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친문의 ‘시한부 동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0:22:28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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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도…품을 수도…동상이몽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은 현실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문(친 문재인)의 지지를 이 대표 낙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친문의 지지는 대권까지 노리는 이 대표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낙연-친문의 관계가 ‘시한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란 것을 증명해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진행된 민주당 제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서 이 대표는 60.77%의 총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21.37%), 박주민 의원(17.85%)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힘 받아

세부적으로 보면 이 대표는 45%의 비율이 반영된 전국대의원 투표서 57.20%를 얻었다. 40%가 반영된 권리당원 투표에선 63.73%, 10% 반영의 국민 여론조사와 5%의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64.02%, 62.80%를 득표했다. 득표율 중 어느 것 하나 과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득표율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세력인 친문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전국대의원으로부터 29.29%, 권리당원 14.76%를 얻었으며,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 13.51%, 권리당원 21.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권리당원의 표심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권리당원 득표율서 1∼5위를 기록한 최고위원 후보 모두가 당선됐다. 권리당원은 정기적으로 당비를 내는 열성 당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통상 권리당원들은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80만명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들 권리당원은 당내 주류세력을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이번 8·29전당대회(이하 전대)는 ‘친문 구애’의 경연장이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의 입은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외부를 저격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일례로 코로나19 재확산의 단초가 된 광화문 집회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광화문 집회가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달 17일 “광화문 집회를 대하는 태도, 전광훈 목사의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통합당의 좌클릭이) 진짜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정부여당이 공포를 조장한다는 통합당의 주장을 겨냥해 “오히려 그것을 비호하는 듯한 것이 공포스러운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변 없었다…압도적 1위
당 요직에 친문 논공행상?

후보자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이번 전대 일정 내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잊을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고,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이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 총장을 저격했다. 권력을 탐하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달 9일에는 “문재인정부의 순항과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 총장 같은 사람들은 뽑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후보였던 노웅래 의원 역시 “(윤 총장은)본연의 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저런 정치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민·한병도 당시 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도 윤 총장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 당기 흔들어보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내에선 지나친 친문 구애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해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 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의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친문 구애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의 힘을 등에 업고 176석 공룡여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개 자리는 김종민·노웅래·신동근·양향자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돌아갔다.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이다.

계파색이 옅은 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신 의원은 전대 기간 동안 여당의 공격수를 자처했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당청 관계
이상무!?

양 의원은 핵심 친문 중 한 명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의원이던 시절 영입한 인사다. 최 수석과 개인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청 소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의원은 자신의 소명이 문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민주당 지도부에 최초로 입성한 염 시장 또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를 필두로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는 이해찬 전 대표 체제보다 친문색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문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친문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사기획 비서관과 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친 김영배 의원을 정무실장에 인선했다. 또 부산 친문 핵심인 재선의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와 친문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과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친문과의 동거를 통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하나의 약점을 상쇄해야만 대권에 보다 가까워진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향후에도 핵심 친문으로 편입되기는 힘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열린우리당 사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1월 친노는 민주당을 구태의연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개혁파들을 규합,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동교동계가 중심인 민주당은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과 연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결국 탄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후로도 앙금은 계속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는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했다.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친노가 주류가 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동교동계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낙연계’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이 동교동계와 전남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막내 격이며, 이개호 의원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3선을 했다.

지역적 한계
뛰어넘나?

친문과의 동거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 대표의 지역적 한계 역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표심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이 대표에게 플러스 알파는 친문이다.
 

▲ 발언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친문과의 동거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약점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당정청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당내 친문 세력을 아우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대표의 대권주자 선호도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운명을 함께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대담서 “이 대표는 친문에 얹혀갈 것이다. 문재인 시즌 2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며 “차기 주자들도 당분간 저쪽(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강성 친문에게 예쁨 받을 소리만 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내다봤다.

문정부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동산 대책과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대 기간 동안 이들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대해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8·4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앞선 평가와 일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윤 총장은) 잊을 만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외연 확장 걸림돌
김경수 돌아온다면?

반면 친문은 이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땅한 친문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 대표를 이번 전대에서 밀어줬다는 분석이다.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후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가 차기 대권에 주자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이뤄진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법족쇄’를 풀어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는 이 대표와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28일 실시하고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4.6%를 기록하며 1위를, 이 지사는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였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이 대표는 1%포인트 하락, 이 지사는 3.7%포인트 오른 결과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법 족쇄
푼다면…

막상막하의 양강구도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친문의 선택이 이낙연·이재명·김경수 중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세 번째 코로나 검사, 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세 번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 시 같이 있었던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격리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간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검사를 받았다.

8·29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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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피’ 주가 어두운 그늘

