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떠난 남양유업 흑역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11 09:14:22
  • 호수 1461호
  • 댓글 0개

2대로 막 내린 홍씨 일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었다.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등 논란에 휩싸인 홍원식 회장은 2021년 초 사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해 5월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절반 이상을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긴 싸움을 택했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코가 지난 4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아내 이운경 고문, 손자 홍승의군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경 “남양유업은 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라”며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원심이 유지되면서 한앤코는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60년 종지부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이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허위·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식약처는 이광범 전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 등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9일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회장직서 물러남과 동시에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주식 지분 전량(53%)을 한앤코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여론 악화는 물론,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었다. 


이후 2021년 5월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 보유 지분 37만8938주를 주당 82만원으로, 총 3107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그해 7월30일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9월14일로 돌연 연기했다.

사퇴를 약속한 홍 회장도 물러나지 않았다. 급기야 경영권 매각 업무와 관련한 법률대리인을 LKB앤파트너스로 바꿨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 부부의 ‘임원진 예우’ 등의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서 “한앤컴퍼니 측이 홍 회장 등에 대한 임원진 예우와 백미당 사업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것도 불법”이라며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앤코는 8월23일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도 9월1일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이후 한앤코는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허위·과장광고 논란도

2022년과 지난해 각각 진행된 1심과 2심은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 효력이 인정되는데도 홍 회장 측이 주식을 양도하지 않았으므로 주식을 넘기라고 판단했다.


2심 판결 이후 남양유업 측은 “이 사건 계약에 있어 원고 측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효력, 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 간 주식양도 소송은 약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홍 회장 측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결론을 수긍할 수 있어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기게 됐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남양유업의 정상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아직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 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서 패했다.

한앤코도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대유위니아와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대유위니아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은 1심에서는 홍 회장이 승소했지만, 지난해 2심에서는 대유위니아의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도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를 한 상태다. 경영권 방어에만 몰두한 홍 회장의 패착이 값비싼 계산서를 만든 셈이다.

‘갑질’ 대명사…불매운동까지
황하나 사건 터질 때마다 진땀

1964년 홍두영 창업주 이후 60년간 이어온 홍씨 일가 경영체제는 2대 만에 막을 내렸다. 홍원식 회장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03년 홍 회장 취임 이후 남양유업은 서울우유에 이어 우유 업계 2위를 지켜왔다.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에 이어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대리점에 대한 물품 강매와 폭언 등은 불매운동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은 지역 대리점에 우유를 강매하고 영업사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알려져 국민적 분노를 불러왔다.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해 여직원들에게 성차별적 인사를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임신하면 퇴사를 종용했다는 시대착오적 횡포가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서 남양유업은 대중들에게 ‘갑질 기업’으로 각인됐다.


소비자들은 집요하리만큼 남양유업을 혐오했다. 당시 남양F&B가 사명을 ‘건강한 사람들’로 바꿔 ‘남양 찾기’가 어려워지자 ‘남양유없’이라는 앱도 만들었다. 바코드를 찍으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아닌지 판별해주는 앱이다.

이후에도 자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경쟁업체 비방 댓글,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사건 등은 ‘오너가 리스크’로 이어졌다. 2019년 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자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홍 회장은 직접 사과문을 통해 “황하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할 뿐, 대리점주들에 대한 피해 보상 지원도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는 2022년 2월4일 실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하나의 상고심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금 50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씨는 2020년 8월 지인과 주거지 및 모텔 등지서 필로폰을 5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 마약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된 지인의 집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의류와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드러났다.

당시 황하나는 앞선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그는 2015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서울 강남 등지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 1차례 필로폰을 매수해 지인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2019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남은 리스크


한편, 업계에서는 한앤코 경영 체제가 황하나의 마약 스캔들 등 오너가 리스크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앤코의 대법 승소 판결 직후 남양유업 주가는 3% 가까이 급등했다. 한앤코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인수합병(M&A) 계약이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다”며 “홍원식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