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대 내부고발’ 교육부 묵살 의혹

30억 마음대로 주고 ‘알아서 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부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게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입니다.” 한 사립대학 내부고발자의 말이다. 교육부가 학내 비리 의혹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가 4500여건에 달하고 비위 액수는 4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위 행위자의 90% 이상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경고’나 ‘주의’ 처분에 그쳤다”며 교육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비리 넘쳐도
교피아 보호?

그러면서 “대학에 재취업한 교육부 퇴직 공직자가 최소 113명에 이를 정도로 대학 전반에 ‘교피아’의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원인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교육부가 2018년 이후 총 30개 사립대학 감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모든 대학이 사립학교법을 어기고 교비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오직 1개 대학만 형사고발하고 나머지는 주의·경고 수준의 처분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 감사를 법대로 집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방기했다”며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감사한다면서 외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솜방망이 처벌의 배후에 이른바 ‘교피아’라고 하는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감사원이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소재 4년제 대학인 KC대학교가 2018년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특정 항목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내 교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2년에 걸쳐 최소 3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교육부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3년 간격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정원감축이나 재정지원과 연계한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2018년에 진행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의도적으로 높여?
재임용 기간만료-승인 6개월 공백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Ⅰ, Ⅱ)으로 구분했다. 상위권인 자율개선대학은 정원감축 없이 재정지원을 받지만 하위권인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일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도 제한이 생긴다. 


결과에 따라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면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 살생부’로 불렸다. 실제 2018년 9월 교육부가 최종 결과를 발표한 이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대학들은 총장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KC대는 입시비리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본역량 진단서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로부터 매년 16억원씩 2년 동안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진단 지표 중 하나였던 ‘전임교원 확보율’과 관련해 KC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전임교원이 아닌 교수를 전임교원으로 포함시켜 비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항목에 포함된 지표로 전임교원 수를 교원 법정정원 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교원 법정정원이 10명인데 전임교원을 6명 확보했다면, 해당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60%인 셈이다. 교육부가 정한 사립대의 만점 기준은 71.257%.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각 년도 4월1일을 기준으로 2016∼2018년 3년간 대학의 평균 전임교원 확보율이 71.257%를 넘으면 10점 만점을, 이보다 낮으면 비율에 따라 감점이 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교육 과정·강의 개선 ▲수업 관리 및 학생 평가 ▲학생 충원율과 함께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 10점을 배점했다.

2015년(8점)과 비교해 배점이 2점 늘었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C대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016년 77.6%, 2017년 75.8%, 2018년 66.2%로 3년 평균값이 73.2%다. 사립대 만점 기준인 71.257%를 상회한다. 하지만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10%p가량 상향 조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대로라면 KC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에서 10점을 받을 수 없다. 

대학 등급에
희비 엇갈려

KC대의 2018년 교원 법정정원은 65명이다. KC대가 2018년 확보했다고 공시한 전임교원은 43명. 하지만 이중 7명이 이사회 결렬로 2018년 2월28일 기준 재임용이 거부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18년 4월1일 당시 7명의 교수들은 당시 전임교원 신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KC대가 확보한 전임교원 수는 43명서 7명이 빠진 36명으로 2018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55.4%까지 떨어진다. 3년 평균도 69.6%로 만점 기준에 못 미친다.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3월26일 ‘재임용 기간만료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2018년 2월28일로 교원 임용 기간 만료’라는 심사 결과와 함께 ‘이사회가 결렬됨으로 인해 교원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하였음’이라는 사유가 기록돼있다. 재임용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7년 동안 KC대 교수로 재직할 수 있다.


앞서 KC대 측은 같은 해 1월12일에도 이사회 결렬로 인해 재임용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임용 심사 통보서’를 통해 교수들에게 전달했다. 통상 재임용 심사는 재임용 기간 만료 3개월 전에 진행된다. 제대로 진행됐다면 7명의 교수들은 이미 2017년 11월 가량에 재임용 심사를 받고 가부가 결정됐어야 한다. 

