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합당 구자근 의원 ‘유령 지분’ 추적

주주명부엔 있는데 “모르는 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이 구미 지역 기업 비상장주식 3000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신고를 하면서 이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기업의 대표는 21대 총선 기간 동안 구 의원을 측면서 지원한 바 있다. 관할 경찰서는 현재 구 의원의 비상장주식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 ▲구자근 미래통합당 의원

<일요시사>는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구자근 의원이 주식회사 아이비스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이비스는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 위치한 중소기업이다. 지난 1997년에 설립됐으며, 법인은 2004년에 세워졌다. 자동화 기계 제작(콘베이어) 및 판매·설치, 자동화 시스템 소프트웨어 제작을 주로 하는 업체다. 구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을 통해 구미갑 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구미 지역
업체 주식

한국기업데이터 등 복수의 신용평가 전문업체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4명이 아이비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아이비스의 대표인 이모씨가 20%, 이모씨의 가족인 남모씨가 39.2%, 곽모씨가 28.8%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12%의 지분은 구 의원에게 있다(지난 2019년 11월1일 기준). 

아이비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 2009년 4월 기존 2만주에서 2만5000주로 늘어났다. 산술적으로 구 의원이 보유한 아이비스의 주식은 3000주다. 아이비스 주식의 1주당 액면가는 1만원이다. 즉 구 의원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의 액면가 총액은 3000만원이다.

구 의원은 오랜 기간 아이비스와 연을 맺어왔다. 아이비스의 법인등기부 등본을 보면, 구 의원은 2009년 3월13일 아이비스의 사내이사로 처음 등재됐다. 이는 구 의원이 구미시의원을 하던 시기(2006년 7월~2010년 3월)와 겹친다. 


이후 구 의원은 경북도의원을 하면서도 아이비스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다가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인 지난 6월22일 이사직서 사임했다. 이모씨, 곽모씨는 여전히 아이비스의 사내이사로, 남모씨는 감사로 이름이 올라있다.

아이비스 주식 3000주 보유
선관위 재산신고 누락 의혹

앞서 구 의원은 지난 2010년 3월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소속으로 경북도의원 선거의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구 의원의 이력을 보면, 2010년 3월까지 구미시의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 공천을 신청하며, 자신의 직함을 아이비스 전무로 표기했다.

아이비스의 대표인 이모씨는 구 의원의 핵심 지지자 중 한 명으로 보인다. 21대 총선 당시 구 의원의 선거를 측면서 지원했다. 이모씨의 SNS서 확인할 수 있는 게시물은 총 8개, 그중 구 의원과 관련한 게시물이 5개다.

이모씨는 지난 2월10일, 구 의원이 예비후보 시절에 부인과 함께 헌혈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지역 일간지 기사를 1개 공유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구 의원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의 구미 유치를 기원하며 했던 ‘아이스 구미챌린지’ 영상 2개를 게시했다. 

지난 3월12일과 14일에는 ‘4·15 총선을 필승으로 이끌 예비후보 구자근을 선택해 주십시오’라는 게시물을 각각 공유했다. 통합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앞두고 국민경선 여론조사 응답을 독려하는 구 의원의 게시물이었다.

지역 정가는 구 의원이 경북도의원을 하던 시기에 아이비스의 주식 3000주를 취득했다고 본다.


구미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구 의원이 경북도의원이던 시절 비상장주식 3000주를 아이비스로부터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구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경북도의원을 지냈다.

핵심 지지자
게시물 다수

21대 총선에 나선 후보는 지난 3월 자신의 재산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했다. 비상장주식도 신고 대상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는 비상장주식을 몇 주 보유하고 있는지, 액면가로 얼마인지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구 의원은 보유하고 있는 아이비스 3000주를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구 의원이 신고한 재산은 본인 명의의 아파트 2채, 배우자 명의의 전세권 1개,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자동차 각각 1대, 그리고 본인과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5250만원 정도의 현금과 5548만원여의 예금(보험·적금)이 전부다.
 

▲ ▲▲ 아이비스의 주요 주주 현황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선거에 당선 목적으로 출생지, 가족관계, 재산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은 지난 16일 선거법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보자가)미필적으로 허위신고를 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판례서도)웬만하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관할 경찰서는 구 의원의 비상장주식 보유 건을 수사 중이다.

회사 대표 측면 지원…무슨 사이?
관할경찰서 “수사 진행 중” 확인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6일 <일요시사>에 수사 중인 사안임을 밝히며 “문제가 제기돼 경위 파악을 위한 수사 절차를 밟고 있다. 구 의원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구 의원의 3000주 신고 누락 건을 인지하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측 관계자는 지난 17일 “(구 의원의) 3000주 선관위 신고 누락과 관련해서는 경찰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검찰청서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건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선관위 측은 “중앙선관위뿐 아니라 구미 지역 선관위에도 해당 건에 대한 고발이 들어오거나 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이 이미 수사를 하고 있으니 협조는 해드릴 수 있지만, 우리(선관위) 쪽에서 따로 조사를 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아이비스 측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이비스 측은 “임원 분들께 (해당 건을)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고 한다. 대답해줄 사람이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서 <일요시사>는 지난 20일과 21일, 구 의원 측과의 통화서 구 의원 본인이 비상장주식 3000주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 해당 건으로 관할 경찰서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등을 문의했지만 “(의원은)해당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고만 답했다. 이후에도 구 의원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수사기관
인지해…

구 의원실 측은 기사가 나간 후인 지난 22일 “해당 주식은 아이비스 측에서 임의로 결정한 사항으로 주식과 관련해 한 번도 통보를 받은 바도 없고 관여한 바도 없다. 해당 업체에서도 실수를 인정해 반환 조치가 진행 중이다. 수사기관에도 충분히 소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왔다.


<chm@ilyosisa.co.kr>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자근 의원 참모 사망 미스터리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의 정당 선거사무소서 기획 및 공약·홍보 관련 보도자료 작성 업무를 담당했던 참모 황준철씨(49)가 지난 5월1일 사망했다.

참모의 미망인 A씨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회의원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은 남편의 억울함을 풀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구 의원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구 의원은 고인과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여러 차례 찾아와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고인이 20년간 여러 정치인들의 선거기획업무를 맡았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여러 차례 후보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선거운동을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구 의원의 ‘보좌관 임명’ 약속에 고인은 결국 선거운동에 합류하게 된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선이 됐는데 3일 동안 남편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고 일주일이 될 때 구 의원이 불러서 나가더라. 연락이 왔다고 남편이 되게 좋아했다. 가는 데 15분 걸리는데, 3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집에 와서 한숨을 쉬고 눕더라. 말을 안 해서 왜 그러냐 물으니, 구 의원이 ‘자리를 못 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캠프 합류하려고 구미체육회 사무국장직 제안도 거절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후 고인은 급성간부전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구 의원이 약속을 불이행했고, 자존심이 강한 고인이 곡기를 끊으면서 지병이 악화돼 급성 간 부전으로 갑자기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의 배신으로 남편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3일 고인의 병원소견서에 따르면 혈소판 수치는 150으로 ‘정상’ 기록으로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에 따르면 “스트레스도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영양섭취를 안 한 것은 간질환에 상당히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구 의원이 고인에게 당선 시 보좌관 임명을 약속했으나 당선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자존심이 강한 고인이 충격을 받고 지난 5월1일 급성간부전으로 사망했다”며 “구 의원이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기대하면서 지켜봤지만 최근 이를 부인하면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 측은 “A씨에게 자리를 보장했다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당선 시 보좌관직 임명을 약속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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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