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마지막 국감’ 관전포인트

칼 가는 총장님 ‘장관님 깔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선거를 제외하면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다. 매년 9~10월경 국감장에선 정부 기관과 국회의 격전이 벌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013년 국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7년 후, 임기 반환점을 돈 윤 총장이 마지막 국감을 앞두고 있다.
 

▲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2013년 10월21일 국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갑윤 의원은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증인은 혹시 조직(검찰)을 사랑합니까?”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거듭 물었다. 윤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작심발언 
또 나올까

그는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발탁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다. 국감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윗선’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윤 총장은 채 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강행했다. 2013년 10월에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해 국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이 수사 과정에 외압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하는 등 인사서 거듭 불이익을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의 발언으로 국감장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고,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한직을 전전하던 윤 총장은 2016년 7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윤 총장을 깜짝 스타로 만든 2013년 국감 이후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윤 총장은 2013년, 2017~2019년 등 총 4번 국감장에 섰다. 

2013년 국감, 수사외압 폭로
7년 동안 국감장에 4번 등장

4번의 국감을 거치는 사이 윤 총장의 상황은 변화무쌍했다. 2017~2018년 그의 위치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청산의 기수였다.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사회 각 분야의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검찰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국감에서는 야당과 끊임없이 부딪쳤다. 

2017년 적폐 청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윤 총장은 “검찰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수사 의뢰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들”이라며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국감 출석한 한동훈 검사장

2018년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서도 “특정 사람을 표적으로 하는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를 하다가 개별 법관의 어떤 비위가 나온다면 그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것이다. 


야당의 공세를 받았던 2017~2018년과 달리 지난해 국감에선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국감 최대 이슈는 ‘조국 사태’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물론 모든 국감의 이슈를 집어삼켰다. 

윤 총장 휘하의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불거진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뛰어들었다. 윤 총장과 여당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지난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하고부터는 검찰 내 입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2번의 검찰 인사 과정서 측근들이 잘려 나갔고,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등장마다
공수 바뀌어

그 사이 아내와 장모 등 가족 관련 비리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자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당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대선후보군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지지율은 상위권을 달렸다. 몇몇 조사에선 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이 검찰총장 자격으로는 마지막 국감인 셈이다. 윤 총장이 이번 국감서 어떤 발언을 하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윤 총장이 지난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서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여당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그가 작심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최근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두문불출해왔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국감에 나타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검찰 인사, 추 장관 아들 의혹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발언 따라
정치적 해석?


실제 이번 법사위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는 지난 7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8일), 법무부(12일), 일선 검찰청(19일), 일선 법원(20일), 대검찰청(22일), 종합감사(26일) 순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추 장관 아들 의혹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검찰 개혁 현안을 이슈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서 윤 총장 가족 의혹이 다시 한 번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12일 법무부 국감서 추 장관의 ‘거짓말’에 대한 질타와 해명 요구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추 장관의 부정 청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공개한 수사 내용이 그동안의 발언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짓말 논란이 추석 연휴 내내 이어지자 추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야당과 보수 언론은 본질로부터 벗어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보좌관에게 전화번호를 전달한 것을 두고 ‘지시’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동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두고 윤 총장에게 질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 1부는 군무이탈, 근무기피목적위계 혐의를 받는 추 장관 아들 서모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추 장관과 추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에 대해서도 군무이탈방조, 부정청탁 혐의 등이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아내·장모 의혹 또 다시 불거져 
<조선일보> 사장 비밀회동 의혹도

오는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선 윤 총장의 가족 의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언급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민주당이 아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의 공격이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해당 논란을 가지고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가족 의혹에 대해 지금껏 침묵을 지켜왔다. 이번 국감서 가족 논란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윤 총장의 장모와 아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업가 정대택씨,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 조대진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지난 2013년 국감서 업무보고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도 있을 예정이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앞서 방 사장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대검 국감 증인으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당시 법무부 인권국장)을 참고인으로 각각 신청했다. 

윤 총장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지낼 무렵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무마를 위한 TV조선 간부와 청와대의 불법거래, 방 사장 아들 방정오씨의 횡령·배임 의혹, <조선일보>와 로비스트 박수환의 기사 거래 의혹 등을 고발했다.

이 시기에 윤 총장이 수사대상인 방 사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사람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감찰국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수사기관장이 사건 관계자를 사적인 자리서 만났다면 감찰 대상”이라며 “지난달 21일부터 대검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답변하지 않고 있어 법사위 국감서 윤 총장과 방 사장 간의 검언유착 의혹을 풀겠다”고 밝혔다. 

두문불출
입 열까?

한편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20여명에 달하는 증인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아 채택이 무산됐다. 검언유착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한동훈 검사장,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맡은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측의 증인 요구가 있었지만 민주당에 의해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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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