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끄럽게 수놓은 소동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매끄럽게 수놓은 소동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함상범 기자
  • 승인 2020.02.07 12:03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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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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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영화계에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최근,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이다. 선이 굵은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신현빈, 정만식, 윤제문, 윤여정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김용훈 감독은 신인임에도, 과거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이나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을 떠올릴만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 영화의 최대 적은 ‘바이러스’다.

▲스토리 : 돈 앞에 흔들리는 사람들

누군가가 명품 가방을 들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카메라는 클로즈업 한 채로 뒤쫓는다. 10여초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이 가방은 사물함에 놓인다. 영화는 이 가방이 생겨나는 과정부터 욕망에 찌든 인물들이 이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속고 속이는 소동이 담겨있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는 삶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인교사를 지시하는 미란(신현빈 분),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진태(정가람 분),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을 죽이는 데 죄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박 사장(정만식 분), 사랑하는 여자에게 뒤통수를 맞고 빚으로 힘겨운 삶을 사는 태영(정우성 분), 속내를 알 수 없는 형사(윤제문 분), 그리고 힘겨운 환경 앞에 흔들리고 마는 중만(배성우 분), 강단은 있지만 잔인한 연희(전도연 분)까지 모두가 욕망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액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큰돈은 끝내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까.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배우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주제 의식: 큰돈 앞에선 아무도 믿지 마라 

영화는 철저히 욕망에 이끌리는 인물을 표현한다. 각계각층 다양한 톤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욕망에 이끌리는 삶을 살아가는 건 공통적이다. 교과서서 배운 도덕이나 윤리 따위는 없다. 일부 인물들에게서는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속이는 건 그 세계의 덕목이다. 누군가 죄의식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괜히 정이 간다. 

<지푸라기>는 하나의 사건 또는 소동을 쭉 따라가는 작품이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다. 영화 내에서 가르침을 주려고 하지 않지만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라는 잔잔한 깨달음을 준다. 

▲연출: 복잡한 이야기를 명료하게 설명

인물이 다수 출연하고,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게다가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소 어렵게 전개되는 듯 하지만, 후반부 돈 가방과 인물들이 한 공간으로 모여드는 과정서 모든 이야기가 쉽게 이해된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 단락으로 나눈 점은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다. 신인임에도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사연과 관계를 매끄럽게 정리한 김용훈 감독의 구성 능력은 인정받기 충분하다. 충무로에 또 한 명의 기대주가 등장했다. 

긴장감이 높아지다가 유려하게 웃음으로 풀어내는 감각이나 어둑어둑한 밤바다, 짙은 네온사인 등 배경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차갑게 끌고 가는 대목, 주요 순간에 인물의 심리묘사가 정확하게 그려지는 점, 명품 가방을 근접촬영으로 시작해서 그 가방의 근접촬영으로 끝내는 부분 등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지점이 많다. 잔인함의 수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 유일하게 꼬집을 지점이다.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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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물 샐 틈이 없다

<지푸라기>는 출연 배우들의 명성만 따져도 기대작이다. 전도연과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윤제문, 그리고 윤여정 등 국내서 인정받는 보석 같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높은 수준의 연기를 펼친다. 최근 ‘감초’ 조연으로 급부상한 박지환과 여러 작품서 안정감을 보인 신현빈, 신예 정가람도 쟁쟁한 배우들 앞에서 자기 몫을 다한다. 메기 역의 배진웅은 무시무시한 비주얼로 시선을 끈다. 

이중 전도연의 매력은 상당하다. <밀양> <집으로 가는 길> <무뢰한>처럼 내면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짐을 덜고 가벼운 스텝을 선보인다. 긴박한 상황서 가볍고 편한 톤의 언행은 그가 연기한 연희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연희의 등장으로부터 영화의 공기가 더욱 가빠지는 느낌을 준다.

정우성은 코미디가 확실히 그의 전문분야인 것 같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 <더킹>과 비슷한 톤인데, 매력적이다. 밑바닥으로 떨어져 강자 앞에서 굴복하고, 가벼운 언행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기존의 정우성과 다르다. 붕어를 연기한 박지환과의 티키타카는 <더킹> 때 보여준 배성우와의 그것만큼 흥미롭다. 

▲총평

지난해 겨울부터 최근까지 나온 오락 영화 중에 가장 재밌는 작품이다.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없다. 일부 ‘저게 말이 돼’라는 장면이 없지는 않으나, 영화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다. 재밌는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다소 잔인한 것은 감안해야 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개봉: 미정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8분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한줄평: 잔인하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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