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VS 주호영의 주도권 샅바싸움

‘전략가 vs 전략가’ 협치 어렵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국회의 시작을 장식할 거대 양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이 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려 대선서 설욕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양당 신임 원내대표들이 21대 국회를 맞이하는 포부를 비롯해 여러 현안들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 인사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오는 30일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4선 김태년 의원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에서는 5선 주호영 의원이 각 당을 이끌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1대 국회의 첫 1년을 이끌면서, 임기 4년의 분위기를 좌우할 중책을 맡게 됐다.

“일하자” 공감
딴 사안 이견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당권파 친문이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과반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의 강점은 청와대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친문(친 문재인)’이라는 점이다. 이해찬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 외에도 그는 정책과 디테일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은 그를 ‘정치 천재’라며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런 지략과 정책적인 측면,  전략적인 측면서 대단한 분”이라 칭찬했다.

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검증된 전략가’로 꼽힌다. 법조인 출신으로 평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 덕분에 정치권에선 협상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계파색이 옅은 온건 보수에 속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서 180석에 이르는 ‘슈퍼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당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강경파보다는 협상할 줄 아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당선소감서 코로나 정국 및 총선 참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 극복에 집중시키겠다.(지난 7일, 국회 당선인 총회)

▲(주) 책임감이 어깨를 많이 누르고 있다. 이제 우리당은 바닥까지 왔다.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재집권을 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패배의식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최선을 다해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지난 8일, 국회 당선인 총회)

두 신임 원내대표 모두 전술에 능한 전략가들이기 때문에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불꽃 튀는 원내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슈퍼여당을 이끌며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다음 대선 전까지 통합당을 혁신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됐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치며, 전국 단위 선거서 4번 내리 패배했다.

‘사사건건’ 같은 질문 다른 답변
두 신임 원내사령탑 대충돌 예고

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서 처음으로 공식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

▲(김) 여당 원내대표로서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국정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협의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회를 만들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주)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해에 존경하는 김 원내대표를 모시고 일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을 적극적으로 도와 국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협조하겠다.(지난 14일, 원내대표 회동)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히 만나 저녁을 먹으며 원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회 농성으로 관심을 끈 과거사법에 대해 “문제없이 이번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 교환됐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 회동 이후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과거사법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회동서 악수 나누고 있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고성준 기자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법’을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에는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라 개원 직후 양당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야 한다. 국회 개혁의 핵심은 숙의의 총량은 유지하되, 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시국회 제도화, 법사위 체계 및 자구심사권 폐지, 복수 법안심사소위원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일하는 국회에 찬성한다. 국정 협조할 건 과감하게 협조하겠다. 국가적 위기 상황서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다.(8일, 당선인 총회)

치열한
수 싸움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난 19일, <세계일보> 인터뷰)

지난 20대 국회서 보였던 동물 국회, 식물 국회로 인해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에 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지난 21일 ‘대한민국 4.0 포럼-새로운 21대 국회를 위하여’를 열어, 일하는 국회를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법안서도 양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 5월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민주당과 통합당 인사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여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 마무리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흘러나온 막말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5·18 관련 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다만 주 원내대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역사 왜곡 처벌 강화 부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헌법 학자라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난 다음,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두환씨 등이 거짓된 주장을 못하도록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전씨는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주범이고, 5·18을 둘러싼 가짜뉴스의 온상이다. 북한개입설도 당시 신군부서 나왔다. 5·18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 학살 책임자가 끝까지 죄를 부정하며 활개를 치도록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과거처럼 미완으로 끝나지 않게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환수할 방법을 찾겠다.(1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주)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당 일각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왔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마치 당 전체의 생각인양 확대 재생산되며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지난 16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성명)

21대 국회
첫 과제는?

역사 왜곡 처벌과 관련한 법안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공청을 거쳐야 한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권한 확대에는 압수수색 권한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자는 조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19일, CBS 인터뷰)

최근 민주당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역사 왜곡 처벌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5·18 관련 법안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한 역사 왜곡 처벌법 입법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위성정당과의 합당 여부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주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지난 14일 합당 논의 기구를 만들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잘된 일’이라면서도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 통합당과 한국당의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양당 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지난 21대 총선서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지난 14일, 국회 합동 기자회견)
 

▲ 지난 1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의 면담 자리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김) 통합당과 한국당의 합당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 폐지는 다음 선거가 4년 후에 치러지는데, 그걸 지금 옵션으로 걸 필요는 없다. 그건 핑계를 위한 핑계, 샅바싸움에 불과하다.(지난 14일, 국회)

통합당과 한국당은 오는 29일까지 합당을 결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조속한 합당을 이루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합당 지연을 염두에 둔 듯한 여러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서 한국당과 “최대한 빠른 합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가 자꾸 나와 조만간 합당하는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인(84명)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인(19명)을 합쳐 103석이 된다.

김, 코로나19 인한 경제극복 주력
주, 절박감으로 보수 쇄신에 앞장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마무리 한 상태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당은 원 구성에 집중하는 반면 통합당은 결속과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통합당은 당선인 워크숍서 지도부 체제를 구축해 당을 정상화시킬 계획임을 전했다.

▲(김) 20대 국회가 원 구성에 14일을 소요해 역대 최단기록을 세웠지만 법정시한을 지키진 못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보다 시간을 더 단축하고 반드시 법정시한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도 21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 원 구성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간절하게 통합당과 협상하겠다.(지난 21일, 국회 정책조정회의)

▲(주)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21대 총선 분석·평가가 있을 것이다. 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당 혁신 방안, 지도부 체제 구성 등을 다 정리하고 논의할 것이다. 워크숍을 계기로 국민이나 당원에게 ‘통합당이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성공적 연찬회가 되길 기대한다.(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

20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양당은 어떤 법안을 가장 먼저 추진할까. 민주당은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통합당은 국민 부담 경감 및 경제 활성화 법안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법안 등을 1호 법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통합당에서는 당내 추진 요구가 높은 선거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당선자 25명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제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대선 D-2년
입법 경쟁

여야 모두 다음 국회서 추진할 법안들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에서는 입법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이 2년 남은 시점에서 입법에 성과를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유능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당 ‘윤미향 저격’ 작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치권 역시 공방전으로 들어섰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의연도 외부 기관을 통해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까지 승화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운동 자체가 폄훼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통합당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TF 위원장은 곽상도 의원이 맡았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서 “진상을 규명하고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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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