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적 순간

‘꽃길→가시밭길’ 남은 1년도 첩첩산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는다. 취임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 총장님’서 ‘식물총장’으로 급전직하했다. 윤 총장이 변한 걸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걸까. <일요시사>가 지난 1년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2017년 3월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해 5월 대통령 선거서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붕괴하고 진보정권인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정치권에 천지개벽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도 180도 뒤집혔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의 검사 인생은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굴곡졌다. 윤 총장은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23기)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인 34세에 공직을 시작한 윤 총장은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의 검사 생활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징계를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이 국정감사 자리서 외압을 폭로하는 모습은 그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이때 나왔다. 


이후 윤 총장은 2014년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다. 기수문화를 중시하는 검찰서 주요 보직서 일했던 선배 검사가 후배 밑으로 간다는 자체가 굴욕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검찰을 떠나지 않았고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검찰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6월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이후 지난해 7월25일 199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지검장 출신의 첫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

▲43대 검찰총장 취임= 시작은 꽃길이었다. 윤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면서 이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과 불법자금 수수’를 들었다. 정치권의 불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칼잡이의 등장에 국민은 물론 대통령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아주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며 “기억하는 한에서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역사상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국민 사이에 검찰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신임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안 거친 첫 검찰총장
대통령 기대 속 취임했지만…

그러면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조국 수사= 윤 총장과 청와대·집권여당의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가족 비리·사모펀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검찰이 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강제수사를 개시한 시점은 8월27일. 이날을 기점으로 윤 총장과 문정부는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입시비리·사모펀드·웅동학원 의혹과 관련해 고려대·서울대·코링크PE·웅동중 등 30여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9월6일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조 전 수석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전격 기소됐다. 

숱한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후 2주 뒤인 9월23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검찰은 11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민 여론은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분열됐다. 분열된 여론은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서 세 싸움에 돌입했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은 조국 수호와 함께 검찰 개혁을 외치며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쳤다. 반면 광화문에서는 ‘문재인정권 규탄’을 외치며 맞섰다. 불과 2개월 전 윤 총장의 청문회 때와 비교해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연출됐다. 

▲공수처법 통과 & 추미애 장관 취임=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1호 공약으로 ‘검찰 개혁’을 내세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공수처의 설치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진보정권의 숙원이었다.

한 달 만에
장관 공격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지 244일 만이다. 공수처는 별도의 독립기구로서 지위를 갖고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공수처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검찰 권력은 약화된다. 

윤 총장은 공수처법 통과 이후 나온 첫 대외 메시지서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그는 청문회 서면 답변서도 “공수처법은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이 통과된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문정부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 된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사안마다 대립했다. 칼을 먼저 휘두른 건 추 장관이었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측근들을 흩어놨다. 

윤 총장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기소하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인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하는 등 기소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과 추 장관 사이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기만 했다. 이후 21대 총선서 범여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족·측근
도덕성 타격

▲장모·아내 의혹= 올해 초 윤 총장 가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 윤 총장의 장모 최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최씨는 동업자와 함께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서 자금을 모으는 데 350억원대 위조 통장 잔고증명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2월 경찰 수사첩보 보고서를 인용해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에 대해 경찰이 2013년 정식 내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의혹은 윤 총장의 청문회서도 거론된 적이 있지만 윤 총장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핵심증인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최강욱 대표와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총선 기간인 지난 4월7일 최씨와 김 대표를 각각 사문서 위조 및 사기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들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만약 가족 수사에 진전이 없다면 7월 출범하는 공수처서 검찰의 직무유기, 직무태만 문제를 짚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장모 의혹은 내내 윤 총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 최고위원은 지난 4일에도 김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한 인터넷 매체 보도를 공유하면서 “머지않아 드러날 윤 총장 가족의 현란한 행각이 여러분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마저 탈탈 털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고발장을 제출한 사람 중 하나”라며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석 달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사건은 김씨(김 대표)가 보유했던 주식을 언제 얼마에 팔았고, 매도 주문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를 파악하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인지 웬만한 것은 다 결정된다”고 압박했다. 

조국 수사 뛰어들면서 청과 대립
수사지휘권 결국 수용 사면초가


▲‘최측근 연루’ 검언유착 의혹= 가족 의혹에 이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연루되면서 윤 총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특히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한 윤 총장의 결정을 두고 법무부와 추 장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서 강하게 반발했다.

추 장관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과정서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 법조 원로 등을 통해 자문을 구하고 ‘독립 수사본부’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추 장관에게 거부당했다. 결국 검언유착 의혹서 대검이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공직수사처비리법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항명한 것도 윤 총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검찰 내부서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사례기 때문이다. 실제 항명 논란이 불거진 이후 3주 동안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의 주례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남은 임기 1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보다 더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먼저 공수처 출범이 예정돼있다. 다만 공수처법 시행일인 15일 현재 국회가 공수처 출범은커녕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마저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공수처 후속 3법에 대한 처리도 이뤄지지 않아 7월 내 출범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 인사도 임박했다.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하반기 검찰 중간 고위급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인사 단행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무부와 대검의 관계가 크게 틀어진 만큼 윤 총장을 고립시키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인사 
고립될 듯

추 장관은 지난 6월 국회에 출석한 자리서 “지난 1월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1월 인사가 당시 검찰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일단 인사 기조는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일해온 인재들을 발탁하고 전문검사제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향후 인사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위법하다’는 의견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시 검사장들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또 총장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낸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