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빠진’ 엠넷 오디션 잔혹사

그냥 음악이나 틀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오디션 명가라 불린 채널 M.net(엠넷)이 <프로듀스 101> 사태 이후 채널 신뢰도 하락을 겪은 뒤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다. 내놓는 새 프로그램마다 조명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대형 소속사와 손을 잡거나 과거의 영광을 이룬 프로그램 포맷을 가지고 와도 성적은 형편없다. 추락만 거듭하고 있는 M.net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로드 투 킹덤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의 흥행 이후 M.net(엠넷)은 오디션 명가라는 칭호가 붙었다. <보이스 코리아>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저변을 확대했고, <쇼미더머니> <고등래퍼>로 마니아 문화였던 힙합 장르를 대세로 이끌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중소엔터테인먼트사의 보석 같은 연습생들을 발굴했으며, <킹덤>과 <퀸덤> 시리즈로 유명 아이돌을 경쟁시키는 자극적인 포맷도 성공시켰다.

몰락한 명가

그 과정서 잡음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오디션 명가라는 칭호에 걸맞은 무게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조작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채널 신뢰도에는 금이 갔다. 앞장 서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고, 당사자들은 숨기에 급급했다. 사고가 터진 후 수개월이 지나 겨우 뒷수습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프로듀스> 시리즈뿐 아니라 <아이돌학교> 등 서바이벌 오디션서도 조작 논란이 일었다. 이미 합격자가 결정된 상태서 진행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오디션 쇼라는 의혹도 일었다. 해당 과정서 연습생을 향한 제작진의 무자비한 갑질 행태도 엿보였다. 


M.net 오디션에 질린 대중은 완전히 뒤돌아섰다.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형편없는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의 성적은 M.net의 자존심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올해 M.net은 그야말로 ‘핫’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태에 이르렀다.

매년 굵직한 방송을 내놓은 과거가 무색한 수준이다.

올해 5월 론칭한 <GOOD GIRL: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는 국내 굴지의 여성래퍼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0.3% 시청률에 그쳤다. 딘딘이 진행을 맡고, 효연과 치타, 에일리를 비롯한 스타들과 윤훼이, 제이미와 같은 신예들이 나왔지만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 
 

▲ 보이스코리아 ⓒ엠넷

지난 4월 론칭한 <로드 투 킹덤>에선 M.net의 가학적인 특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아이돌에게 다양한 무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면서도 탈락 시스템을 만들었다.

경쟁이 아닌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제공한 <퀸덤>의 성공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수를 두며 아이돌 팬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 시청률은 0.6%, 최종회는 0.4%였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흥행한 <보이스 코리아>의 포맷을 다시 가져온 <보이스 코리아 2020>은 기대치에 못 미친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겨우 2% 수준의 시청률을 얻었고, 우승자는 ‘지소울’ ‘골든’으로도 알려진 김지현이 차지했지만, 출연자들의 무대 또한 화제성을 모으기에는 부족했다.

채널 신뢰도 하락 뒤 여전히 허우적
핫 프로그램 전무…새 포맷들도 글쎄


심사위원진의 선택에 불만을 내놓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BTS를 보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며 무려 200억원이나 투자한 <아이랜드>는 연습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시스템으로 온갖 비판을 받으며 퇴장했다. 3000여평 규모의 초대형 스튜디오를 짓는 야심찬 행보가 있었지만, 정작 그 공간서 스태프와 출연자 두 명이나 낙상사고를 당하는 안전 사고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특별한 조치 없이 방송을 강행했다. 

또 관찰형 리얼리티라는 명목으로 아이랜드와 그라운드를 나눠 출연자를 경쟁시키며 우열을 가른 방식과, 협동보다는 견제와 질투를 앞세워 이기심을 자극하는 투표 방식 등 연습생을 존중하지 않는 제작진의 태도도 지적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 1.3%, 최종회 시청률은 0.8%에 그쳤으며, 관심도 역시 200억원이라는 투자 비용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떨어졌다. ‘M.net 오디션 잔혹사’라 해도 무방할 만큼 올해 성적은 최악에 가깝다.

그런 가운데 M.net이<쇼미더머니9>과 <캡틴>을 런칭한다. <쇼미더머니9>는 오는 16일 첫방송하며, <캡틴>은 11월에 공개된다. 

<쇼미더머니> 시리즈 역시 예전만큼의 반응은 아니다. 시즌7부터 점차 힘을 잃기 시작하더니, 지난 시즌8에선 ‘인맥 힙합’이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심사위원진들끼리 자기 라인의 후보자들을 끌어주는 게 노골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아이랜드 ⓒ엠넷

올해 심사위원으로 그루비룸과 함께 참여한 래퍼 저스티스는 싸이퍼 영상서 “쇼미8까지는 망하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이라도 하는 듯 쇼미9의 구원투수 그루비룸과 저스티스”라는 가사의 랩을 했다. 최근 <쇼미더머니>의 하락세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쇼미더머니9>에는 유명 래퍼인 스윙스가 도전한다. 뿐만 아니라 <쇼미더머니9>이 힙합씬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방송일 뿐 아니라 싸이퍼 영상에 등장한 심사위원진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호재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시즌8서 특별한 이유 없이 출연자들을 떨어뜨리는 만행도 저질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공정한 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 제작진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도 않았다. <쇼미더머니9>에 불편함이 있는 이유는 이러한 과거 때문이다. 

자존심 하락


‘10대를 위한 10대들만의 오디션’ 슬로건으로 내건 <캡틴>은 기존 <고등래퍼>의 변주다. 부모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하지만 <고등래퍼> 출신인 영비나 노엘 등 출연 가수들이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회의감이 든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한 만큼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M.net이 히든카드인 <쇼미더머니9>과 <캡틴>을 통해 다시 오디션 명가의 위상을 재건할 수 있을까. 기존의 잘못을 뉘우치고, 혁신을 이끌지 못한다면 ‘제자리 걸음’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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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