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남북경협 현주소와 앞날

엄동설한 속 군불 지피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반도 평화 무드부터 경색 국면까지 남북경제협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앞다퉈 대비했지만 잠잠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씨를 키워나가고자 한다. 환경은 녹록치 않다. 남북경협은 힘을 받을 수 있을까.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제한된 범위’는 대북 제재다. 남북경제협력이 줄곧 한계에 부딪히는 벽이다. 문 대통령은 5대 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이다.

범위 내
얼마든지∼

문재인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남북경협에도 불이 붙었다. 국내 유수 기업들의 참여가 점쳐졌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사업 경험이 있다. 계열사 삼성전자는 20여년 전 평양서 TV를 생산했다. 삼성물산은 개성공단 입주사에서 상품 일부를 납품 받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남북 간 철도 연결과 도로 확장의 적임자로 언급됐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은 현대화 사업, 인프라 구축을 모색할 만한 계열사로 꼽혔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건설, LG그룹은 LG전자가 거론됐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까지 평양서 TV를 생산하는 등 남북경협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못박았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다. 남북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경협을 강조했다. 배경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 후퇴까지 염려된다”며 “북미대화 성공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과 남북 협력을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살아있는 불씨, 키우려는 ‘문’
관계 개선 여부, 재개 ‘시금석’

남북경협의 상징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인데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폐쇄됐고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됐다. 문 대통령 당선 뒤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경협 기대도 커졌다. ‘판문점 선언’은 모멘텀이 됐다.

KT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협력사업개발TF(테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뒤였다. KT는 대북사업 재개 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KT는 과거 비슷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05년 12월 개성지사를 열었다. 남북 간 민간 통신망(700회선)을 연결했다. 약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이 상주하며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와 현정은 현대 회장

기대는 컸지만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반전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공단 재개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금강산 관광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 재개 가능성은 위기로 뒤집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측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시설 완전 철거 및 문서 협의’를 요구했다. 이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부는 ‘대면 협의와 일부 노후시설 정비’라는 입장이다. 현재 당국 간 협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전해진다.

개성공단
금강산

금강산 관광을 상징하는 기업은 현대그룹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신년사서 남북경협을 언급했다. 현 회장은 지난 2일 “남북경협을 위한 든든한 자산은 바로 신뢰”라며 “우리 발걸음은 2008년 이후 멈췄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고 독려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 중이다. 다만 북측 반응이 걸림돌이다. 현대아산은 초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 사업 중 가장 먼저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서 “금강산 개별 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도 즉각 움직였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튿날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측과)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에도 눈길이 간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대를 모았다. 관광은 북한서 집중하는 사업 모델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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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미 관련 TF를 구성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북방사업지원팀’을 조직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대우건설은 철도, 도로 등 SOC 인프라와 전력생산발전소 등 플랜트 분야까지 준비했다. 대우건설은 북한서 철도, 도로 사업을 진행한 경력이 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도 움직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그룹이 남북경협의 실수혜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TF를 구성했다.

이해한다지만…
여전히 간극?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이라는 계열사 사장이었다. 당시 북한서 마그네사이트를 수입하려다가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바 있다. 포스코는 북한서 철광석을, 북한은 포스코서 건설과 철강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GS건설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사업부는 인프라와 전력으로 나뉘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이 동행했다.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 협력에는 실제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에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크게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 ‘균형발전 기반 구축’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SOC 확충’ 등 4대 전략이다.

2030년까지 225개 사업에 국비 5조4000억원, 지방비 2조2000억원, 민자 5조6000억원을 투입된다.

2022년까지 비무장지대 인근에 도보여행길이 조성된다. 456㎞(인천 강화∼강원 고성)에 달하는 길이다. 해당 지역 사업을 위해선 지뢰 제거가 동반돼야 한다. 그 연유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테마주로 이름을 올렸다.

남북경협 구상은 단숨에 고속도로를 타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북제재를 확고히 한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반도 정세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남북협력 구상’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설명했다.


재계 TF, 정부만 바라보고…
미, 개별 관광 부정 기류도

강 장관은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다”며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우리의 의지와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온도차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이 서울발로 전한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외신 간담회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지속적 낙관론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외교부

정부는 강행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브리핑서 미국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에 보인 반응에 대해 “남북 협력사업에 한미 간 협의할 사항이 있고, 남북 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북경협 TF를 구성한 기업들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TF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동향, 사업 정보 수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황 주시
대기 상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성한 TF 뿌리는 남북미 관계에 있다”며 “뿌리가 흔들리니 줄기가 뻗어나갈 수 없는 노릇”이라고 평가했다. 평화 무드의 순풍을 타고 꾸려진 TF들이 현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다른 쪽 상황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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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