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친문의 ‘시한부 동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07 10:22:28
  • 호수 12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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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도…품을 수도…동상이몽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은 현실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문(친 문재인)의 지지를 이 대표 낙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친문의 지지는 대권까지 노리는 이 대표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낙연-친문의 관계가 ‘시한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란 것을 증명해냈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서 진행된 민주당 제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서 이 대표는 60.77%의 총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21.37%), 박주민 의원(17.85%)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힘 받아

세부적으로 보면 이 대표는 45%의 비율이 반영된 전국대의원 투표서 57.20%를 얻었다. 40%가 반영된 권리당원 투표에선 63.73%, 10% 반영의 국민 여론조사와 5%의 일반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64.02%, 62.80%를 득표했다. 득표율 중 어느 것 하나 과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득표율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세력인 친문이다. 이 대표가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전국대의원으로부터 29.29%, 권리당원 14.76%를 얻었으며, 박 의원은 전국대의원 13.51%, 권리당원 21.5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권리당원의 표심은 당대표 선거를 넘어 최고위원 선거의 당락을 가를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권리당원 득표율서 1∼5위를 기록한 최고위원 후보 모두가 당선됐다. 권리당원은 정기적으로 당비를 내는 열성 당원을 뜻한다. 


이 때문에 통상 권리당원들은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수는 80만명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이들 권리당원은 당내 주류세력을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이번 8·29전당대회(이하 전대)는 ‘친문 구애’의 경연장이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의 입은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외부를 저격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일례로 코로나19 재확산의 단초가 된 광화문 집회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광화문 집회가 있은 지 이틀 후인 지난달 17일 “광화문 집회를 대하는 태도, 전광훈 목사의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통합당의 좌클릭이) 진짜인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정부여당이 공포를 조장한다는 통합당의 주장을 겨냥해 “오히려 그것을 비호하는 듯한 것이 공포스러운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이변 없었다…압도적 1위
당 요직에 친문 논공행상?

후보자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는 이번 전대 일정 내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잊을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고, 김 전 의원은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이나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 총장을 저격했다. 권력을 탐하는 윤 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달 9일에는 “문재인정부의 순항과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 총장 같은 사람들은 뽑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후보였던 노웅래 의원 역시 “(윤 총장은)본연의 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저런 정치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종민·한병도 당시 최고위원 후보 등 이른바 친문 인사들도 윤 총장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 당기 흔들어보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내에선 지나친 친문 구애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에 대해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 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의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친문 구애는 성공적이었다. 이 대표는 권리당원의 힘을 등에 업고 176석 공룡여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개 자리는 김종민·노웅래·신동근·양향자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돌아갔다.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5명이다.

계파색이 옅은 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신 의원은 전대 기간 동안 여당의 공격수를 자처했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추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당청 관계
이상무!?

양 의원은 핵심 친문 중 한 명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의원이던 시절 영입한 인사다. 최 수석과 개인적으로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청 소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의원은 자신의 소명이 문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성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민주당 지도부에 최초로 입성한 염 시장 또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를 필두로 새롭게 구성된 지도부는 이해찬 전 대표 체제보다 친문색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든 문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친문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친문 핵심인 박광온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사기획 비서관과 문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친 김영배 의원을 정무실장에 인선했다. 또 부산 친문 핵심인 재선의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대표와 친문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점과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친문과의 동거를 통해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하나의 약점을 상쇄해야만 대권에 보다 가까워진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향후에도 핵심 친문으로 편입되기는 힘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열린우리당 사태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1월 친노는 민주당을 구태의연한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개혁파들을 규합,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동교동계가 중심인 민주당은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과 연합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결국 탄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후로도 앙금은 계속됐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동교동계는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했다. 이는 호남 세력이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불러왔고, 친노가 주류가 된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호남 참패를 맞았다. 동교동계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다.

이 대표는 동교동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낙연계’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이 동교동계와 전남에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막내 격이며, 이개호 의원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만 3선을 했다.

지역적 한계
뛰어넘나?

친문과의 동거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 대표의 지역적 한계 역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역대 호남 출신 대통령은 DJ가 유일하다. 이후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대권주자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생당 정동영 전 의원이 DJ 이후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였다.

‘호남 후보 필패론’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 표심만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DJ 역시 충청의 맹주인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결성한 후에야 대권을 쥘 수 있었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이 대표에게 플러스 알파는 친문이다.
 

▲ 발언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친문과의 동거는 양날의 검이다. 이 대표의 약점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당정청 ‘원팀’ 기조를 유지하며 당내 친문 세력을 아우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문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인 이 대표의 대권주자 선호도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운명을 함께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대담서 “이 대표는 친문에 얹혀갈 것이다. 문재인 시즌 2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다”며 “차기 주자들도 당분간 저쪽(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강성 친문에게 예쁨 받을 소리만 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내다봤다.

문정부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동산 대책과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대 기간 동안 이들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대해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8·4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앞선 평가와 일치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일부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윤 총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윤 총장은) 잊을 만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며 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외연 확장 걸림돌
김경수 돌아온다면?

반면 친문은 이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땅한 친문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 대표를 이번 전대에서 밀어줬다는 분석이다.

친문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군으로는 이낙연·이재명·김경수·정세균·김부겸 등이 꼽힌다.

친문 적통이라고 불릴 만한 후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일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그가 차기 대권에 주자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심 선고를 앞두고 김 지사에게 징역 총 6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원심 공판서 피고인(김 지사)이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적 여론조사 행위에 관여하고 선거 공정성을 해친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국민의 정치적 결정을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2심 선고는 오는 11월6일에 이뤄진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법족쇄’를 풀어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는 이 대표와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다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4∼28일 실시하고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4.6%를 기록하며 1위를, 이 지사는 23.3%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3%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였다. 지난달 조사에 비해 이 대표는 1%포인트 하락, 이 지사는 3.7%포인트 오른 결과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법 족쇄
푼다면…

막상막하의 양강구도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역시 사법 족쇄를 풀어낸다면, 민주당 대권구도는 삼각구도로 재정립될 공산이 크다. 2심 선고 전임에도 부산 지역 친문을 중심으로 ‘김경수 대권 플랜’이 거론된다. 친문의 선택이 이낙연·이재명·김경수 중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세 번째 코로나 검사, 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세 번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예방 시 같이 있었던 이종배 정책위의장의 비서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격리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간접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검사를 받았다.

8·29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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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