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키맨’ 안철수의 대권행 키포인트

‘미워도 호남’ 안전빵 친정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통합의 ‘키맨’으로 불려왔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예상되는 귀국 시기는 설 연휴 전. 그는 어떻게 총선을 준비할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를 ‘행정부의 수장’으로 본다. 대권행의 첫 관문인 그의 총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 이후 정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일정을 접고 설 연휴 전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돌아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미당 이동섭 원내대표 대행을 통해 “지난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그 과정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정계 복귀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인해 야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로 인해 변화될 정치 지형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호남계를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미당 비당권파 등 제3지대에 있는 당은 총선 전 통합 없이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는 총선서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같은 중심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내부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안 전 대표에게는 ▲바미당으로의 복귀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으로의 합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합류 ▲보수·중도 통합 연대 ▲독자적인 제3지대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크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바미당 당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바미당 복귀설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던 당의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바미당에 대한 ‘창업주’의 책임감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로 국민의당’ 총선부터? 당권 먼저?
준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 기로

정치인에게 명분은 필수다. 그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바미당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미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확실히 했는데,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의실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 사진을 내리고 안 전 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걸어두고 회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뿔뿔이 흩어진 호남계 의원들을 재결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에게도 바미당 복귀에만 머문다면 이번 총선서 큰 승산이 없다. 하지만 복귀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중도세력 및 대안신당 의원들을 규합해 세를 불려 이른바 ‘도로 국민의당’을 만든다면 교섭단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악수 나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이는 안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호남서 시작된 만큼 손해 없는 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 탈당 사태 당시 안 전 대표와의 극한 대립으로 재결합이 힘들어 보이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열쇠 쥐고…
범야권 뒷배

하지만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와 다시 합치는 게 나은 상황이다. 바미당 호남계 내에서도 탈당 사태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대승적 차원서 다시 손을 잡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겠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중도·무당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양측의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가진 이념이 바미당 호남계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당론 채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교, 안보와 직결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입장차는 이를 극명히 보였던 선례가 있다. 당시 호남계 의원들 다수는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오자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뜻대로 당론이 바뀌었다. 대북 정책서도 이들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정신 중 일환인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호남계 의원들은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새보수당도 분주해졌다. 이제 막 출범한 새보수당에게 안 전 대표의 합류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보수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YTN 인터뷰서 “유승민 대표가 결혼 잘못했다는 것은(안철수 공동대표서 호남계 의원으로) 신부가 바뀐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의 제대로 된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여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야당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보수당과 안 전 대표의 궁합 역시 잘 맞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먼저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안 전 대표는 바미당에 새해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부탁에는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거품 빠진 '안'
신뢰 회복 우선

유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할 때부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2년 전 이 자리서 국민께 약속한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변혁서 활동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귀추는 아직 미지수다. 유 위원장은 새보수당 창당대회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 이동섭 의원을 향해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축사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상식과 합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창당 정신’을 가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짧으면 짧을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차게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가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의 국회 비공개 회동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논의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물밑서 새보수당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과도 접촉해 대통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현재 보수통합의 주도권 싸움서 새보수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 역시 한국당 주도의 논의를 위해 제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의 핵심은 ‘혁신’인 만큼 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보다 더 적게 점쳐진다. 합류할 명분도 없는 데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들러리’로 전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냐”는 불만이 나왔던 이유다.

이번엔 황교안과 손잡나
보수·중도 연대로 직행?

다만 보수·중도진영이 모인 연대에는 합류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지난 9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추위에선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탄핵 찬반 문제가 통합의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으로 꼽히는 한국당, 새보수당과 같은 든든한 ‘뒷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 국민의당으로는 ‘준여당’에 불과해 대권 후보로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통추위에 합류해 문재인정부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가 설 연휴 전에 귀국한 뒤 당분간 거취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 구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빅텐트를 주도적으로 구상해 성공한다면 총선 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는 큰 정치적 리스크가 따른다. 대선과 지방선거서 이미 실패한 경험은 있는 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서 나오면서 그의 몸값은 크게 격하됐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여태껏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으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치권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썼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보로 위장취업했다. 이제 실패하니까 보수로 회귀해서 소위 여권, 진보세력의 통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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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