 지켜보면서 그는 사법부의 독립과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걸 느낀 후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었다.

법사위원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김미애·김웅·김형동·박형수 의원은 법조인 출신 초선의원이다. 

김미애 의원은 여공 출신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29세 늦깎이 나이에 법대에 입학했고,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김 의원은 이후 15년간 국선변호사로 활동했다. 현재 당에서 ‘약자와의 동행’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검사내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웅 의원은 2018년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하면서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후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의원은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후 15년간 한국노총에 몸담았다. 변호사 시절 산업현장을 일구고 있는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법률 상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수 의원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고검 부장검사를 거쳐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조 국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물론 법조인 출신들이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직군보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법조인 출신이 정치적 사안을 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관성은 ‘정치의 사법화’를 조장할 수 있다.

정치 사법화
우려 목소리도

또 이들의 국회 진출은 검찰이나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회가 지금까지 사법부와 검찰의 힘을 강하게 경계해왔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도 큰 모순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관이 사직하고 정치권이나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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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