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 회장 “언택트 시대로 장례문화도 변해”

코로나 시대 디지털 장례를 치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00일이 넘게 됐다. 코로나19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몇몇 개념들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특히 장례문화의 변화는 두드러진다. <일요시사>가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 회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장례업계의 변화를 조명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장 ⓒ고성준 기자

지난 1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월19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아예 일상으로 정착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7942명이다. 사망자는 487명에 이른다. 

편리해져도…

1월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신천지 모임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유행이 일어났고, 이어 전국 각지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팬데믹 상태가 됐다.

정치·사회·경제·문화 구분할 것 없이 모든 분야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했던 세계 각국은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일상으로 침투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방역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통념은 큰 변화를 맞았다.


특히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 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장례식장의 조문 문화를 위축시켰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유행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특히 장례식장에 대한 공포가 심해졌다. 그러자 장례식 참석은 물론 장례식 자체를 꺼리는 유가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의금은 계좌로 
추모는 사이버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장례식장의 조문객 수는 제한됐다. 장례를 치르는 유가족은 지인들에게 장례식에 와달라고 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부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도 장례식에 선뜻 참석하지 못했다. 장례식장을 찾더라도 부의금만 내고 식사는 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장례문화가 정착됐다. 과거에는 부고 문자에 상주의 계좌번호를 적는 일을 무척이나 꺼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조문객 수가 줄어들면서 부고 문자를 활용하는 방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출금해 봉투에 넣고 이름을 쓰는,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이 사라지고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맞게 계좌이체나 모바일 조의금, 장례상품권 등으로 조의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했다”며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유가족이나 조문객들 모두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사는 가지 못해도 조사는 가능하면 찾아가야 한다고 여겼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장 ⓒ고성준 기자

사이버 추모관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이 추모글을 함께 읽는 문화가 정착되는 중이다. 휴대폰으로 생활의 모든 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장례문화 역시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디지털 장례로 급격히 변화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장례식은 소규모 가족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 시신을 매장하는 방식에서 화장으로 변화했듯, 납골이나 봉안 등의 방식에서 수목장·자연장 등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이 회장은 디지털 장례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바일 조의상품권과 장례상품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고 사이버 추모관을 비롯해 상조상품 비교견적 프로그램 등 소비자의 편리를 위한 디지털 장례 플랫폼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를 중시하는 장례문화가 사라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장례가 확산되면서 장례가 간소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예를 다해 고인을 모시는 장례문화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례의 근본 철학은 고인의 넋을 기리고 위로하는 것이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편의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의 상업적인 발전으로 장례 서비스에서 장례 절차나 의례 등이 무시되거나 생략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의례와 효 사상이 사라지게 됐다. 현대의 장례의식은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고인을 냉장고에 안치해 놓고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사교하는 곳으로 변모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장례업계가 보다 상업화 되는 것을 막고 장례의 근본 철학과 의미를 지키는 의례에 대한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장례지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장례지도사는 장례에 관한 각종 행정절차를 안내하거나 대행하고 장례 후의 제례의식을 진행하는 등 장례에 대한 모든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장의사로 알려져 있던 직업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자연사
장례지도사 양성 필요해 

이 회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고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고 해도 부모님 장례를 기계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전쟁 이후 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하는데 이들이 자연사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연평균 29만명에서 7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양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 장례지도사는 미래의 각광받는 직업으로 손꼽힌다.
 

▲ ⓒ고성준 기자

평생교육원 등 사설교육기관에 개설된 장례지도사 자격증 과정을 수료하거나 전문대학이나 대학교의 장례지도사 관련 학과에 진학해 장례지도사가 되는 방법이 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을 딴 사람의 수는 3만5000여명이고 이중 현재 장례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장례지도사는 1만명 정도다.

문제는 늘어나는 장례지도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단체가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로부터 확실하게 인준을 받은 곳이 없어 여러 단체가 난립 중이다. 이 회장은 “여러 업체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장례 관련 단체를 빙자해 활동하고 있다”며 “장례업계는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보건복지부에서 그 기준을 확실히 세우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에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장례지도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장례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적 견지에서 새롭게 진화하는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다해야

이어 “변해가는 장례 서비스의 상업화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장례지도사를 양성 및 배출하는 각 교육원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장례는 단지 시신 처리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죽은 자와 산 자의 연대성을 다시 새롭게 정립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이상재는?]
▲사단법인 대한장례인협회 회장
▲전국장례인노동조합 노조위원장
▲가정의례방송(장례IN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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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