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남북경협 현주소와 앞날

엄동설한 속 군불 지피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반도 평화 무드부터 경색 국면까지 남북경제협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앞다퉈 대비했지만 잠잠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씨를 키워나가고자 한다. 환경은 녹록치 않다. 남북경협은 힘을 받을 수 있을까.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제한된 범위’는 대북 제재다. 남북경제협력이 줄곧 한계에 부딪히는 벽이다. 문 대통령은 5대 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이다.

범위 내
얼마든지∼

문재인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남북경협에도 불이 붙었다. 국내 유수 기업들의 참여가 점쳐졌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사업 경험이 있다. 계열사 삼성전자는 20여년 전 평양서 TV를 생산했다. 삼성물산은 개성공단 입주사에서 상품 일부를 납품 받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남북 간 철도 연결과 도로 확장의 적임자로 언급됐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은 현대화 사업, 인프라 구축을 모색할 만한 계열사로 꼽혔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건설, LG그룹은 LG전자가 거론됐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까지 평양서 TV를 생산하는 등 남북경협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못박았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다. 남북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경협을 강조했다. 배경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 후퇴까지 염려된다”며 “북미대화 성공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과 남북 협력을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살아있는 불씨, 키우려는 ‘문’
관계 개선 여부, 재개 ‘시금석’

남북경협의 상징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인데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폐쇄됐고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됐다. 문 대통령 당선 뒤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경협 기대도 커졌다. ‘판문점 선언’은 모멘텀이 됐다.

KT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협력사업개발TF(테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뒤였다. KT는 대북사업 재개 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KT는 과거 비슷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05년 12월 개성지사를 열었다. 남북 간 민간 통신망(700회선)을 연결했다. 약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이 상주하며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와 현정은 현대 회장

기대는 컸지만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반전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공단 재개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금강산 관광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 재개 가능성은 위기로 뒤집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측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시설 완전 철거 및 문서 협의’를 요구했다. 이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부는 ‘대면 협의와 일부 노후시설 정비’라는 입장이다. 현재 당국 간 협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전해진다.

개성공단
금강산

금강산 관광을 상징하는 기업은 현대그룹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신년사서 남북경협을 언급했다. 현 회장은 지난 2일 “남북경협을 위한 든든한 자산은 바로 신뢰”라며 “우리 발걸음은 2008년 이후 멈췄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고 독려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 중이다. 다만 북측 반응이 걸림돌이다. 현대아산은 초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 사업 중 가장 먼저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서 “금강산 개별 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도 즉각 움직였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튿날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측과)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에도 눈길이 간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대를 모았다. 관광은 북한서 집중하는 사업 모델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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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미 관련 TF를 구성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북방사업지원팀’을 조직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대우건설은 철도, 도로 등 SOC 인프라와 전력생산발전소 등 플랜트 분야까지 준비했다. 대우건설은 북한서 철도, 도로 사업을 진행한 경력이 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도 움직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그룹이 남북경협의 실수혜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TF를 구성했다.

이해한다지만…
여전히 간극?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이라는 계열사 사장이었다. 당시 북한서 마그네사이트를 수입하려다가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바 있다. 포스코는 북한서 철광석을, 북한은 포스코서 건설과 철강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GS건설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사업부는 인프라와 전력으로 나뉘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이 동행했다.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 협력에는 실제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에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크게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 ‘균형발전 기반 구축’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SOC 확충’ 등 4대 전략이다.

2030년까지 225개 사업에 국비 5조4000억원, 지방비 2조2000억원, 민자 5조6000억원을 투입된다.

2022년까지 비무장지대 인근에 도보여행길이 조성된다. 456㎞(인천 강화∼강원 고성)에 달하는 길이다. 해당 지역 사업을 위해선 지뢰 제거가 동반돼야 한다. 그 연유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테마주로 이름을 올렸다.

남북경협 구상은 단숨에 고속도로를 타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북제재를 확고히 한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반도 정세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남북협력 구상’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설명했다.


재계 TF, 정부만 바라보고…
미, 개별 관광 부정 기류도

강 장관은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다”며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우리의 의지와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온도차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이 서울발로 전한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외신 간담회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지속적 낙관론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외교부

정부는 강행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브리핑서 미국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에 보인 반응에 대해 “남북 협력사업에 한미 간 협의할 사항이 있고, 남북 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북경협 TF를 구성한 기업들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TF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동향, 사업 정보 수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황 주시
대기 상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성한 TF 뿌리는 남북미 관계에 있다”며 “뿌리가 흔들리니 줄기가 뻗어나갈 수 없는 노릇”이라고 평가했다. 평화 무드의 순풍을 타고 꾸려진 TF들이 현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다른 쪽 상황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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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