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 코로나와 국운 대예측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9.28 09:41:41
  • 호수 12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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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좋지 않지만 최악은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 원장에게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국운에 대해 물었다.
 

▲ 일요시사와 대담 갖는 백운비 원장

올해는 코로나19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추가 확진자 추이가 안정세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른 경기침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날고 기어도 
꽉막힌 형국”

백 원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쭉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모든 생명체에는 운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 운이 나쁠 땐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코로나 백신이 내년에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 전염이 점점 잦아들다 2022년에 종식될 것으로 관측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서 “내년 여름까지 전 세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며 “60% 수준의 백신 접종으로도 기하급수적인 질병의 확산을 거의 막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내년은 우리가 (코로나 환자)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이는 해가 될 것이며, 2022년에는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아내 멜린다와 세운 민간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3월 화이자를 포함한 다수 기업과 코로나 백신 개발에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또 대형 제약회사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 등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미국서 10월 말까지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백신은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선거 전 백신이 졸속 승인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10월 말까지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백신은 화이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대응 없이는 올해 가을 이후로 다시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빌 게이츠는 “북반구의 가을에 대해 비관적”이라며 “우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서 사망률이 봄과 같은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서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20만명에 육박하면서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최소 3년은 지나야 안정세 돌입”
“버티고 기다리는 것만이 해결책”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미국의 비참한 실패”라는 극단적 평가가 나왔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문가들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방역 실패를 지적하면서 “불명예스럽다”고 자조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가 전 세계서 가장 많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서만 약 38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백 원장과 빌게이츠는 궤를 같이한다. 이 둘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운이 좋지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의 모습을 보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는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했고, 영국서도 왕자와 왕자비가 직책을 내려놓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각 나라의 대표자들이 불안한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다. 
 

▲ 지금은 코로나 시대 ⓒ고성준 기자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개헌안 국민투표가 가결되면서 2036년까지 종신 집권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지난 5월 초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9%까지 하락했다.

러시아 내 코로나19 상황은 좋지 않다.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기준 94만2106명, 사망자는 1만6099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0여명씩 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세계 4의 규모다.

푸틴은 지난 20년 임기 동안의 경제적 실패를 만회해야만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러시아 내 절대빈곤 인구는 전 국민의 14.3%를 차지했다. 지난해 8월 수도 모스크바에선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셧다운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0% 줄었다.

푸틴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2024년까지 빈곤율을 6.6%까지 낮추겠다”고 했으나 현 추세로 보면 이를 달성할 확률은 극히 낮다.

일본서도 7년9개월간 지속된 아베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게 됐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6일 지병 악화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 아베의 지병은 궤양성 대장염 재발로 밝혀졌다. 궤양성 대장염은 장에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엇갈리고…
충돌하고…

올해 초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올봄부터 왕실 직책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고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게 됐다. 이들이 왕실 공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았던 각종 재정지원 역시 중단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 부부의 향후 거취 등에 관한 왕실 내 합의사항에 대해 밝혔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의 공식 구성원으로서 부여받은 ‘전하’의 호칭 등과 각종 작위를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됐다. 


백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병명으로 비유하면 3기 암 환자의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4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좋지 않은 국운이 짧게 보면 2022년까지, 길게 보면 2025년까지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 상황을 타파하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도 알아야 하고 나라의 운도 알아야 한다.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한 주 만에 큰 변동을 이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진보 진영이 재결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이 수도권 부동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9월 넷째 주 정례조사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41.7%) 대비 4.8%p 오른 46.5%다.
 

