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③교수님의 수감담

“교도소가 재소자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교도소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밥 한 숟가락,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폭력과 결합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7사는 이 과정서 불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교도소서 시작된 불은 이제 사회로 향하고 있다.
 

▲ 이병진 동명대 교수 ⓒ고성준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님께서도 (재소자가)죄인들이니까 나쁜 놈들이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재범이 일어나고 부패를 배워나간다. 청렴하게 이끌어주실 공무원들이 인격 이하의 짓을 하는데 어찌 저희 죄인들이 무엇으로 존경하고 따르며 지낼 수 있겠는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길들이려 억압하고 탄압하면 그 순간뿐이다.”

4명 중 1명
다시 교도소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표두형이 지난해 대검찰청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지난 3월 전주교도소서 출소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표두형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를 들고 전주교도소로 들어가려 했다. 다시 구속된 그는 “교도관들이 자기를 칼로 찌르는 꿈을 계속 꾼다”며 울먹였다. 

출소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표두형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주교도소 트라우마’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의 일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교도관에 대한 불만은 분노로 변해 타인을 향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법무부, 교정본부,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그의 화병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성철은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아들의 편지 글씨체가 전주에 있을 때하고 확연히 달라졌다”고 편지를 내보였다. 서씨에 따르면 박성철은 전주 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감생활 중이다. 

서씨는 “아들이 전주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접견실서 만나면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서서 ‘(CRPT들을)죽여버릴 거다’ ‘치 떨리는 놈들’ 같은 말을 하곤 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매년 출소자 재복역률을 조사하고 있다. 출소자 재복역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사람이 출소 이후 재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출소 3년 이내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6.6%였다. 출소자 4명 중 1명은 3년 이내에 교도소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일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움 지켜줘야”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2년 출소자를 대상으로 재복역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법무부 교정본부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교화 교육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는 실제 교도소 재소자나 출소자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이병진 동명대 교수는 “재소자에게 ‘너는 개야, 쓰레기야. 사회서 지워져야 해’ 같은 폭력을 5년, 10년 가하다 보면 재소자 스스로도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짐승이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려 멈추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재소자의 폭력성이 강해질수록 그 피해는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주교도소의 알몸 검신, 서신검열에 문제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일요시사> 회의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주교도소 7사를 비롯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구조적인 측면서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밀폐돼있어 문을 닫으면 재소자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교도소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약처방이다. 7사에 갔다 왔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재소자가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버려둔다. 교도관들도 7사까지 갔으면 갈 데까지 간 놈이라고 여긴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주교도소서 7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교도소는 특수권력관계 조직이다. 위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 행위자는 교도관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교도소 즉 조직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 평가
실제와 괴리

-재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교도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다가 안 되면 협박한다. 출력(교도소서 일하는 것)을 자르거나 처우를 차단해 고립시킨다. 그 다음에는 자극을 가한다. 검방(재소자들의 방을 불시에 검사하는 것)으로 약점을 잡아 징벌방에 보내는 식이다. 여기서 재소자가 타협하면 유야무야 되는 것이고, 저항하면 7사 같은 곳에 끌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재소자가 교도소와의 싸움서 이길 수 있나.

▲힘의 관계서 재소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소자는 녹취나 사진,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재소자가 증언을 약속해도 교도관 입장서 (증언을)포기시킬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영치금, 출력 같은 재소자들의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되면 이송시키는 방법도 있다. 기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교도소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교도소 자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얼음판, 전쟁터다. 재소자들은 음식과 의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적은 양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다 보니 재소자들은 늘 제 몫을 챙겨야 한다는 긴장상태에 있다. 밥 한 숟가락, 약 한 알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나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 우발적인 싸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제압하는 과정서 가혹행위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은 일순간에 재소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7사 같은 가혹한 상황으로 재소자를 밀어넣으면 끝이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방식이다. 교도관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 방식에 중독된다. 교도관의 폭력에 노출된 재소자들은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진화해 업그레이드된 폭력성을 내재한 채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사소한 다툼
제압의 폭력

-최근 조두순 사건도 그렇고, 재소자의 인권 문제는 늘 논란이었다.

▲재소자의 인권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한다. 국민 정서 상으로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지만 법적 판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생기는 괴리감이다. 재소자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해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법 감정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을 복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 자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다.

다만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도 한 사례다. 재소자들은 이미 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으니 인간이 아니야, 개, 돼지야’ 취급하는 건 재소자들의 폭력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인을 7사서처럼 손과 발을 묶은 채 밥도 개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채 3일도 못 돼 정신이 붕괴될 것이다. 최소한의 경계조차 넘어선 조치다. 이 경우 재소자들은 ‘어차피 갈 데까지 갔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개가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리네, 물지 말아야지’ 하는 경우는 없다.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폭력에 노출됐던 재소자는 출소 후에도 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그런 상태의 출소자를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있는지, 2차적인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재소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 강해질수록
일반 시민이 받을 피해 커진다”

-재소자의 폭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재소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은폐할 게 아니라 공론화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제약을 하고 제재를 가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적은 많았지만 교도소의 변화는 더딘 편인데.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이 들어왔다. 당시 형무소는 그저 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재소자의 인권이나 2차 범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식민지 잔재는 그대로 이어졌고 심지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교도소를 악용했다. 형의 집행에 대한 부분만 계속 강제한 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예산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결정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교정본부’에 머물러 있다.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공무원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교정시설에 지원을 늘리라고 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

▲박근혜정부 때 경찰 공무원을 크게 늘렸다. 경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범죄율도 늘어난다. 그 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산이나 인력은 하나도 늘리지 않은 채 재소자만 늘어나면 과밀수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효율성을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거고, 그럼 7사가 아니라 제2의 7사, 제3의 7사가 나와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임시방편뿐
더 나빠진다

“현재 교도행정은 해열제를 써서 열만 확 낮추고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미 장기는 다 썩어가고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눈가림만 하고 있다. 문제는 해열제의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그 사이 장기는 다 녹아내려 손쓸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서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재소자의 인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서 생각해봐야 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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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