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불안 끝에 울린 허망한 총성 ‘남산의 부장들’

▲ ⓒ쇼박스

[일요시사 취재1팀] 함상범 기자= 1979년 10월26일은 역사적으로 특별하다. 무려 18년 넘게 집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부하로부터 총에 맞아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영화, 각종 시사프로그램 등등에서 숱하게 거론된 하루다. 현대사나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연출자에게 있어 이 흥미로움은 ‘양날의 검’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엔 유리하지만, 자칫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꼭 만들어내야 유의미한 결과물이 된다.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양날의 검을 빼들었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을 마지막 지점으로 이전 40일부터의 과정을 그린다. 1977년 있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코리아 게이트’ 이후 미국 연방 하원의 프레이저 청문회서 비밀스러운 내용을 거침없이 폭로한 사건을, 영화적 재미를 위해 1979년으로 붙인 것 외에는 고증에 충실하다. 다만 이름은 싹 바꿨다. ‘김재규=김규평’ ‘각하=박정희’ ‘김형욱=박용각’ ‘차지철=곽상천’ ‘전두환=전두혁’ 등이다.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어떤 인물로 모티브가 됐는지 쉽게 보인다. 

공포의 대명사였던 남산과 서슬 퍼런 군사정권서 굵직한 권력을 맡았던 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차가운 톤으로 차분하게 담았다. <그 때 그 사람들>이 블랙코미디 형태로 당시 인물들을 풍자하고 비꼬았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김규평(이병헌 분)의 불안함에 포커스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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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미국 프레이저 청문회서 박통의 실체를 낱낱이 고발한 박용각(곽도원 분)을 황급히 만난 김규평(이병헌 분)은 의외의 소리를 듣는다. 중앙정보부장도 경호실장도 아닌 또 다른 2인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은 ‘이아고’라고 한다. 박용각은 김규평에게 새로운 왕좌에 오르는 그림을 그린다. 미국도 김규평에게 ‘다음 스텝을 밟으라’며 박통의 하야와 새로운 왕좌를 암시한다. 

그런 가운데 군 후배이자 경호실장인 곽상천(이희준 분)은 미쳐 날뛴다. 무슨 일만 터지면 ‘중정부장이 이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는 것은 물론 ‘캄보디아처럼 100만명 200만명 탱크로 싹 밀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말로 박통(이성민 분)을 꼬드긴다. 박통은 그 말에 넘어가는 모양새다. 여러 상황 속에서 김규평은 박통을 향해 충정을 다 바치는데, 1인자의 총애에선 점점 더 멀어진다. 부마항쟁이 발발하면서 박통·경호실장과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규평은 커다란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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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식

10·26을 대하는 미디어의 방식은 늘 달랐다. 12·12사태의 전초전이었거나 혹은 누군가를 조롱의 대상으로 여겼거나, 누군가를 미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물 또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밀정>의 음울함과 비슷한데 특별한 메시지가 보이지는 않는다.

특별한 점은 이 작품은 김규평의 심리와 시선으로만 이 기간을 해석한다는 점에 있다. 미국에 미운털이 박힌 박통, 자신을 지원하겠다는 미국, 꼴도 보기 싫은 경쟁자와 그를 총애하는 상관, 뒤에서 자신을 믿고 받쳐주겠다는 혁명 동지 사이서 김규평은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1979년도에 이런 불안함을 느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기만 한다.

그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쏴버린, 우발적인 총성은 그가 외쳤던 민주주의 대신 더 악랄한 신군부를 탄생시키고 만다. 권력의 시종이 어쩔 줄 모르다가 쏜 총성으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후퇴하게 된다.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꾸준히 있어왔지만, 우발적인 행동이 낳은 처참한 결과로 인한 비판의 여지도 많다. 

그럼에도 영화는 김재규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며,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마지막은 멋있다. 그를 무시했던 <그 때 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 말미 김규평의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전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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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70년대 후반의 빛깔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뉴트로가 유행이듯 예전 것을 세련되게 바꿔놨다.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소품, 철저하게 준비된 공간이 1980년대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프레이저 청문회에 이은 김형욱의 죽음, 김규평과 차지철의 대립, 부마항쟁, 궁정동 10·26 사태까지 당시를 잇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다소 느리게 전개된다. 영화는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중간에 다소간의 지루함을 막지는 못한다.

후반부 다소 갑작스럽게 결단내리고 수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다. 관객들이 여백을 꽤 이해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더 촘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후반부 궁정동 안가 시퀀스는 굉장한 긴장감을 준다. 롱테이크신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 &lt;남산의 부장들&gt; 제작보고회 ⓒ문병희 기자

연기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대목은 연기다.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과정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빛난다.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은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높은 싱크로율과 함께 새로운 박통을 만들어낸다. 한 마리 이리 같으면서도 욕망에 찌들어있는 권력자를 표현한다. 

언제나 새로운 얼굴과 강렬한 연기를 드러내는 이병헌은 엄청난 비중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소화했다. 애써 감추려 하지만 툭툭 묻어나오는 불안함과 함께 마지막 장면서의 얼굴은 영화를 관통한다. 

무려 25kg을 찌운 이희준은 ‘차지철이 정말 저랬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한 연기를 펼친다. 김규평을 끊임없이 조롱하는, 무대포 같은 표현법이 자연스럽다.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선을 찾아낸 것이 묘수다. 

영화의 시작을 끊은 곽도원과 유일한 여성 캐릭터에 가까운 김소진도 제 몫 이상을 해준다. 그 외 작은 분량의 캐릭터들 중에 허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연기로는 빈틈이 없다.

총평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그려내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이 관객들에게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을 약 90일 앞둔 시점에, 정치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택도 영리해 보인다. <마약왕> 실패 이후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초반 김규평을 자극한 ‘이아고’가 사라진 대목, 큰 결단을 내리는 과정서 부족한 설득력, 영특한 기질을 보인 김규평이 중정이 아닌 육군본부로 선택한 진짜 이유를 그리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시대의 역사를 잘 아는 관객보다 적당히 잘 모르는 관객이 더 높은 평가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봉: 2020.01.22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처스
배급사: 쇼박스
한줄평: 한 남자의 불안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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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