당시 KC대 측은 7명 교수들의 재임용 심사를 두고 굉장히 다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기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권모 교수는 2018년 3월 이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너무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늦은 시간에 또 한 번 문자를 보낸다”며 “이사님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교수 재임용건은 대학을 위해 꼭 처리해주셔야 하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KC대 총장이자 당시 대학평가위원장이었던 이모 교수 역시 한 이사회 이사에게 “교수 통계 기준인 4월1일 이전으로는 마지막 기회인데 다시 한 번 꼭 좀 부탁드린다”며 “7명의 교수가 모두 탈락되면 전임교원 확보율 지표의 9%가 하락돼 결정적인 감점요인이 된다. 학교를 위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사회 결렬
재임용 탈락

하지만 이후에도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고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 7명에 대한 재임용 심사는 2018년 7월26일 열린 제16-2차 이사회에 이르러서야 승인됐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7명의 교수들이 “2018년 9월1일자로 재임용 승인이 결정됐다”고 명시돼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을 끝으로 재임용 기간이 만료됐다가 그해 9월1일에 재임용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2018년 3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까지는 KC대 전임교원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KC대가 3∼4월 재임용 기간 만료 통보를 받은 교수들의 사학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중 한 교수는 “사학연금을 내지 않았다면 어디서든 통보가 왔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5월부터는 월급도 지급됐다. 이들 중 일부 교수들이 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지급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7명 교수들에 대한 재임용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왜 월급은 5월부터 나갔으며, 왜 3∼4월에는 연금을 학교서 대납해 준 건가”라고 지적했다. 재임용 심사가 진행돼 교수들의 신분이 전임교원으로 확정됐다면 3월부터 월급이 지급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pixabay

KC대 박모 기획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학연금을 내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3∼4월 월급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7명의) 교수들에게 재임용 거부 처분을 통보한 시기가 3월26일인 만큼 KC대 규정에 따라 해당 학기 말일까지 재임용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KC대 ‘교원 재임용 규정’ 제7조(재임용 기간 계산) 2항에 따르면 ‘학기 도중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자에 대해 그 기간이 만료되는 날이 속하는 학기의 말일을 임용 기한의 만료일로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KC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재임용 기간이 학기 중에 만료된 교수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7명의 교수들은 2018년 2월28일에 이미 재임용 기간이 만료되면서 교원 신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7명의 교수들 역시 자신의 재임용 기간이 2018년 2월28일에 만료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료 다 첨부했지만 1년째 답변 없어
통화 안 되거나 다른 부서로 떠넘겨

박 처장은 “이 문제는 교육부서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라며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여러 번 자료를 제출했는데, 교육부에선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서 공문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KC대에서도 그냥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로 공을 넘긴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KC대 학내 교수나 관계자들의 민원 제기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원인들에 따르면 KC대의 답변을 그대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다. KC대 관계자는 “그나마 1차와 2차 민원에 대해서는 답변 시늉이라도 하더니 모든 자료를 제대로 다 첨부한 3차 민원에 대해서는 1년 넘게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KC대서 너무나 명백한 불법이 저질러졌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 줬다. 학내 유력 인사, 이사회, 총장 등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변화를 촉구했지만 끝내 무시했다”며 “교육부에도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학교 입장을 ‘복사·붙여넣기’ 한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C대 관계자는 “교육부서 30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에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확인 조치 한 번 거치질 않았다. 설사 처음에는 몰랐더라도 학내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으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학교의 입장만 듣고 그대로 답변할 거면 교육부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결국 지원금도 세금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들이 민원을 제기할 당시 이사회는 일부 이사가 교육부서 파견된 관선 이사 체제였다”며 “교수들이 그렇게 문제제기를 해도 묵살됐던 건 그런 이유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대학서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 구조위를 통해 감점 조치가 이뤄진다. 사업비 지원이 제한되거나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KC대 전임교원 확보율 허위 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혹이지 않나, 확인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공넘긴 학교

이 관계자는 “민원과 관련해서는 사립대학과나 감사관실로 문의해보는 게 맞을 듯싶다”며 “저희 부서에선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보실을 통해 다시 묻자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를 하는 관계자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쪽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전했다. 한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민원이 오면 관련된 부서가 처리한다”며 또 다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업무 관계자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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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