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경수’ 친문잠룡 각축전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16 10:09:3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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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
‘제3의 인물’ 등장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사실상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던 친문 세력은 김 지사를 대체할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러 인물이 대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계파의 명운이 걸린 친문의 대체자 찾기 프로젝트를 추적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고성준 기자

재판부는 2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이다. 김 지사는 법정구속을 면했다. 친문(친 문재인)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법 판결 
남았지만…

친문 핵심이자 친문 인사들의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출신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김 지사의 2심 선고 후인 지난 7일 “대법원에서 충분히 진실이 가려질 수 있도록 김 지사가 의연하게 대응하리라 믿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같은 부엉이 출신인 민주당 황희 의원은 2심 선고 직후인 지난 6일 “(김 지사는)댓글 조작을 드루킹과 공모할 동기도 없고, 그 자체로 선거에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며 “전에 김 지사가 재판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이지만, 재판부가 정치권 선거문화에 (대한)이해가 부족해도 너무 과하게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대권도전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임라인상 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9월까지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판결까지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언제 결판이 날지 예상할 수 없다.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김 지사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사법족쇄를 풀더라도 대권 도전을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김 지사를 기소한 허익범 특별검사는 지난 1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친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은 기간 친문 대권주자를 찾지 못한다면, 친문 중심의 정권 재창출은 실패하게 된다. 이는 계파의 명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당내 주도 세력인 친문이 그 자리를 내려놓을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문은 민주당 내 최대 계파다. 일각에서는 현재 민주당에 친문이냐 ‘신문(새로 유입된 친문)’이냐만 있을 뿐 비문(비 문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비문 세력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을 못 쓰고 있는 현실이다. 

김 2심도 실형, 발등에 불 떨어져
범친문계 SK ‘바이든 모델’ 구상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친문 중심의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면, 민주당 내 잠자고 있던 비문 세력이 다시금 활동에 나설 수 있다. ‘친노 패권주의’로 몸살을 앓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시절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지사의 대권 레이스 탈락으로 친문의 플랜A는 어그러졌고 이제 플랜B로 전환할 때다. 바로 김 지사의 대체자 찾기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SK계(정세균계)’라는 자체 계파를 갖고 있지만, 범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 지지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이다.

김 지사 2심 선고 이후 정 총리는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식사정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 9일 정 총리는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잇따른 영남 방문을 예의 주시했다. 대권의 승패를 판가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유권자가 많은 영남 지역을 방문한 일도 그렇지만, 방문 당시 정 총리 입에서 나온 발언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세균 국무총리 ⓒ문병희 기자

지난 7일 경북 포항을 방문한 정 총리는 자신을 ‘포항의 사위’라 칭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한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정 총리는 대구를 찾았을 당시 “나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중 유일한 TK(대구·경북)의 사위”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아 회의와 특강, 지역 포럼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부산을 찾아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울산·경남이 염원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에도 부산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플랜B 전환
SK 급부상

정 총리의 PK(부산·경남) 방문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남 출신인 정 총리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영남 표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식 전략이다. DJ는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지역연합의 힘은 이후 대선에서도 증명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당선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의 힘과 PK 출신이라는 점이 만난 결과다. ‘포스트 DJ’ 후보 중 한 명인 정 총리의 영남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다. 

메시지도 선명해졌다. 최근 정 총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지적했다. 추 장관은 점잖았으면 좋겠고, 윤 총장은 자숙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앞서 정 총리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광주KBS 특별대담에 출연한 정 총리는 사회자가 “내년 3월에 어떤 말을 할 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때 보시죠”라고 답했다. 내년 초 대선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읽힌다.

