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면 전환 프로젝트

공수처로 추미애 구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것. 한편에서는 여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으로 시끄러운 국면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공수처를 써먹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는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도 공수처 설치였다. 대선 후보 때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그 시작점으로 여겼다. 

대통령의
1호 공약

참여연대는 지난 1996년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며,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지닌다. 또 검찰과 경찰 등이 범죄 수사 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의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검찰은 해당 조항에 대해 “국가의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도 독립적으로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공수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기관 또는 반부패수사 기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1호 수사 대상이 누가 될지를 두고 정치권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청와대 관계자 연루 의혹 사건 수사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추,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진땀
대정부질문서 질문 세례 쏟아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며 “윤 총장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공수처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던 바 있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지난 4월 총선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조 전 장관 의혹과 검찰 개혁은 총선 기간 내내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검찰 개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출범 시기를 비롯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정치권의 수 싸움도 치열해졌다.


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야당과의 진통 끝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차지했다.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야당이 맡아왔다.
 

▲ 발언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시 말해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법안 처리 등 민주당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발 빠르게 출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 대통령 역시 법정 시한 내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24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월26일 청와대 브리핑서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제5조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 시한 내에 출범이 무산됐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7월15일에 맞춰 업무처리 체계 설계와 조직 구성, 법령 정비와 청사 마련 등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해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공수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남기명 단장은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서 후속법안 처리와 처장 인선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공수처 준비단은 최소한으로 축소 개편하고 준비한 사항은 공수처에 잘 이관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무산의 책임을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법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당시 당선인)은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함께 공수처법에 대해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문희상 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의 절차와 조문에 심각한 위헌·위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법안을 국회서 처리했다. 지난 8월4일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 개정안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또 공수처 관련 상임위는 법사위로 결정됐다.  
 

▲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직자수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안에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선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현행 공수처법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 없이 구성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각 교섭단체는 요청받은 기한 내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으로,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현행 정치 지형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처장 후보
야당 비토권

국민의힘서 위헌 소송 등을 이유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면서 공수처 출범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8월5일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늦어져 현재는 위법 상태에 있다”며 “전적으로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국회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기한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공수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최근 민주당서 공수처 이슈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공수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8개월 넘게 정체돼있던 검찰 수사가 야당 공세에 밀려 급물살을 타면서 추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2017년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2차 병가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이 과정서 부대 복귀 시한이 지난 뒤 개인 휴가가 처리돼 휴가 미복귀 논란이 일었다. 또 추 장관 부부와 전 보좌관 등이 휴가 연장 문제로 군 관계자에게 수차례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서 쟁점이 됐다. 추 장관은 물론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당 논란으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원들의 잇단 법안 발의로 공수처 출범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내고 있는 것.

한동안 언급 없이 조용해
의원들 잇따라 법안 발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지 않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게 위원을 추천하도록 통고하고 해당 기간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조직법상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해당 교섭단체 추천으로 갈음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4일에는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위촉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로 추천 의결을 마치고 한 차례에 한해서만 10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발끈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으로 황당하다. 이제 민주적 대표성이 전혀 없는 사단법인을 들러리 야당으로 세워놓고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흉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다 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 협조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출범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과 공수처의 조합은 상상 가능한 것 중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뭐하러 한국판 두테르테가 되려고 하는지”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로 유명하다. 

180석으로
밀어붙여?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기국회 내에는 당연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사위 소위원회서 논의 절차, 결의 절차 등이 있는데 모든 절차들을 그대로 밟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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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