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식 넘어선 박유천

은퇴 번복 후…돈독 올랐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 하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의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동방신기와 JYJ를 거친 박유천은 ‘거짓말 행보’만 답습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상식을 넘어선 거짓말을 일삼는 박유천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 박유천 ⓒSBS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4월10일,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은 전 여자 친구이자 미스코리아 출신인 황하나를 통해 마약 의혹이 불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팬사이트 개설
활동에 시동

자신은 마약한 적이 절대 없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진해서 대대적인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라면 정말 억울한 일일 것’이라는 동정 여론도 형성됐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던 점은 석연치 않았다. 떳떳했다면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게 관례인데, 박유천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박유천의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행보에, 언론과 여론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천은 경찰 출석 전 겨드랑이 등 일부 부위의 털을 모두 제모했다. 제모하면 마약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를 굳게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은 변호인을 통해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이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났다. 미처 제모하지 못했던 다리털로부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것.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박유천은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어느 누구도 속지 않을 황당한 설명을 한 것. 이 발언은 신정환의 ‘뎅기열 사기극’과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음주운전 후 언급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비견될 정도로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이 같은 황당한 연극은 그가 구속된 이후에야 끝났다.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 반성 없는 태도
필요할 때마다 보이는 악어의 눈물

당시 한 연예 관계자는 “박유천은 마약을 투약한 후 걸리지 않게 조치하는 방법을 알았던 듯하고, 실제 그것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이 짙었다고 본다. 어차피 걸리면 연예계 생명은 끝이고 운 좋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여론을 잡기 위해 강력하게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백하다면서 맹세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면 ‘정말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중의 심리와 극성 팬덤의 결집으로 인해 경찰이 여론 압박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여나 피해갈 수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셈이다. 양성 반응이 검출되자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즉시 계약을 해지했고, 박유천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유천이 멤버로 있었던 JYJ로 출발해 국내 배우들과 대거 계약하며, 연예계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박유천은 강제 은퇴, 곧 연예계 퇴출 상태가 됐다. 

업계에선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고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유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한 연예계 관계자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책임져 줄 것으로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며 기자회견을 감행한 것이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물론, 소속사와도 연이 끊긴 산 박유천은 지난해 4월 말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서 거짓말 논란으로 인해 애초 밝힌 대로 은퇴했다.

그는 전 국민을 기만한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사과 발언도 없었다. 심지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7월3일, 동생인 박유환의 SNS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박유환은 ‘오늘 방송하지 않고 형과 시간을 보내겠다. 미안하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에 둘러싸인 박유천의 모습을 공개했다. 대중의 심리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처사였다. 

연예계 퇴출
불성실 태도

그를 향한 비난은 꾸준히 지속됐으나, 이후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보였으며, 은퇴를 통해 대중에게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데뷔 당시에만 해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으로 데뷔한 뒤 그룹 JYJ로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박유천은 순수하면서도 소탈한 이미지였다. 특히 동방신기 탈퇴 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할 땐 비교적 약자의 위치를 점하며 전투사의 얼굴을 갖기도 했다. 

이후 KBS2 <성균관 스캔들>, MBC <보고싶다>, SBS <옥탑방 왕세자> <쓰리 데이즈> 등으로 꾸준히 성공작을 만들어내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 역으로 귀엽고 재기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면서 팬층이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무>서 ‘주동식’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당시 봉 감독은 “뛰어난 영화배우를 우리 영화계가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다”며 짤막하지만 굵은 메시지로 박유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2014년 청룡영화상·대종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부산영평상 및 2015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등을 비롯, 10개의 영화제서 모두 신인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국내 팬들은 물론 아시아를 아우르는 인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해 그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그의 밑천이 드러난 것은 2016년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면서부터다.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연이어 이와 유사한 혐의로 총 4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비록 무혐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문란한 사생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2018년 12월 박유천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관련 재판과 조정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 서울법원조정센터는 박유천에게 5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박유천은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조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돈에 미친’
갈지자 행보

그러나 박유천은 피해자 측에 배상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결국 지난해 12월 그에 대해 재산 명시 신청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일에 감치 재판이 열렸다. 감치 재판이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 명시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 이뤄지는 재판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대중에게 막대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의 신분임에도, 법 앞에서조차 불성실했다. 당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각종 질문을 던졌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문란한 사생활을 비롯해 마약 혐의 등 숱한 논란 앞에서 박유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적이 없다.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이미지는 끝없이 하락 중이다. 온갖 비난을 받는 박유천의 귀는 여전히 막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은퇴를 밝혔지만, 그의 진심은 불과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일언반구 없이 은퇴를 번복하더니, 2020년 들어서 ‘돈에 미친 행보’가 시작됐다. 박유천은 올해 1월 태국서 팬 미팅을 개최한 것에 이어 화보집을 발간했다. 화보집은 약 9만원 상당에 달한다. 

아이돌 화보집의 평균 가격은 5만원대이며, 앨범이나 DVD가 포함될 경우 9만∼1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유천의 화보집에는 앨범이 포함돼 있지 않다. A급 아이돌의 화보집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그는 최근 팬사이트를 개설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일 박유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팬 여러분들의 많은 기대와 사랑으로 박유천의 공식 팬사이트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공식 팬사이트를 통해 박유천씨의 좋은 소식과 다양한 활동을 만나보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박유천은 영상을 통해 “드디어 공식 팬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많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도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대중을 기만” 법 앞에서도 불성실한 태도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 신중한 판단 필요

이와 함께 유료 팬클럽 모집도 시작됐다. 공식 팬카페 이름은 ‘블루 시엘로’이며, 팬클럽 연회비는 6만6000원이다. 팬사이트 내 연간 회원 콘텐츠 열람, 이벤트 개최 시 팬클럽 선행 판매, 독점 콘텐츠 제공, 팬클럽 회원 대상 한정 이벤트, 공식 가입 MD 등이 연회비를 낸 팬클럽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갖춘 BTS가 약 2만5000원 상당의 팬클럽 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박유천이 제시한 금액이 얼마나 높은 비용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팬클럽 가입비는 계좌 이체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로는 팬클럽에 가입할 수 없다. 일각에선 계좌 이체만을 허락한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세금계산서 증빙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세금마저 팬들에게 미루겠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값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박유천의 행보에 일각에선 ‘장사치’라는 등의 비아냥도 이어지고 있다.

박유천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의 상황서 눈물을 흘렸다. 필로폰 투약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장서 결백을 강조하며 울었고, 지난해 7월 법원서도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울었다. 당시 법원 방청석을 메운 국내외 팬들도 하염없이 울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제 허언으로만 들린다. ‘악어의 눈물’ 그 자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동생 박유환 역시 형의 잘못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치 방송에 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 사이트 개설 때에도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중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끈끈한 형제애가 오히려 대중의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해외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워낙 이미지가 추락한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외국 팬들의 경우 한국서 벌어진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유천이 한국이 아닌 태국서 팬미팅을 개최한 것도 그 근거로 나온다. 국내 팬 중 어차피 자신들을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니, 나를 기다리는 팬들만 보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박유천을 향한 여론은 냉담하다. 지속적으로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태도도 비치지 않는다. 싸늘한 여론 속에서 복귀가 어려워진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팬들의 돈을 쓸어 모은 뒤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역대 최악의 연예인 중 하나로 꼽힘에도, 일부 팬들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대중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소위 ‘호구’로 보고 막무가내로 돈만 밝히는 박유천에게 응원을 지속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은지, 팬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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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