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식 ‘단두대 인사’ 막전막후

수족 잘리고 목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법무부 장관 입성 직후부터 일관적으로 ‘윤석열 힘 빼기’에 몰두해 온 ‘추미애 법무부’의 인사 방식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윤 총장은 임기를 11개월 앞두고 완벽한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개혁은 문재인정부를 상징하는 핵심 정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운 방안들은 ‘검찰권력 약화’에 집중됐다. 인지수사 부서인 특수부를 줄이고 검찰총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직제개편과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추, 칼질
문,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공수표로 만들면서까지 추 장관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첫 대선 출마 당시 “검찰총장 임명권은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 MB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고 직접 말했다.

2017년 두 번째 대선 출마 때 내놓은 대선 공약집에도 ‘검찰 인사 중립성, 독립성 확보’ 부분이 있다. 독립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있어 권력 개입을 차단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월초 검찰 인사 과정서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까지 1월과 8월 2번에 걸친 ‘추미애발 인사’의 핵심은 ‘윤석열 힘 빼기’로 귀결된다. 특히 검찰인사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은 추 장관 취임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1월 인사에선 ‘윤석열 패싱’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8월 인사는 별다른 언급 없이 진행됐다. 윤 총장을 배제한 검찰인사가 거듭될수록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실제 ‘검찰 대학살’로 불리는 1월 인사 당시 윤 총장의 측근은 모두 잘려나갔다. 그와 비교해 친정부 검사들은 문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간부들이 대거 주요 요직에 발탁되거나 유임됐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이하 검언유착 의혹 사건)서 제기된 논란으로 책임론이 불거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폭행,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윤석열 겨냥 인사 ‘완성’
수족 다 잘린 ‘식물총장’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실무 지휘를 담당했던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각각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또 추 장관을 보좌하던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을 지낸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진했다. 

고위간부 인사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받은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인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통상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좌천성 보직을 받은 문 전 지검장은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전투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힌 것인가”라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 대검찰청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사법참사’라고 칭하면서 “장관께서는 5선 의원과 여당 대표까지 역임하신 비중 있는 정치인이시다. 이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추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지검장은 앞서 2월 대검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 때도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를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 지검장을 면전서 비판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의 인사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중간간부 인사로 ‘윤석열 힘 빼기’가 완성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이 불과 1년 만에 ‘추미애 검찰’로 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장 라인
좌천 되고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 자리는 모두 바뀌었다. 1차장에는 이성윤 지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2차장에는 최성필 의정부지검 차장이 임명됐다.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던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받았다. 검찰 직제개편으로 공공수사부가 2차장 산하서 3차장 산하로 옮겨지면서 구 대변인은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 

4차장에는 서울고검 소속으로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에 파견됐던 형진휘 검사가 낙점됐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1·2부, 경제범죄형사부 등 직접수사 기능은 4차장 산하로 집중될 예정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서 한동훈 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었던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정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들은 6명 중 5명이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유임 신청에도 직책을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좌천됐다. 정진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대구고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합병 의혹’ 수사팀장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맡았던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한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로 평가된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 박원순 팔짱’ 논란의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으로 발령받았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의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진 검사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SNS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을 공개하면서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고 언급해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한 달 뒤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해복구 봉사 사진을 올리며 “여사님은 서울의 좋은 집에서 자라시고 음악을 전공하신 후 서울시향 합창단서 단원으로 선발되셨다”며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고 언급해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비판을 받았다. 진 검사는 인사 발표 직후 “자신이 (서울에)지망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장관 라인
전진 배치

진 검사의 인사이동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징계 대신 추미애 아들 수사청으로 배려성 전보된 친문 여검사”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일선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기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우수 형사부장, 우수 인권감독관, 우수 고검검사 등을 적극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는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개편안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대검찰청은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 약화가 우려된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직제개편안은 수사정보기획관, 반부패·강력부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등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검사급 4자리를 없애는 내용이 골자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형사부는 1∼3차장 산하로 확대·분산 배치되고 반부패부와 경제범죄형사부, 공정거래조사부 등 4차장 산하로 이동하는 등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인사위원회(이하 검찰인사위)는 “검사장 승진에 따른 공석 충원 및 개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시행에 앞서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검찰 직제개편이 불가피해 실시되는 인사”라며 “직제개편으로 전담업무가 조정될 경우 그에 맞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부서장과 이를 지휘할 차장급 검사 전보가 필요하다”고 인사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검복 벗는 수뇌 늘어나
조직에 대한 불만 표출?

문제는 검찰 내부의 변화다. 지난 7일 고위간부 인사 이후 문 전 지검장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지휘했던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전성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도 사의를 표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했던 이건령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도 검찰을 떠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과장은 지난 25일 오전 이프로스에 “바뀌어진 사법환경서도 훌륭한 동료 선후배들이 세계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지난한 업무를 새로운 시각서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바뀌어진 사법환경서도 종래 해왔듯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의 맡은 바 업무를 묵묵히 해나가신다면 장차 국민이, 국가가 검찰을 믿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죄송스럽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사직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중간간부 인사 단행 이후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검사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들어 올해 7월까지 검찰을 떠난 검사는 280명이다. 임기를 모두 채운 문무일 전 검찰총장 및 정년퇴직 5명, 형사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은 4명을 제외하면 총 270명이 스스로 검찰을 떠난 셈이다. 

사직 시기는 인사 전후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정기인사가 단행된 1∼2월, 7∼8월 사이에 집중됐다. 문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2017년 7월부터 고위·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된 8월까지 퇴직한 인원은 45명이다. 이후 반년 동안 퇴직자는 1명에 불과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이 된 지난해 여름 인사 이후에는 무려 74명의 검사가 옷을 벗었다. 올해 추 장관 첫 검찰인사가 진행된 1∼2월에는 28명이 검찰을 떠났다. 

인사 시즌
줄사표 내

최근 들어서는 인사 시즌이 지나고도 검복을 벗는 검사들이 매달 나오고 있다. 올해에만도 3월에 1명, 4월에 3명, 5월에 4명, 6월에 1명, 7월에 2명이 퇴직했다. 이를 두고 조직에 불만이 쌓이고 실망한 검사들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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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