▲ ⓒpixabay

부정 평가는 전주(52.4%)에 50% 선을 돌파했지만, 1주 만에 다시 40%대로 내려온 49.9%로 조사됐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전주 10.7%p서 3.4%p로 좁혀졌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지난 2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서 “추 장관 논란에 대해 실망 혹은 관망하던 진보 진영이 다시 결집한 모양새”라며 “추 장관 의혹에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울과 경기·인천의 부동층이 움직였다”며 “부동산 정책 논란과 추 장관 논란서 관망하던 사람들이 박 의원 의혹으로 보수 진영에 실망하면서 문 대통령측에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좋지 않은 운
합치? 무리다”

백 원장은 “지금 상황서 협치를 바라는 건 큰 무리다. 서로 엇갈리고 충돌하는 상황이다. 운이 좋으면 서로 상생하고 힘을 합치지만 운이 나쁘면 서로에게 상극이고 파괴되는 것이다. 좋지 않은 운이 계속 들어오는데 합치를 바라는 것은 큰 무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상태로만 보면 계열이 다른 부류끼리 부딪쳐 상극이 된다. 2021년부터는 자기들끼리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가정불화, 당내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당내서 서로 찢고 찢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파벌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참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블루’를 앓거나 느끼는 이들이 전 세대에 걸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우울증 환자가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이용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6년 6만5104명, 2017년 7만7433명, 2018년 9만9764명, 2019년 12만142명, 올해 4월 현재 7만458명 등으로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전 연령대를 포함한 우울증 환자 수는 2016년 64만3137명에서 지난해 79만8427명, 올해 4월 현재 50만349명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우울증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고 지난 4월까지만도 50만명이 넘어서 ‘코로나 블루’를 실감케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20대 우울증 환자는 7만4058명으로 30대(6만2917명)보다 17.7% 많았다. 40대(6만8000여명)보다는 8.9% 많았다.

국내 연령별 인구수(4월 기준)가 20대 680만명, 30대 700만명, 40대 84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20대 우울증 환자 분포가 더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8년을 기점으로 30대를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40대를 넘어섰다.

이 의원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가뜩이나 학업, 취업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힘든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우울증 상담과 치료가 제때 이뤄지도록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제 ‘심리 방역’에 대한 범사회적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파벌 심해질 것으로 보여 걱정”
“대한민국 구세주는 아직 숨어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년층이 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10년 새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노인 우울증 관련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를 앓는 60세 이상 노인은 2010년 7495명서 2019년 3만9284명으로 5.2배 늘었다. 우울 관련 질환을 겪는 노인 역시 2010년 19만5648명에서 2019년 30만9749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노인 인구 증가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다.

최근 6년 내 인구분포를 보여주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14년 914만여명서 2019년 1179만여명으로 1.28배 늘었다. 또한 정신질환 환자의 증가 폭은 90세 이상 초고령 노인층서 두드러졌다. 초고령 공황장애 환자는 2010년 22명에서 2019년 319명으로 14배 넘게 폭증했고, 우울 관련 질환자도 1188명에서 4657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강 의원은 “노인을 65세 이상의 동질성을 지닌 집단으로만 전제하는 정부의 기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고령층서의 정신질환 폭증에 대해서는 “생애주기별 관점서 노인 세대의 특성을 세분화한 섬세한 복지정책으로 이들에게 ‘더 나은 노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성준 기자

백 원장도 “세상과 단절된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울증 환자, 정신질환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큰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마음의 병으로 인해 환자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비상식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스스로 나를 파괴하고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갇힌 형국에선 벗어날 수가 없다. 혼동하고 착각하고 혼돈에 빠져있는 상황이 지금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둑을 둘 때 한 수를 착각해서 두면 한판의 승패가 바뀌듯이 지금 우리는 크게 착각 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많은 해라고 볼 수 있다. ‘지낸 뒤에 후회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상황이 벌어지고 난 후 미련을 못 버린다. 나는 잘 한다고 하는데 스스로 무너진다. 쉽게 풀이하면 일이 안 풀릴 때 남 탓, 환경 탓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대통령 
됐어도 같다”

아울러 “보편적으로 ‘운이 나쁘면 철부지다. 운이 좋으면 철이 들었다’라는 표현을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철부지인 상태다. 운의 흐름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편해야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 지금 국운이 좋지 않아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됐어도 똑같을 것이다. 한국을 구원해 줄 구세주는 아직 숨어있는 상태다. 미디어에 나오는 눈에 띄는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5가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불혹이 되지 않은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에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그는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을 통해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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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