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키맨’ 안철수의 대권행 키포인트

‘미워도 호남’ 안전빵 친정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통합의 ‘키맨’으로 불려왔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예상되는 귀국 시기는 설 연휴 전. 그는 어떻게 총선을 준비할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를 ‘행정부의 수장’으로 본다. 대권행의 첫 관문인 그의 총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 이후 정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일정을 접고 설 연휴 전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돌아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미당 이동섭 원내대표 대행을 통해 “지난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그 과정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정계 복귀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인해 야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로 인해 변화될 정치 지형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호남계를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미당 비당권파 등 제3지대에 있는 당은 총선 전 통합 없이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는 총선서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같은 중심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내부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안 전 대표에게는 ▲바미당으로의 복귀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으로의 합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합류 ▲보수·중도 통합 연대 ▲독자적인 제3지대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크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바미당 당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바미당 복귀설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던 당의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바미당에 대한 ‘창업주’의 책임감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로 국민의당’ 총선부터? 당권 먼저?
준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 기로

정치인에게 명분은 필수다. 그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바미당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미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확실히 했는데,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의실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 사진을 내리고 안 전 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걸어두고 회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뿔뿔이 흩어진 호남계 의원들을 재결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에게도 바미당 복귀에만 머문다면 이번 총선서 큰 승산이 없다. 하지만 복귀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중도세력 및 대안신당 의원들을 규합해 세를 불려 이른바 ‘도로 국민의당’을 만든다면 교섭단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악수 나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이는 안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호남서 시작된 만큼 손해 없는 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 탈당 사태 당시 안 전 대표와의 극한 대립으로 재결합이 힘들어 보이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열쇠 쥐고…
범야권 뒷배

하지만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와 다시 합치는 게 나은 상황이다. 바미당 호남계 내에서도 탈당 사태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대승적 차원서 다시 손을 잡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겠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중도·무당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양측의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가진 이념이 바미당 호남계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당론 채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교, 안보와 직결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입장차는 이를 극명히 보였던 선례가 있다. 당시 호남계 의원들 다수는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오자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뜻대로 당론이 바뀌었다. 대북 정책서도 이들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정신 중 일환인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호남계 의원들은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새보수당도 분주해졌다. 이제 막 출범한 새보수당에게 안 전 대표의 합류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보수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YTN 인터뷰서 “유승민 대표가 결혼 잘못했다는 것은(안철수 공동대표서 호남계 의원으로) 신부가 바뀐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의 제대로 된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여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야당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보수당과 안 전 대표의 궁합 역시 잘 맞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먼저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안 전 대표는 바미당에 새해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부탁에는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거품 빠진 '안'
신뢰 회복 우선

유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할 때부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2년 전 이 자리서 국민께 약속한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변혁서 활동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귀추는 아직 미지수다. 유 위원장은 새보수당 창당대회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 이동섭 의원을 향해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축사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상식과 합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창당 정신’을 가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짧으면 짧을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차게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가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의 국회 비공개 회동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논의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물밑서 새보수당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과도 접촉해 대통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현재 보수통합의 주도권 싸움서 새보수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 역시 한국당 주도의 논의를 위해 제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의 핵심은 ‘혁신’인 만큼 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보다 더 적게 점쳐진다. 합류할 명분도 없는 데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들러리’로 전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냐”는 불만이 나왔던 이유다.

이번엔 황교안과 손잡나
보수·중도 연대로 직행?

다만 보수·중도진영이 모인 연대에는 합류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지난 9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추위에선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탄핵 찬반 문제가 통합의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으로 꼽히는 한국당, 새보수당과 같은 든든한 ‘뒷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 국민의당으로는 ‘준여당’에 불과해 대권 후보로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통추위에 합류해 문재인정부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가 설 연휴 전에 귀국한 뒤 당분간 거취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 구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빅텐트를 주도적으로 구상해 성공한다면 총선 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는 큰 정치적 리스크가 따른다. 대선과 지방선거서 이미 실패한 경험은 있는 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서 나오면서 그의 몸값은 크게 격하됐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여태껏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으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치권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썼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보로 위장취업했다. 이제 실패하니까 보수로 회귀해서 소위 여권, 진보세력의 통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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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