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옥죄는 ‘삼각 포위망’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6.15 11:39:41
  • 호수 12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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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아미타불’ 다시 긴장모드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은 대화의 창구를 끊었으며, 국내에선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가 안팎에선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중략)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중략) 6월9일 12시부터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

갑작스런
태도 변환

이는 지난 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담화를 낸 지 닷새 만이다. 지난 4일 그는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차단하라는 북한 측의 압박이다.


북한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섰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이 설치 2년 만에 끊겼다. 청와대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6월20일 핫라인을 개통한 직후 4분19초 동안 북한 측과 시험통화를 하기도 했다.
 

▲ 판문점 남측 분계선 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사진공동취재단

핫라인은 문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정책의 상징이다.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문 대통령의 핫라인 사용 여부가 관심을 받았다. 청와대는 실제 핫라인을 사용했는지 밝힌 적은 없다.

핫라인은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북 정상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끊긴 것은 청와대 핫라인뿐만이 아니다. 통일부·국방부와도 연락이 끊겼다.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국방부는 같은 날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여정, 남북 연락선 모두 차단
반기문·주호영 “대북정책 잘못”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긴급 속보로 다뤘다. AFP 통신은 지난 9일, 통신연락선 차단에 대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전하며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조치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가 북한 액션플랜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김 부부장 등이 심의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북한의 다음 액션 플랜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예상된다. 그중 남북군사합의는 문 대통령이 자랑해온 대북관계서의 성과 중 최고로 꼽힌다. 지난 2018년 9월19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만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 즉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바 있다.


남북협력 교류를 넘어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존폐 위기다.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지만, 평화의 상징으로서 가치가 있다. 북한이 실제 개성공단 철거에 나선다면 이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이런 상황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높아지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6일 현충일에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평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가되,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숙고하고 통찰해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흔들림 없는 국제공조를 이뤄, 북한의 핵 도발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문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안보 의식에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합의
위태롭다

반 전 총장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대통령 직속 기구(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위원장이다.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북유화정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유화 메시지를 북한 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보낸 바 있다.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취임 4년 차를 맞은 상황서 보수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안보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불통적인 대북유화정책을 포기하고 현실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북한 측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적대관계로 전환해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폭언을 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평화 프로세스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주영대사관 공사였던 탈북민 출신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대남전략은 대적투쟁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대적투쟁을 우리 민족끼리로 포장했을 뿐이고 수틀리면 대적투쟁 본색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북한이 도발 명분을 찾는 데 미국에 (시비를)걸지 못하고 가장 비겁하게도 치졸하게도 힘 없는 탈북민이 보낸 삐라(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 몇 장을 가지고 도발 명분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 이후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서 “이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며 적대감을 보였다.


남남 갈등
더욱 고조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같은 날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리영철의 글을 통해 “평양과 백두산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 같아서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20일 백두산 천지를 찾았을 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비판은 이례적이다. 그간 북한이 문정부에 대한 비방 때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갔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동력이 힘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문 대통령 입장서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는 급랭됐으며, 과거 보수정권 때보다 더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 북한은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대적사업 계획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여당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혔지만,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해도 북한의 격앙된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논설을 낸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당 기관지다.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당장 미국의 도움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내부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이 열리며 어지러운 상황이다.

군사 도발 가능성↑
대북유화정책 기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현지시각) 북한의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폐기에 대해 “실망했다”고 표현하자,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같은 날 “제 집안일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권 국장은 미국의 어지러운 내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남남갈등으로 시끄럽다. 통일부가 지난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 2곳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일부가 불과 몇 달 전엔 단속할 근거가 없다더니 ‘김여정 하명’이 있고 나서 이제는 남북교류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오래전부터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를 일체 중지했고, 북한 측도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대남전단 살포를 중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통합당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 여론도 팽팽히 맞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1일 발표한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찬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50.0%, 반대가 41.1%, 잘 모르겠다가 8.9%로 집계됐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같은 조사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전주보다 1.6%포인트 하락한 57.5%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도보다 대북전단 금지법 찬성이 7.5% 낮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원하지 않는 여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미연합
합동훈련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19남북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 만약 북한이 9·19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 통합연동훈련을 실시했다. 대적사업계획 등 군사도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김정은 대신 김여정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남측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변환시킬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서 열린 통일연구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우의’ 차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를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김 부부장은 자신 명의의 첫 담화서 청와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서 대남정책을 의제로 거론하지 않은 점 또한 김 위원장이 적대적인 대남정책을 주도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읽힌다.

홍 위원은 “보도는 안됐지만, 이 정치국 회의서 최근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모종의 의논이 있었을 것”이라며 “보도된다면 김 위원장이 이걸 주도하는 것처럼 해석이 되기 때문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려는 게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계획된 수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백두산을 등정했을 시점부터 대남정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 후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대남정책 전환이 늦춰져 지금에 이르렀다고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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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