‘6000피’ 주가 어두운 그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불장’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아무리 내다 팔아도 그 수요를 전부 개인, 즉 개미가 받아먹는 모양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시장으로 진입하는 개미도 늘고 있다. 달리는 호랑이에 날개까지 생긴 듯한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놨을 때 국민 대다수는 반신반의했다. 전문가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5000에 이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4000도 터치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전인미답’. 즉, 아무도 밟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폭발적 성장세 이 대통령의 공약은 부동산에 몰리는 돈의 흐름을 주식시장으로 돌리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실제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의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이전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을 거듭했다. 특히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더욱 몰렸다. 한국 상장기업 주식의 가치 평가가 수준이 비슷한 외국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돼있다는 말은 꾸준히 있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으로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개미(개인 투자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돈이 몰리지 않았다. 실제 개미들은 미장(미국 주식시장)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들어 정부 차원의 ‘증시 띄우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10월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4000선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월22일에는 5000선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5일 6000까지 뚫었다. 파죽지세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의 속도다. 지난해 6월 300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불과 8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이례적인 속도와 증가 폭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주가가 상반기에 7000선까지 갈 것으로 일제히 예상했다. 현재보다 1000포인트가량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글로벌 투자은행은 코스피 8000 돌파 가능성을 제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코스피 연간 상단을 7300포인트로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7250포인트, NH투자증권도 7300포인트로 상향했다. 교보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코스피 고점 전망을 7000대로 높였다. 8000선을 제시한 곳은 노무라증권이다. 상법 개정의 실질적 이행,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개선, 주주권 보호의 후퇴 방지 등이 담보되면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대선 공약 8개월 만에 2배로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개미들의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나만 뒤처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포모(FOMO) 증후군이 확산하는 등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개미의 참여가 주가를 ‘쭉쭉’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연일 SNS로 부동산을 잡겠다고 나선 이 대통령의 의지도 주식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에게 주어지던 중과세 유예 특혜를 예정대로 오는 5월9일 종료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책이 연장될 것이라는 다주택자들의 기대를 꺾고 그들이 내놓는 매물이 공급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21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였던 시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이 했던 발언을 공유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저는 우리 국민께서 이 자산시장 중에서도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에서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며 “주식시장이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적인 시장이 돼야 한다”며 SNS에 “주식시장 개혁, 자본시장 선진화, 주택시장 안정,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된다”고 적었다. 그는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지금은 휴면 개미인데, 꽤 큰 개미 중 하나였다. 제가 정치를 그만두면 다시 또 주식시장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99.9%”라며 “제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져 상당 기간은 정치를 안 하겠다 싶어 그때 나름 연구 끝에 조선주를 좀 사 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는 바람에 ‘방산주 산 거 아니냐’는 해괴한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제가 그때 손해를 보고 도로 팔았다. 지금은 세 배가 넘게 올랐더라”고 부연했다. 너도나도 시장 진입 주가조작 신고포상금을 크게 늘리겠다는 뜻도 비쳤다. 특히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에 이를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 신고포상금 확대 정책을 소개하며 이억원 금융위윈장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제 주가조작 신고 시 수십억, 수백억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팔자 고치는 데는 로또보다 확실히 쉽다”며 “주가조작 이제 하지 마십시오. 주가조작 패가망신!”이라고 경고했다. 다주택자 관련 정책으로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더 이상 큰 메리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게끔 일종의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이재명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개미들이 호응하면서 주식시장은 천장 없는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시장 진입에 필요한 총알을 ‘어디서’ 갖고 오느냐다. 상승장이 거듭되자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시장에 뛰어드는 개미 투자자 가운데 신용거래 융자를 활용한 이른바 ‘빚투’ 투자자가 늘고 있다. 그 규모는 지난달 24일 기준 32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 1월 말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채 한 달도 안 돼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신용거래 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제도다. 상승기에는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정장이 오면 반대매매(강제청산)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일정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제도다. 빚투 늘고 고용 낮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반기면서도 반대로 강한 조정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때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투자자가 바로 빚을 내 시장에 진입한 이들이다. 갚아야 할 돈이 있기에 ‘버티는 힘’ 자체가 약해지고 그러다 보면 시장이 요동칠 때 ‘패닉셀(공포 매도)’의 가능성도 일반 투자자에 비해 커진다. 또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내용은 주식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든 것과 비교해 실물, 체감경기가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 지표도 있지만 주가 상승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루에도 몇백 포인트씩 오르는 주식시장을 보면 실물 경기와의 괴리가 체감되는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안 그래도 어렵던 경제가 폭삭 주저앉았다. 단순히 연말 연초 대목을 놓친 수준이 아니라 소비심리 자체가 가라앉았다. 특히 대통령 탄핵, 서울서부지법 사태, 조기 대선 등 각종 정치 관련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선 곡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는 말이 쏟아질 정도였다. 이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건 그런 이유였다. 이 대통령은 민생 회복과 내란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차례로 나오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죄 혐의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내란 이슈와 관련해서는 종합 특검도 예정돼있다. 결국 남은 건 민생 회복 부분이다. 주가는 치솟고 있는데 고용 동향이나 소비, 물가 등 실물 경제지표는 좀처럼 뜨질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역성장했다. 취업자 증가 폭도 13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실물 경제와 괴리 드러났다 한국은행, 올해 성장률 상향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98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8000명 늘었다. 증가 폭은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2024년 1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한 게 구조적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제조업 업황 부진 등이 고용시장 한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배경에 AI(인공지능)의 성장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2023년부터 추세적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이후 기술적 조정이 있었다”면서 “인공지능 발전으로 신입 직원 채용이 둔화한 것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특별·광역시 구 단위 취업자 수는 1158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만명 줄었다. 고용률은 58.8%로 0.2%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하반기 기준 첫 하락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청년층(15~29세)만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30대와 50대는 늘었고 나머지 연령대는 전년과 같았다. 특별·광역시 지역은 시·군 지역보다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아서 청년층 고용 부진이 전체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쉬었음’ 인구가 역대급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상황의 방증이다. ‘쉬었음’은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쉬었음’과 ‘취업 준비’ 등으로 분류되는 ‘기타 비경제활동 인구’는 195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직전 최대치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21년 188만5000명으로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회복 조짐 괜찮을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서서히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높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1.0%)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