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충무로 여제’ 김혜수 “말 없는 손길이 주는 희망이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986년, 10대에 데뷔한 김혜수는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김혜수만의 멋있는 외형에 단단한 내공까지 겸비했다. 김혜수를 두고 ‘충무로 여제’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증명한 결과가 수없이 많아서다. 그런 김혜수가 연약함을 표현했다. 인간 김혜수가 여러 고통으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을 때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서다. 우울감을 기저에 깔고 마음의 병에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그려낸 김혜수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고 늘 밝았다. 목소리도 크고, 당당했다. 연예인 사이에서도 연예인이었고,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주목받았다. 배우 김혜수에게는 그런 특별함이 있었다. 

화려한 조명
미친 존재감 

화려한 스튜어디스(<짝>)였으며, 화투판의 꽃(<타짜>)이기도 했다. 도둑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을 주는 ‘어마어마한 썅년’(<도둑들>)이었고, 기에서 밀리지 않는 당돌한 계약직(<직장의 신>)이었다. 또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생존한 변호사(<하이에나>)였다.

그가 맡은 인물뿐 아니라 실제 김혜수는 강했다. 논문 표절 시비가 붙었을 때 대중 앞에 서서 당당히 사과문을 읽는 정공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풀어내기도 했다. 또 오랜 기간 맡은 청룡영화상 MC를 맡았을 때는 ‘한류스타’처럼 배우에게 걸맞지 않은 구태의연한 문구는 지우고 배우가 연기한 작품의 캐릭터에 맞게 소개하는 배려도 갖췄다. 

여타 연예인들의 롤 모델이자, 가요·영화·드라마계를 통틀어 감사드리고 싶은 선배로 자주 지목되는 배우였다.


인정을 받거나, 비판받을 때도 언제나 자신감과 당당함을 겸비했던 그가, 다소 숨을 죽인 채 등장했다. 지난 6일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 만난 김혜수는 이전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활달하기보다 침착하고 차분했으며, <내가 죽던 날>에서 연기한 현수처럼 화장기도 옅었다. 회색빛 후드티를 입었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톤 정도 낮았다. 마치 김혜수가 아닌 현수를 만난 듯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상처나 고통을 겪잖아요. 절망적인 순간을 마주하는데, 그게 꼭 제 잘못이 아닐 때도 있어요. 마치 영화 속 현수나 세진(노정의 분)처럼요. 제목을 보는데 확 찌르더라고요. 대본에 담긴 공감 가는 대사와 스토리가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꼭 제 얘기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죽던 날>에서 김혜수가 연기한 현수는 이전의 김혜수가 맡았던 인물들의 톤과 다르다. 연약하다. “나 정도면 괜찮게 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과의 괴리감은 컸다. 

오랫동안 믿었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없는 사실마저 조작해 현수를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위자료를 최소화하려는 공작이다. 능력 있는 형사에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비루한 처지가 된다. 

절망 휩싸여 있을 때 만난 <내가 죽던 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주인공 나와 닮았다”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과거 이야기를 꺼낼 힘조차 없다. 자신을 공격하는 남편과 싸워야 하는데 싸울 의지조차 없다. 


업무를 보던 중 사고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채 이상 행동을 보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도 못한다. 겨우 잠을 청했는데, 꿈속에서는 자신의 시체가 보인다.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을 알아봐 주기보다, 힘을 내야 한다고 닦달하는 친구가 고마우면서도 때론 야속하다. 

그러던 중 복직 전에 일 하나만 처리해달라는 선배의 제안을 받는다. 흔쾌히 승낙한다.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안받은 일은 한 여고생이 외딴 섬에서 자살한 사건의 보고서를 쓰는 것.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고등학생 세진의 집이 파탄 났다. 아버지는 마약 밀매범이었고, 오빠는 마약중독자였다. 우애가 깊었던 새엄마는 경찰 조사 후 잠적했다. 세진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경찰은 세진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외딴 섬으로 이주시켰다. 

세진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서도 있고 자살로 추정할만한 정황이 많다. 자살로 보고하면 되는데, 어딘가 찝찝하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세진은 자신과 달리 살려는 의지가 여기저기서 보였기 때문이다. 제발 세진이 살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세진의 삶에 집착한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엿본다. 

이 영화에서 김혜수가 맡은 현수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관객은 현수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간다. 관객을 사건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다 후반부에는 현수의 감정에 이입시켜야 하는 중책이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인물 감정 중심의 이야기로 바뀌는 변주를 매끄럽게 풀어내야 했다.

이게 실패하면 사실 영화의 존재가 사라진다. 아울러 우울감이 기저에 있을 뿐 아니라, 감정의 진폭도 꽤 큰 편이다. 

25년 차 베테랑 배우 김혜수에게도 현수라는 인물은 난제에 가까웠다. 

