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키맨’ 안철수의 대권행 키포인트

‘미워도 호남’ 안전빵 친정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통합의 ‘키맨’으로 불려왔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예상되는 귀국 시기는 설 연휴 전. 그는 어떻게 총선을 준비할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를 ‘행정부의 수장’으로 본다. 대권행의 첫 관문인 그의 총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 이후 정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일정을 접고 설 연휴 전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돌아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미당 이동섭 원내대표 대행을 통해 “지난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그 과정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정계 복귀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인해 야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로 인해 변화될 정치 지형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호남계를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미당 비당권파 등 제3지대에 있는 당은 총선 전 통합 없이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는 총선서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같은 중심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내부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안 전 대표에게는 ▲바미당으로의 복귀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으로의 합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합류 ▲보수·중도 통합 연대 ▲독자적인 제3지대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크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바미당 당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바미당 복귀설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던 당의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바미당에 대한 ‘창업주’의 책임감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로 국민의당’ 총선부터? 당권 먼저?
준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 기로

정치인에게 명분은 필수다. 그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바미당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미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확실히 했는데,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의실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 사진을 내리고 안 전 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걸어두고 회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뿔뿔이 흩어진 호남계 의원들을 재결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에게도 바미당 복귀에만 머문다면 이번 총선서 큰 승산이 없다. 하지만 복귀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중도세력 및 대안신당 의원들을 규합해 세를 불려 이른바 ‘도로 국민의당’을 만든다면 교섭단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악수 나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이는 안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호남서 시작된 만큼 손해 없는 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 탈당 사태 당시 안 전 대표와의 극한 대립으로 재결합이 힘들어 보이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열쇠 쥐고…
범야권 뒷배

하지만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와 다시 합치는 게 나은 상황이다. 바미당 호남계 내에서도 탈당 사태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대승적 차원서 다시 손을 잡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겠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중도·무당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양측의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가진 이념이 바미당 호남계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당론 채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교, 안보와 직결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입장차는 이를 극명히 보였던 선례가 있다. 당시 호남계 의원들 다수는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오자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뜻대로 당론이 바뀌었다. 대북 정책서도 이들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정신 중 일환인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호남계 의원들은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새보수당도 분주해졌다. 이제 막 출범한 새보수당에게 안 전 대표의 합류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보수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YTN 인터뷰서 “유승민 대표가 결혼 잘못했다는 것은(안철수 공동대표서 호남계 의원으로) 신부가 바뀐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의 제대로 된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여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야당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보수당과 안 전 대표의 궁합 역시 잘 맞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먼저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안 전 대표는 바미당에 새해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부탁에는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거품 빠진 '안'
신뢰 회복 우선

유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할 때부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2년 전 이 자리서 국민께 약속한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변혁서 활동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귀추는 아직 미지수다. 유 위원장은 새보수당 창당대회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 이동섭 의원을 향해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축사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상식과 합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창당 정신’을 가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짧으면 짧을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차게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가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의 국회 비공개 회동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논의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물밑서 새보수당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과도 접촉해 대통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현재 보수통합의 주도권 싸움서 새보수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 역시 한국당 주도의 논의를 위해 제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의 핵심은 ‘혁신’인 만큼 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보다 더 적게 점쳐진다. 합류할 명분도 없는 데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들러리’로 전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냐”는 불만이 나왔던 이유다.

이번엔 황교안과 손잡나
보수·중도 연대로 직행?

다만 보수·중도진영이 모인 연대에는 합류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지난 9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추위에선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탄핵 찬반 문제가 통합의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으로 꼽히는 한국당, 새보수당과 같은 든든한 ‘뒷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 국민의당으로는 ‘준여당’에 불과해 대권 후보로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통추위에 합류해 문재인정부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가 설 연휴 전에 귀국한 뒤 당분간 거취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 구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빅텐트를 주도적으로 구상해 성공한다면 총선 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는 큰 정치적 리스크가 따른다. 대선과 지방선거서 이미 실패한 경험은 있는 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서 나오면서 그의 몸값은 크게 격하됐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여태껏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으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치권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썼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보로 위장취업했다. 이제 실패하니까 보수로 회귀해서 소위 여권, 진보세력의 통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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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