여권에서는 이 시기 총리 교체를 포함한 큰 폭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 관측한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각은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개각 시점은 연말·연초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SK계는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SK계 의원들이 주축인 ‘광화문포럼’이 최근 조찬모임을 갖고 활동을 재개했다. 포럼의 회장은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각각 이원욱·안호영 의원이 맡고 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바이든 모델’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총리는 미국 대선을 언급하며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통합과 실용의 시대정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정 총리는 “미국 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그게 시대정신”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품격 있는 정치인이고, 안정감도 있고 경륜이 풍부하고 또 포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정 총리는 평소 통합·실용의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총리로 취임할 때도 ‘통합 총리’를 강조했다. 이는 정 총리가 분석한 바이든의 시대정신과 일치한다.

6선 의원이자 국회의장 출신인 정 총리는 6선 상원의원이자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한 바이든 당선인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바이든을 언급하며 자신의 대권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권 주자들 
춘추전국시대


민주당 김두관 의원 역시 친문의 선택을 받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 의원은 경남 양산을의 현역 국회의원이다. 경남 양산은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이다. 김 지사의 실형으로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부산 친문의 선택이 김 의원 쪽으로 향할 수 있는 이유다.

정치권은 김 의원의 대권 의지가 정 총리 못지 않다고 본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남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 경기 김포갑 의원이었던 김 의원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남으로 귀향한 일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선택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 의원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등 지역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역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전국을 돌며 기초자치단체장 등 지역의 주요 인사들과 업무 협약식을 맺고 있다. 임 특보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의 남북 도시 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임 특보는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문재인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 특보 역시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개국공신’으로 통한다. 임 특보가 김 지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친문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임 특보는 박원순계에서 친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앞서 정치권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이력 등을 근거로 임 특보를 박원순계로 평가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캠프에 합류,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국적 인지도와 친문 호감도를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복수의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유 이사장의 대권 도전을 염원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력도 갖췄다. 유 이사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처럼 유 이사장 역시 민주당 진영이 선호하는 영남계 진보인사다. 영남을 정치적 뿌리로 둔 보수 진영으로부터 ‘어용 지식인’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부에 존재한다.

‘포스트 노무현’ 탄생?
70년생 젊은 피 ‘꿈틀’

문제는 대권 의지가 결여돼있다는 점이다. 유 이사장은 거듭된 ‘정계 복귀설’을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의 젊은 피도 김 지사의 대체자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주자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기여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1971년생인 박 의원은 올해 만 49세로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양강구도를 구축한 1952년생 민주당 이낙연 대표(만 67세)와 1964년생 이재명 경기도지사(만 55세)보다 젊다. 여기에 박 의원의 개혁적 성향이 맞물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세대교체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 의원은 86세대의 한계를 지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86세대는 자기 기회를 다 소진했다고 본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연세대 강연에서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올드하다”며 “국회 평균 연령이 55세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더욱 과감하게 들어서고, 대한민국의 시대교체를 선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하는 등 의정활동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며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의 일원으로 분류되는 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박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등에 소신 발언을 내놓으며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70년대생 중 친문의 주목을 받는 이가 또 있다. 바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다. 박용진 의원이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면, 박 의원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에 박 의원은 차기보다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된다.

박용진·박주민 의원은 정치적 자산에서 차이를 보인다. 중도개혁 성향인 박용진 의원이 외연확장에 강점을 보인다면, ‘세월호 변호사’인 박주민 의원은 열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감을 얻는 등 내부결속에 강점이 있다. 

장단점 뚜렷
누가 낙점?

정치권은 김 지사의 실형으로 당분간 ‘이낙연-이재명’의 양강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제3의 인물이 나온다면 양강 구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양강 구도가 오래 지속될수록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일종의 ‘피로감’이다.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친문 적자가 아니라는 점도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정치권에서 높게 보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옵티머스-이낙연 두 번째 의혹

옵티머스 측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서울 지역 사무실에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최근 옵티머스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모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전달받고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원 상당의 가구, 집기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즉각 반박했다.

옵티머스 복합기 사건 이후 전수조사를 펼친 결과 사무실에 어떠한 지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

앞서 옵티머스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이 이 대표의 사무실에 있는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 측은 “복합기는 참모진이 지인을 통해 빌려온 것으로, 그 지인이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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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