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총장 ‘논개 작전’ 막전막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검사 신분으로서는 마지막 국감장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며 논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최고 수위의 거취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윤 총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은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1·2차 옥중서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 굵직한 이슈가 쌓인 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오늘만
기다렸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은 윤 총장의 발언으로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검찰인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사의를 표한 상황에 대해 “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는 굉장히 힘들고 어려워 많은 걸 걸고 불이익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불이익이) 너무 제도화 되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에 누구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추 장관의 이른바 검찰 ‘대학살’ 인사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이 이미 다 짜여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법무부로 들어오라 했다”며 “그런 법은 없다. (인사안을) 보여주는 게 협의가 아니다. 법에서 말하는 협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추 장관의 취임과 동시에 윤 총장의 시련이 시작됐다. 검찰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 결과 윤 총장의 수족은 전부 잘려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국감 되치기 성공?
참고 참았던 발언 쏟아내

더구나 최근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은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헌정 사상 세 번째,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총장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윤 총장의 부인 김씨는 주식회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전시회 관련 협찬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과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매매 특혜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 발언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장모 최씨는 과거 한 요양병원에 투자해 공동 경영진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병원 인사들이 불법 의료기관 개설 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당시 최씨도 불법 의료기관 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의혹이 불거졌지만 입건되지 않아 수사를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밖에 윤대진 법무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인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됐다는 의혹이 있다. 윤 부원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한 질의가 있었지만 윤 총장은 본인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며 “수사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수사지휘권 발동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강화하는 한편,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위법·부당
작심 비판

이와 함께 추 장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주장한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건 수사팀이 자신을 회유해 여권 인사에 관한 진술을 끌어내려 했고,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리를 얘기했지만 수사팀과 검찰총장이 이를 알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현직 검사 등에 대한 향응 제공 의혹도 불거졌다. 

법무부는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관을 관련 수사·공판팀에서 배제한 뒤 새로운 수사팀을 꾸리게 했다. 해당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윤 총장에게 보고한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즉시 효력이 발생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앞서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때에도 ‘형성적 처분’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의 권한이 박탈됐다고 해석한 바 있다. 형성적 처분은 처분하는 것만으로 다른 부수적인 절차 없이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 행위를 뜻한다. 
 

▲ 김봉현 대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지 30여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윤 총장의 가족 수사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수사에 개입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을 두고 “검사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치우침 없이 신속하게 수사하길 바라는 당부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대응 없다
국감서 펑

청와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불가피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에 관해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면서도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자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거의 즉각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검과 법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검찰 내부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에도 연일 SNS를 통해 검찰과 윤 총장을 비판했다. 지난 20일에는 “윤 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 지휘에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SNS에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의 확대·개편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대검 등 상부기관으로부터도 독립해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1일에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추 장관은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며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든 몰랐든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고 적었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의 김 전 회장의 1차 서신, 이른바 김봉현 문서 사건 관련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해 윤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라임 사건 수사 전반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그 내용을 보고 받은 뒤 역시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추 장관은 당시 대검 입장에 대해 SNS를 통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산 권력 수사 당부
“아직도 유효할 것이라 생각”

여기에 김 전 회장의 2차 폭로가 맞물렸다. 김 전 회장은 2차 옥중서신에서 “술접대를 한 검사 3명은 대우조선해양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주 당시 검찰관계자의 조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 한 마디에 수사 방향이 전환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5년 전 여당 국회의원 관련 금액이 몇백만원 수준이라고 금액이 너무 적다고 하면서 사건 진행을 하지 않겠다고 하던 검사가 총장님께서 전체주의를 발표한 직후 저를 다시 불러 ‘그냥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 청와대 전경

그러면서 “이번 총장님 발표 때문에 그러시냐고 했더니 맞으니 잘 도와주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윤 총장의 전체주의란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한 발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검 감찰2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21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총장님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에서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흘 만에 소위 ‘검찰총장이 사건을 뭉갰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궁예의 관심법’ 수준의 감찰 능력에 놀랐고, 이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2차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님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수사지휘권 행사는 결국 총장님을 공격해 또 다시 총장직 사퇴라는 결과를 의도하는 정치적인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SNS 비판과 검찰 내부의 목소리에도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끝까지”
사퇴 없다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별 말씀이 없고,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검찰총장 임명식 때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데 대해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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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