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나선 문정부의 두 얼굴

청와대 건든 검사들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토사구팽은 토끼 사냥을 마치고 더 이상 쓸모 없어진 개가 또 다른 사냥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 검찰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문재인정부 초기 검찰은 적폐 청산을 내세운 정부의 사냥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사냥을 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8·29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열린 온라인 합동연설회서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며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끼 잡고
먹힌 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의원의 발언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의 ‘검찰총장이 주인 무는 개’라는 발언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막말이자 망언”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개라면, 대통령이 개인 줄 알고도 임명한 것인가. 설마 대통령도 개라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발언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서 검찰을 대하는 시각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에 대한 평가는 널을 뛰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조직 자체가 청산의 대상인 적폐로 지목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문 대통령은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하면서까지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승진, 임명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25일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정부서 한직으로 좌천됐던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의 수장으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말했다. 

장관이 휘두른 인사권에
청와대 수사팀 우수수∼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검찰인사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하는 등 시작은 훈훈했다. 윤 총장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 박찬호 제주지검장(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 등이다. 

검찰과 청와대·정부·민주당의 허니문은 길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2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뛰어들면서 검찰과 당·정·청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인 지난해 10월14일에 전격 사퇴했다. 이후 지난 1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지금껏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서조차 배제되는 ‘윤석열 패싱’을 당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1월 단행된 첫 검찰인사부터 윤 총장과 인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사 대상자들의 복무평가와 인사에 대한 개략적인 구도를 남긴 인사자료인 ‘블루북(bluebook)’도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조국 수사에
허니문 끝나

윤석열 패싱 논란은 1월과 8월 검찰인사서도 이어졌다. 검찰총장이 배제된 두 번의 검찰인사는 ‘윤석열 고립’ ‘친정부 검사 약진’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윤 총장의 측근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고, 문 정부 들어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그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됐다. 

여기에 청와대 및 청와대 관계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 수사팀의 해체가 이어졌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추 장관 아들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이 수사팀 관계자들이 검찰인사 과정서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와 공소유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수사팀에 대한 인사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 등에서도 제기됐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월에 단행된 검찰인사가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문책 내지 보복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개혁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축소·조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형사부와 공판부의 확대를 추진한 것”이라며 “현안 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6월 당시 인사가 ‘문책성 인사’였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서 7월로 예정됐던 검찰인사 방향에 대한 질문에 “2월 문책성 인사에 이어 7월 인사는 형사부나 공판부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를 발탁, 전문검사 제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2월 인사는 1월23일에 단행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257명과 평검사 502명 등 759명에 대한 것이다. 당시 인사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실무 지휘했던 차장검사 3명은 모두 지방으로 발령났다. 윤 총장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가 이뤄진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조 전 장관 시절 만들었던 ‘필수 보직기간 1년’ 원칙도 지키지 않은 셈이다. 

손발 잘라
총장 고립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여주지청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부장검사들도 대거 보직이 변경됐다. 반부패수사 1∼4부장도 모조리 교체됐다. 

1월23일 인사를 통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김성주 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검사는 검복을 벗었다. 그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법무부는 김 전 부장검사를 울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초임 부장으로 근무했던 자리에 다시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좌천성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1월 검찰인사가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것이었다면 8월에는 그 자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는 작업이 이뤄졌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장은 지난 8월27일 중간간부 인사서 대구지검 형사 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삼성전자·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 등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은 각각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윤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수사 지휘했던 최성필 의정부 지검장이 올랐다.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형진휘 서울고검 검사로 정해졌다. 차장급 보직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이 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으로 채워진 셈이다. 

좌천되거나 전보되거나
빈자리 친정부 검사로

추 장관은 8월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당시 “특정 학맥이나 줄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며 “이제 검찰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7일 검찰인사 직후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장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나자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 전투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혔느냐”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을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 검찰인사서 요직을 차지한 검사장들을 무능한 장수로 빗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직제개편을 통해 정권 관련 수사는 와해되다시피 했다. 추미애 법무부의 검찰인사 기조는 특수부 축소, 형사·공판부 우대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가 추 장관 취임 이후 초토화됐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형사·공판부 검사들이 요직을 꿰찼다. 

앞서 1월에는 라임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해체됐다. 2013년 출범한 합수단은 6년 반 동안 1000명 가까운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을 다루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려 왔지만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 과정서 분해됐다. 이 과정서 라임사태의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또 8월27일 검찰인사 직전에도 직제개편 과정서 대검의 차장급 보직 4개(수사정보정책관·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공공수사정책관·과학수사기획관)가 사라졌다. 모두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대검은 “범죄 대응 역량 축소가 우려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지만 사실상 법무부 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8월 인사로
마침표 찍어

8월 인사로 추 장관의 ‘검찰 장악이 완결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체적인 수사 지휘를 맡아야 할 검찰총장은 수족이 다 잘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고, 주요 수사팀은 인사이동 과정서 와해돼 동력을 잃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권이 검찰을 ‘믿는 구석’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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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