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면 전환 프로젝트

공수처로 추미애 구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동안 잠잠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는 것. 한편에서는 여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으로 시끄러운 국면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공수처를 써먹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는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도 공수처 설치였다. 대선 후보 때부터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그 시작점으로 여겼다. 

대통령의
1호 공약

참여연대는 지난 1996년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 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며,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지닌다. 또 검찰과 경찰 등이 범죄 수사 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의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앞서 검찰은 해당 조항에 대해 “국가의 부패 범죄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도 독립적으로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공수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의 상급기관 또는 반부패수사 기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1호 수사 대상이 누가 될지를 두고 정치권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 청와대 관계자 연루 의혹 사건 수사 등으로 대립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추,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진땀
대정부질문서 질문 세례 쏟아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는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며 “윤 총장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문제들이 공수처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던 바 있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지난 4월 총선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후 더욱 활발해졌다. 조 전 장관 의혹과 검찰 개혁은 총선 기간 내내 이슈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검찰 개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출범 시기를 비롯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정치권의 수 싸움도 치열해졌다.


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또 야당과의 진통 끝에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차지했다.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야당이 맡아왔다.
 

▲ 발언하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시 말해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법안 처리 등 민주당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발 빠르게 출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 대통령 역시 법정 시한 내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서 “공수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월24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월26일 청와대 브리핑서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제5조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 시한 내에 출범이 무산됐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7월15일에 맞춰 업무처리 체계 설계와 조직 구성, 법령 정비와 청사 마련 등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해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공수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다. 

남기명 단장은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서 후속법안 처리와 처장 인선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공수처 준비단은 최소한으로 축소 개편하고 준비한 사항은 공수처에 잘 이관하겠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무산의 책임을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법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당시 당선인)은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과 함께 공수처법에 대해 지난 5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 의원은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문희상 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의 절차와 조문에 심각한 위헌·위법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법안을 국회서 처리했다. 지난 8월4일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 개정안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또 공수처 관련 상임위는 법사위로 결정됐다.  
 

▲ 지난해 12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직자수사법이 통과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제정안에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 선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현행 공수처법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장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지체 없이 구성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각 교섭단체는 요청받은 기한 내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총 7명으로, 당연직 3명(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현행 정치 지형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처장 후보
야당 비토권

국민의힘서 위헌 소송 등을 이유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면서 공수처 출범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8월5일 “공수처 설치 법정 시한이 속절없이 늦어져 현재는 위법 상태에 있다”며 “전적으로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는 (미래)통합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국회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기한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없다”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공수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최근 민주당서 공수처 이슈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으로 공수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8개월 넘게 정체돼있던 검찰 수사가 야당 공세에 밀려 급물살을 타면서 추 장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추 장관의 아들 서씨는 2017년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미2사단지역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총 23일에 걸쳐 1·2차 병가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이 과정서 부대 복귀 시한이 지난 뒤 개인 휴가가 처리돼 휴가 미복귀 논란이 일었다. 또 추 장관 부부와 전 보좌관 등이 휴가 연장 문제로 군 관계자에게 수차례 문의 전화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서 쟁점이 됐다. 추 장관은 물론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당 논란으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원들의 잇단 법안 발의로 공수처 출범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내고 있는 것.

한동안 언급 없이 조용해
의원들 잇따라 법안 발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8일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지 않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2명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게 위원을 추천하도록 통고하고 해당 기간 내에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교섭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조직법상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해당 교섭단체 추천으로 갈음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4일에는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기한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임명·위촉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로 추천 의결을 마치고 한 차례에 한해서만 10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발끈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참으로 황당하다. 이제 민주적 대표성이 전혀 없는 사단법인을 들러리 야당으로 세워놓고 자기 맘대로 하겠다는 흉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다 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 협조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출범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과 공수처의 조합은 상상 가능한 것 중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뭐하러 한국판 두테르테가 되려고 하는지”라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로 유명하다. 

180석으로
밀어붙여?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정기국회 내에는 당연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법사위 소위원회서 논의 절차, 결의 절차 등이 있는데 모든 절차들을 그대로 밟아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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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