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VS 재력’ 검찰-삼성 파워게임 막전막후
‘권력 VS 재력’ 검찰-삼성 파워게임 막전막후
  • 장지선 기자
  • 승인 2020.06.15 10:58
  • 호수 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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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역풍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4년 동안 3번에 걸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결과는 1대 1 무승부. 검찰과 삼성은 이번 영장 기각을 두고 각각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고성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성준 기자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 사유에
해석 엇갈려

이 부회장 등 3명은 2015년 5월 이사회의 합병 결의 이후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띄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는 등 합병 전후 두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해 연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회계사기 혐의 역시 모회사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의심한다. 

법원은 3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9일 오전 2시경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입장을 내놨다. 서울중앙지검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기본적 사실 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법원과 삼성에 한 방 먹은 검찰
영장청구 기각·수사심의위 소집

삼성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경영 차원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검찰과 삼성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를 두고 지난 11일 또 한 번 부딪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지난 2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초 검찰서 도입했다.

대검 산하의 검찰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검찰은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 윤석열 검찰총장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수사심의위는 운영 지침에 따라 우선 검찰 시민위원회를 열어 소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 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사심위의가 개최되려면 신청서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이 먼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한 15명의 검찰시민위원으로 부의심의위를 구성해야 한다. 부의심의위는 이 부회장 등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검찰 시민위원회가 추첨을 통해 선정한 15명의 부의심의위원들은 교사와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됐다. 심의위원들은 부의심의위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측의 의견서를 받아보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한지 여부를 논의했다. 

각각의 의견서 분량은 A4용지 30쪽 이내로 정해져 있다.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은 200 등 규격화된 양식이 존재한다. 부의심의위에서는 별도로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서가 심의위원들을 설득할 유일한 자료다. 부의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 등 3명의 신청인과 검찰이 준비한 약 12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했다.

부의심의위
삼성 손들어

서울중앙지검 검찰 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서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부의심의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부의심의위는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3시간40분 동안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서 진행됐다.  

부의심의위원들은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볼 때 기소의 타당성에 대해 수사심의위를 통해 충분히 소명할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 보호의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는 삼성 측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장기간의 수사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 기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건 관계인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부의심의위가 받아들이면 수사심의위의 권고 사항을 따르는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부의심의위의 결정에 삼성은 일단 안도와 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검찰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부담스러운 결과를 받게 됐다. 만약 수사심의위 결과 불기소 권고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기소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검찰이 개혁 차원서 스스로 만든 제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
 

반대로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의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부의심의위 등 검찰과 삼성의 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관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과의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장검사는 윤 총장 라인의 ‘막내’로 알려져 있는 특수통이다.

이 부장검사는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금융수사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던 그는 특검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통 막내
삼성 잡을까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부장검사로 부임해 특수2부 부부장검사 때 진행하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뒤 특수부가 줄어들며 경제범죄형사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이 부장검사와 수사팀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삼성바이오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4년 전 국정 농단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7년 1월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증언·감정에관한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조의연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특검팀은 보강수사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1차 청구 때와 비교해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했다.

당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17일 삼성그룹 사상 실제 구속된 첫 그룹 총수로 기록됐다. 
 

이후 1심서 징역 5년형을 받고 복역하던 이 부회장은 항소심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5일 석방됐다. 구속된 지 353일만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주긴 했지만 겁박당한 피해자로 봤다. 국정 농단의 주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라는 판단이다. 

삼성 한숨 돌렸지만
파기환송심 어떻게?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 부회장이 관련된 국정 농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또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심서 말 구입료가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한 것을 말 3마리(34억원)에 대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2심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하는 만큼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지난 11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의 재상고심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367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판결이 확정돼 사실상 국정 농단 사태의 실체가 확인된 상황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판단만 남겨놓게 됐다. 

최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특검과 대검은 이 부회장을 언급했다.

특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판결을 존중한다. 3년7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통해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처벌이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도 “국정 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기업인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중대한 불법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종 확정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관련 사건들도 책임자들의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순실 선고
다음은 이재용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과가 국정 농단 사태 파기환송심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기 위한 노림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하고 이를 받아들인 일련의 흐름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법정서 요구한 내용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1부는 지난해 10∼12월 공판서 내부 준법감시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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