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VS 주호영의 주도권 샅바싸움

‘전략가 vs 전략가’ 협치 어렵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의 시작을 장식할 거대 양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려 대선서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양당 신임 원내대표들이 21대 국회를 맞이하는 포부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 인사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오는 30일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4선 김태년 의원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에서는 5선 주호영 의원이 각 당을 이끌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면서, 임기 4년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일하자” 공감
딴 사안 이견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당권파 친문이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과반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의 강점은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친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 외에도 그는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은 그를 ‘정치 천재’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검증된 전략가’로 꼽힌다. 법조인 출신으로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선 협상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계파색이 옅은 온건 보수에 속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강경파보다는 협상할 줄 아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당선소감서 코로나 정국 및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지난 7일, 국회 당선인 총회)

▲(주) 책임감이 어깨를 많이 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패배의식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지난 8일, 국회 당선인 총회)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전술에 능한 전략가들이기 때문에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원내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슈퍼여당을 이끌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다음 대선 전까지 통합당을 혁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전국 단위 선거서 4번 내리 패배했다.

‘사사건건’ 같은 질문 다른 답변
두 신임 원내사령탑 대충돌 예고

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서 처음으로 공식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 여당 원내대표로서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를 만들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주)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해에 존경하는 김 원내대표를 모시고 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 국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조하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히 만나 저녁을 먹으며 원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끈 과거사법에 대해 “문제없이 이번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회동 이후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과거사법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서 악수 나누고 있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라 개원 직후 양당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 국회 개혁의 핵심은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되,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시국회 제도화, 법사위 체계 및 자구심사권 폐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일하는 국회에 찬성한다. 국정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다.(8일, 당선인 총회)

치열한
수 싸움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난 19일, <세계일보> 인터뷰)

지난 20대 국회서 보였던 동물 국회, 식물 국회로 인해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4.0 포럼-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하여’를 열어,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법안서도 양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인사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 마무리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흘러나온 막말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5·18 관련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부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헌법 학자라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난 다음,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두환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전씨는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고,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온상이다. 북한개입설도 당시 신군부서 나왔다. 5·18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학살 책임자가 끝까지 죄를 부정하며 활개를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과거처럼 미완으로 끝나지 않게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환수할 방법을 찾겠다.(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주)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당 일각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왔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성명)

21대 국회
첫 과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공청을 거쳐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권한 확대에는 압수수색 권한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자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19일, CBS 인터뷰)


최근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역사 왜곡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5·18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주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지난 14일 합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지난 21대 총선서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지난 14일, 국회 합동 기자회견)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면담 자리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폐지는 다음 선거가 4년 후에 치러지는데, 그걸 지금 옵션으로 걸 필요는 없다. 그건 핑계를 위한 핑계, 샅바싸움에 불과하다.(지난 14일, 국회)

통합당과 한국당은 오는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을 이루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합당 지연을 염두에 둔 듯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서 한국당과 “최대한 빠른 합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자꾸 나와 조만간 합당하는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김, 코로나19 인한 경제극복 주력
주, 절박감으로 보수 쇄신에 앞장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마무리 한 상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원 구성에 집중하는 반면 통합당은 결속과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해 당을 정상화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김)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14일을 소요해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지만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시간을 더 단축하고 반드시 법정시한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도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원 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간절하게 통합당과 협상하겠다.(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21대 총선 분석·평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당 혁신 방안, 지도부 체제 구성 등을 다 정리하고 논의할 것이다. 워크숍을 계기로 국민이나 당원에게 ‘통합당이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공적 연찬회가 되길 기대한다.(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

20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양당은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까. 민주당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 부담 경감 및 경제 활성화 법안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법안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당에서는 당내 추진 요구가 높은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당선자 25명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대선 D-2년
입법 경쟁

여야 모두 다음 국회서 추진할 법안들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입법에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 ‘윤미향 저격’ 작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치권 역시 공방전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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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