두려움
부담감

“어떤 촬영장이든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어요. <내가 죽던 날>은 특별히 부담됐던 것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그걸 관객도 느끼도록 제대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현수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이 보이고, 그러다 현수의 감정에 이입해야 하는 점이 쉽지는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김혜수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내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영화 속 인물 자체가 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무의식조차도 김혜수는 현수에 가까웠다. 연기한 모든 부분이 엄청난 흡입력을 갖는다. 중후반부에는 강한 여운까지 남긴다.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커다란 감정을 정확하게 느끼는 것과 그걸 구현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의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당일의 컨디션도 있고요. 최대한 부차적인 것들을 걷어내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죠.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건의 진실보다는 세진과 현수의 감정이에요.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세진과 현수의 마음이 나타나야 해요. 화장이 옅고 제 얼굴이 푸석한 것은 당연하고, 작은 것까지 모두 현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김혜수에게 있어 필모그래피에 해당하는 모든 작품이 특별하지 않겠냐마는, <내가 죽던 날>에는 그에게 유독 더 특별한 점이 있다. 인간 김혜수에게 있어 정말 힘든 시기에 만나 힐링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혜수는 지난해에 ‘빚투’ 논란에 휘말렸다. 모친이 지인들로부터 13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일로 인해서다. 차근차근 일을 정리해 갔기 때문에 큰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김혜수의 마음에는 상처가 깊게 패였다. 현수의 대사처럼 “나 괜찮지 않은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연예인으로 사는 삶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단다. 

굳이 털어놓고 싶지 않았을 이야기이기도 할 텐데, 김혜수는 담담하게 꺼내놨다. 

“작품이라는 게 운명적인 부분이 있어요. 기묘하게도 저 스스로 굉장히 절망감에 휩싸여있을 때 만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제 것이었던 것 같아요. 현수와 세진이 처한 상황이 꼭 제가 처한 상황 같았어요. 현수나 세진이나 모르고 당하잖아요. 저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난 정말 몰랐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은’이라고요. 그렇게 저 역시 잘 몰랐고, 그래서 벌 받는다고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모르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도 없어요. 책임도 져야 하고요.”

어머니 빚투
은퇴 고민도

영화 속에서 현수가 친구에게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억지로 잠이 들면 꼭 꿈에서 내 시체가 나와. 저걸 누가 좀 치워졌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치워주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는 김혜수가 직접 썼다. 애초 대본에 없었지만, 현수가 처한 상황이 김혜수와 너무 부합해 기꺼이 자신의 속 얘기를 꺼내놓은 것이다. 

“꿈에서 제 시체가 보이는데 아무도 안 치워주는 거예요. ‘치워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괴로웠던 순간에 반복적으로 꿨던 꿈이에요. 당시 제가 심리적으로 그런 상태라는 걸 알았죠. 처음부터 그 신에 그 대사를 쓸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는데, 연기하다 보니까 그 대사가 현수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현수도 불안정한 상황이고, 대사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이잖아요. 원래 있던 신에 그 부분을 추가한 거죠.”


짧은 대화 속에서 그가 겪은 고통이 전달됐다. 적지 않은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낸 듯했다. 

“저도 위기가 참 많았죠. 많았어요. 그렇다고 그런 위기를 늘 이겨내고 극복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극복하려고 뭘 했다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거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되는 건데, 그 순간은 힘들죠.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늘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긍정적이라서가 아니라 그 정도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괜찮지 않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현수 역시도 그 지점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럼에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사람이 참 이기적인 것 같아요.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누가 용기를 주고 힘내라고 해도 사실 소용이 없어요. 들리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지속해서 저에게 힘을 주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 곁에 있어 주면서, 제가 스스로 저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준 친구들이었어요. 저는 운이 좋은 거죠.”

덕은 쌓은 만큼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힘든 시기에 친구들의 기운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는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보인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혜수의 위로를 받았다고 소개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25년 베테랑 “촬영장은 여전히 두렵다” 
“작은 손길이 가진 힘, 누구나 행복하길”

“누군가 저로 인해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감사한 거죠. 어떤 의도를 갖고 그 사람을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진심으로 대했어요.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상대를 대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제가 감사하죠.”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누군가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고, 그 힘으로 용기를 얻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내가 죽던 날>은 누군가가 내민 작은 위로의 손길이 얼마나 강력한 생명력을 갖는지를 설명한다. 영화가 가진 묵직한 여운은 김혜수에게도 위로를 줬다.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상처를 받았을 때 모두가 극복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영화가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잖아요. 말 없는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강력한 희망을 주게 되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힘든 순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것을 극복했다기보다는 그 시간을 잘 버텨낸 것일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순천댁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자신과 닮은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누군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잖아요. 그러면서 본인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그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면서 잘 버텨낸 것 같기도 해요.”

힘들었던 순간 만난 <내가 죽던 날>로 인해 김혜수는 동년배 이정은을 만났다. 자신을 포용해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라고 표현했다. 

“이정은 배우에게 인간적인 면을 많이 봤어요. 어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아픔을 품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언의 손길을 내밀어줬어요. 매우 특별할 뿐만 아니라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거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에요. 실제 우리 영화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 작품을 한 것이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요.”

김혜수는 코로나19 시국에도 SBS 드라마 <하이에나>와 영화 <내가 죽던 날>을 찍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의 일상에도 코로나19에 의한 힘겨운 시간들이 존재했다.

작은 손길
큰 생명력

“코로나19 때문에 저도 집에만 있었어요. 파자마만 입고, 게으르게 있는 편이에요. 추해요. 최근에 대중음악 강의를 들었어요. 각 시대 유명 예술가들의 음악을 온전히 듣고 감상하면서 토론하는 자리였어요. 일상적으로는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이었죠. 다들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실 거예요. 잘 버티면 지나갈 거예요. 우리는 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순천댁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손길을 내밀다 보면 이 어려운 시국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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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