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 관전 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31 10:26:38
  • 호수 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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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가시밭, 곳곳이 지뢰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정활동의 꽃인 정기국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부동산대책·4차 추경 등 민감한 사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공방으로 희뿌연 화약 연기가 자욱해질 정기국회의 현장을 미리 살펴봤다.
 

▲ 본회의 참석한 김태년(더불불어민주당, 사진 왼쪽)·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여야가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현안에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합의를 이뤘다. 

첫 단추
기싸움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오는 9월1일 개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기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국정감사 순으로 진행된다. 또 양당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등 5개 국회 특위 구성에도 뜻을 모았다.

이번 정기국회는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에 매진할 전망이다.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권력기관 개혁법 등이다.


앞서 문정부는 6·17부동산대책을 발표, ‘법인 부동산’ 세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반대 1인, 기권 1인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민주당이 통합당의 반대를 뚫고 이뤄낸 결과다. 당시 통합당은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통합당은 부동산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서 처리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통합당 간사 류성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반대 토론자로 나서 “부동산 3법의 안건상정절차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밝힌다”며 “국회법 제58조에 규정된 소위원회 법안심사를 건너뛴 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사들이 합의한 소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의원들이 조세소위를 요구하며 반대한다는 이유로 무산시켰다는 주장이다.

부동산·행정수도 격전 예상
2차 재난지원금도 지급되나?

여야 사이에는 여전히 스파크가 튄다. 지난 20일 기재위 회의장은 막말과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부동산 3법 강행 처리의 책임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었다. 의사진행 발언서 김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법 절차도 무시하고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고 난 다음 오늘 소위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위원장이 그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시도 않았다”며 “참 염치가 없다, 뻔뻔하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김 의원의 말을 받아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더 뻔뻔하다”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나”라고 김태흠 의원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이 “뭐가 함부로 해. 말 그 따위로 할래. 어린 것이...”라며 “이렇게 됐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분노했고, 김경협 의원은 “동네 양아치가 하는 짓을 여기서 하려고 한다”고 따졌다.
 

▲ 악수 나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두 사람의 설전은 윤후덕 기재위원장의 만류에도 3분여 동안이나 지속됐다.

여야의 갈등은 정기국회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부동산대책 후속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표준임대료제 도입을 위한 주거기본법 개정안, 주택 임대차 관계서 발생하는 분쟁의 심의·조정을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하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윤호중 의원은 주거기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표준임대료를 정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자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추진에 총대를 메고 있다. 비법조인 출신의 첫 법사위원장인 윤 의원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법사위원장직 제의를 받아들이며, 임대차법 처리를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정조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은 부동산 3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그중 윤 의원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2법의 처리를 주도했다.

정기국회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는 8월 결산국회서 여야 갈등의 조짐이 드러났다. 임시회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176석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 등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적극 활용해 공세에 나선다. 전세 품귀 현상의 원인을 전월세상한제로 돌리고,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율 상향을 ‘세금폭탄’으로 규정, 문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정을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부·여당은)집값 폭등 문제도 그저 세금 폭탄을 터뜨리고, 조금이라도 재산이 있으면 죄악시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이 저희(통합당)의 동의 없이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는데, (집값이) 진정되기는커녕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편성 논의도 지뢰밭이다. 수해 피해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앞으로 두 달 정도 경제가 다시 얼어붙을 것 같다”며 “정책위 차원의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2차 재난지원금도 검토를 해보자”고 전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4차 추경이 필수적이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본예산과 추경 편성이 동시에 논의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수해 지원 등은 예비비 활용으로 가능하며, 가을에 태풍 등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빠른 추경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 대해 “복구예산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추경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금 확보된 예산으로 지원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차 추경
결론나나?


통합당은 4차 추경에 신중한 민주당을 압박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을 추진하더니, 수해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에는 주저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서 “앞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재난 지원금은 빚을 내서라도 하겠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4차 추경에 여당 대권주자들까지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서 열린 목요대화서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과감히 한두 번 더 지급하는 게 오히려 재정적 이익을 보고 경제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 ▲▲ 본회의 중인 국회 본회의장 ⓒ고성준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치권에서 이미 추경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번 수해를 입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최대 전쟁터로 예상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문제는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은 속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9∼11월 석 달 정도는 당과 원내대표단 안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출범에 강경했던 기존 입장과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공수처 출범 법정 시한(7월15일)을 넘긴 점을 지적하며, 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지난 18일)까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을 선임해 법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현 상황을 민주당 지도부가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겨 속도전의 실익을 상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자칫 윤 총장만 띄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때 윤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이은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윤리특별위원회 외 4개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그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의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수도 이전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

여야 5·18 한목소리?
공수처는 속도 조절

‘어게인 2002’다. 지난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충청권 민심을 얻는 결정적 한마디였다. 이회창 후보를 2.3% 포인트 차로 꺾고 16대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7월 정부혁신·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동북아 경제 중심에 방점을 찍고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그해 12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헌재는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신행정수도 계획은 청와대·국회가 서울에 남는 반쪽짜리로 끝났다.
 

▲ 악수 나누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 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행정수도 이전에 성공한다는 각오다. 그 일환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 아닌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 간사인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국가균형발전 행정수도 완성 태스크포스(TF)’ 비공개 3차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서 “가능하면 국회 전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해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동산 민심이 부정적으로 바뀌자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야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법안은 비교적 평화로운 처리가 예상된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을 사죄했다.

행정수도
어게인 2002

민주당은 ‘5·18 3법’, 즉 ▲허위사실 유포 처벌 ▲진상규명 ▲피해자 범위 확장 등의 내용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 오는 정기국회서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통합당 역시 5·18 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호남 민심잡기에 나선 최근 당 기조에 따른 과정으로 읽힌다. 통합당이 민주당의 5·18 3법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의 ‘호남 품기’ 플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호남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인사 비례대표 우선추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당선권 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약속도 밝혔다.

본격 세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호남을 텃밭으로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통합당의 발표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통합당이 호남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평가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호남출신 인사를 국회의원 시켜주면 호남의 민심을 얻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며 “호남출신 인사 몇 명이 통합당에 없어서 호남이 통합당을 싫어하는가? 호남에서 왜 당신들을 안 찍는지부터 먼저 생각하시라”라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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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