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군기반장’ 노영민 시한부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0:28:00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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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장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왕실장이 사라졌다. 취임 초기 ‘군기반장’으로 불리며 강력한 그립감을 보였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지만, ‘똘똘한 한 채’ 논란 이후 그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사표가 반려되고 나서는 사실상 청와대에서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가 곳곳에서는 노 실장 교체설이 나돌며 후임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된다. <일요시사>는 용두사미에 그친 왕실장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청와대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사이의 어정쩡한 동거가 곧 끝날 조짐이다. 정가에서는 청와대가 노 실장의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특정 인사의 인사 검증 동의서가 청와대에 제출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최초의 ‘불명예 제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 정권 최초
불명예 제대?

노 실장은 존재감을 급격히 상실했다. 국무회의, 수석·보좌관 회의 등 청와대의 주요 회의석상에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특별한 지시나 발언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똘똘한 한 채’ 사건이 분기점이었다. 당시 노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 강남의 반포아파트와 충북 청주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던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 대신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자신이 3선을 한 지역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강남의 아파트는 지키려는 모습에 여론은 급격히 냉각됐다. 청와대가 ‘강남 불패’ 신화를 재확인시킨 꼴이었다.


청와대 발표가 오락가락한 점도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밝혔지만, 40여분 뒤 청주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당에서조차 노 실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노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결국 노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의도와 다르게 강남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과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지속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인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존재감 어디로…강한 그립감 사라진 지 오래
결국 용두사미로? 해이해진 내부 개편 임박?

풍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기관 정기 감사결과를 9월 발표했다. 


감사원이 청와대의 부당한 업무 처리와 기강 해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측근들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서 매월 수백만원의 자문료를 급여처럼 받은 사실을 적발해 주목받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출신의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2019년 1월부터 월 400만원씩 총 5200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목희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송 의원과 같은 방식으로 각각 5513만원, 1억4099만원을 수령했다.
 

▲ ▲청와대

현행법상 비상임·비상근 위원장에게 자문료를 월급처럼 지급하는 일은 불법이다.

세 사람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이다. 송 의원은 지난 19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의 자문기구인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 시장은 같은 대선에서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이 전 의원은 18대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청와대의 어린이날 기념 영상 용역 발주 과정에서 발생한 계약법 위반, 경호처 직원들의 무단 외부 강의, 청와대 내 미술품 관리 소홀 등 12건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6건에 대해서는 ‘주의’, 나머지 6건에는 ‘통보’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노 실장에게 직접 주의를 줬다. 감사 결과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감사원이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노 실장 입장에서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지난해 1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 실장에게 붙은 별명은 ‘군기반장’이었다. 친문 좌장인 노 실장이라면 청와대 직원들을 강한 그립감으로 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예상은 노 실장 취임 초기부터 들어맞았다. 

카리스마? 
힘 떨어져

노 실장은 빠르게 청와대 기강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50·60세대 무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일이 대표적이다. 논란이 있고 하루 만에 단행된 문책성 인사였다. 현 정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속전속결’ 조치에 청와대 직원들은 긴장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 실장은 취임 일성에서 ‘춘풍추상’을 강조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하라는 뜻으로 이는 청와대 직원들에게 날린 경고장이었다. 규율이 잡히면서 청와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의장 공기부터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노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며 장악력을 높여갔다. 청와대 비서진·비서들에게 업무 내용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으며, 또 이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게 휴식을 주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실장급이 ‘전결’을 하는 상황을 늘려 비서진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뜻도 내포돼있었다.

청와대 밖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취임 직후부터 그에게 재계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국회의원 시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신성장산업포럼 대표로 활동했던 노 실장은 민주당 내에서 ‘경제에 밝은 정치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노 실장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현 정권 3대 핵심 신성장 동력을 추려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대 산업 현장에서 문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 바로 노 실장이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던 지난해 1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에 전폭적인 투자·지원도 아끼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 전반기를 평가했다. 

똘똘한 한 채
역풍 제대로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 차기 국무총리직을 맡도록 설득한 사람도 바로 노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일은 의전서열 상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정세균 당시 총리 후보자에게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며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이는 예상된 논란이었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노 실장은 즉각 대통령비서실과 안보실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책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바로 1주택 이외 처분 권고였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내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이 노 실장의 권고 내용이었다. 
 

▲ 우윤근 주중대사

그러나 이는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이어지며 결국 노 실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노 실장은 대국민 사과 이후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노 실장과 함께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5명도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총 6명의 실장·수석 인사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의 주택 매매 과정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의 사표를 반려했다. 청와대와 노 실장 사이 ‘어정쩡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청와대 개편이 곧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노 실장이 교체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어정쩡한 동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후임 하마평 솔솔∼
순장조 실장 누구?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노 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남 광양 출생인 그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내대표였던 우 전 대사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회 사무총장과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우 전 대사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이던 우 전 대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반가움을 나타내던 중 우 전 대사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우 전 대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우 전 대사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민주캠프 산하 ‘동행본부’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선대위 직능·조직을 총괄하는 중책이었다.
 

▲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도 차기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탕평 인사에 적임자인 까닭이다. 경북 상주 출생인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을 대표하는 ‘영남 맹주’다. 비록 21대 총선과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낙선하며 부침을 겪고 있지만, 대권주자로 꼽힐 정도로 중량감이 있다. 

내부 승진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석을 실장으로 올리는 안이다. 만약 청와대가 내부 승진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승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 수석은 애초에 실장급이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수석은 ‘친문 실세’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본부 제1상황실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에는 사무총장, 총무본부장, 당무감사원 감사위원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겸하면서 친문으로 자리 잡았다. 친노·비노 간의 갈등이 격화됐던 당시에는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정쩡한
동거 끝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후보로 자주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비서실장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후보 중 한 명이지만,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어려울 것이라고 정가는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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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