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식 ‘단두대 인사’ 막전막후

수족 잘리고 목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법무부 장관 입성 직후부터 일관적으로 ‘윤석열 힘 빼기’에 몰두해 온 ‘추미애 법무부’의 인사 방식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윤 총장은 임기를 11개월 앞두고 완벽한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개혁은 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핵심 정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운 방안들은 ‘검찰권력 약화’에 집중됐다. 인지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줄이고 검찰총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직제개편과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추, 칼질
문,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공수표로 만들면서까지 추 장관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첫 대선 출마 당시 “검찰총장 임명권은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 MB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직접 말했다.

2017년 두 번째 대선 출마 때 내놓은 대선 공약집에도 ‘검찰 인사 중립성, 독립성 확보’ 부분이 있다. 독립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있어 권력 개입을 차단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월초 검찰 인사 과정서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까지 1월과 8월 2번에 걸친 ‘추미애발 인사’의 핵심은 ‘윤석열 힘 빼기’로 귀결된다. 특히 검찰인사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은 추 장관 취임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1월 인사에선 ‘윤석열 패싱’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8월 인사는 별다른 언급 없이 진행됐다. 윤 총장을 배제한 검찰인사가 거듭될수록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실제 ‘검찰 대학살’로 불리는 1월 인사 당시 윤 총장의 측근은 모두 잘려나갔다. 그와 비교해 친정부 검사들은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간부들이 대거 주요 요직에 발탁되거나 유임됐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하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제기된 논란으로 책임론이 불거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폭행,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윤석열 겨냥 인사 ‘완성’
수족 다 잘린 ‘식물총장’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무 지휘를 담당했던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각각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또 추 장관을 보좌하던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을 지낸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고위간부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받은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인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통상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좌천성 보직을 받은 문 전 지검장은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전투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힌 것인가”라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 대검찰청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사법참사’라고 칭하면서 “장관께서는 5선 의원과 여당 대표까지 역임하신 비중 있는 정치인이시다. 이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추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지검장은 앞서 2월 대검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 때도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를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 지검장을 면전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의 인사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중간간부 인사로 ‘윤석열 힘 빼기’가 완성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이 불과 1년 만에 ‘추미애 검찰’로 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장 라인
좌천 되고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 자리는 모두 바뀌었다. 1차장에는 이성윤 지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2차장에는 최성필 의정부지검 차장이 임명됐다.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받았다. 검찰 직제개편으로 공공수사부가 2차장 산하서 3차장 산하로 옮겨지면서 구 대변인은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 

4차장에는 서울고검 소속으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에 파견됐던 형진휘 검사가 낙점됐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1·2부, 경제범죄형사부 등 직접수사 기능은 4차장 산하로 집중될 예정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서 한동훈 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었던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정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들은 6명 중 5명이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유임 신청에도 직책을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좌천됐다.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합병 의혹’ 수사팀장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았던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한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로 평가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 박원순 팔짱’ 논란의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으로 발령받았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의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진 검사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SNS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공개하면서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고 언급해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한 달 뒤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해복구 봉사 사진을 올리며 “여사님은 서울의 좋은 집에서 자라시고 음악을 전공하신 후 서울시향 합창단서 단원으로 선발되셨다”며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고 언급해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비판을 받았다. 진 검사는 인사 발표 직후 “자신이 (서울에)지망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장관 라인
전진 배치

진 검사의 인사이동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징계 대신 추미애 아들 수사청으로 배려성 전보된 친문 여검사”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일선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기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우수 형사부장, 우수 인권감독관, 우수 고검검사 등을 적극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는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개편안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대검찰청은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 약화가 우려된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직제개편안은 수사정보기획관, 반부패·강력부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등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검사급 4자리를 없애는 내용이 골자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형사부는 1∼3차장 산하로 확대·분산 배치되고 반부패부와 경제범죄형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4차장 산하로 이동하는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인사위원회(이하 검찰인사위)는 “검사장 승진에 따른 공석 충원 및 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시행에 앞서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검찰 직제개편이 불가피해 실시되는 인사”라며 “직제개편으로 전담업무가 조정될 경우 그에 맞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부서장과 이를 지휘할 차장급 검사 전보가 필요하다”고 인사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검복 벗는 수뇌 늘어나
조직에 대한 불만 표출?

문제는 검찰 내부의 변화다. 지난 7일 고위간부 인사 이후 문 전 지검장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전성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도 사의를 표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했던 이건령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도 검찰을 떠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과장은 지난 25일 오전 이프로스에 “바뀌어진 사법환경서도 훌륭한 동료 선후배들이 세계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지난한 업무를 새로운 시각서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바뀌어진 사법환경서도 종래 해왔듯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의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신다면 장차 국민이, 국가가 검찰을 믿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죄송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직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중간간부 인사 단행 이후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검사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들어 올해 7월까지 검찰을 떠난 검사는 280명이다. 임기를 모두 채운 문무일 전 검찰총장 및 정년퇴직 5명, 형사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은 4명을 제외하면 총 270명이 스스로 검찰을 떠난 셈이다. 

사직 시기는 인사 전후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정기인사가 단행된 1∼2월, 7∼8월 사이에 집중됐다. 문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2017년 7월부터 고위·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된 8월까지 퇴직한 인원은 45명이다. 이후 반년 동안 퇴직자는 1명에 불과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이 된 지난해 여름 인사 이후에는 무려 74명의 검사가 옷을 벗었다. 올해 추 장관 첫 검찰인사가 진행된 1∼2월에는 28명이 검찰을 떠났다. 

인사 시즌
줄사표 내

최근 들어서는 인사 시즌이 지나고도 검복을 벗는 검사들이 매달 나오고 있다. 올해에만도 3월에 1명, 4월에 3명, 5월에 4명, 6월에 1명, 7월에 2명이 퇴직했다. 이를 두고 조직에 불만이 쌓이고 실망한 검사들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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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