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키맨’ 안철수의 대권행 키포인트

‘미워도 호남’ 안전빵 친정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수통합의 ‘키맨’으로 불려왔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온다. 예상되는 귀국 시기는 설 연휴 전. 그는 어떻게 총선을 준비할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를 ‘행정부의 수장’으로 본다. 대권행의 첫 관문인 그의 총선레이스가 시작됐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선언 이후 정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임박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을 통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1년여간의 해외 체류 일정을 접고 설 연휴 전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돌아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미당 이동섭 원내대표 대행을 통해 “지난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그 과정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꿔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정계 복귀를 다시 한 번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인해 야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은 안 전 대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로 인해 변화될 정치 지형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호남계를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미당 비당권파 등 제3지대에 있는 당은 총선 전 통합 없이는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 18개 지역 중 군소정당은 6곳을 제외하고는 총선서 모두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와 같은 중심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 내부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안 전 대표에게는 ▲바미당으로의 복귀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으로의 합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합류 ▲보수·중도 통합 연대 ▲독자적인 제3지대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크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가 바미당 당원들에게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바미당 복귀설 쪽으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던 당의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바미당에 대한 ‘창업주’의 책임감으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로 국민의당’ 총선부터? 당권 먼저?
준여당의 길이냐 야당의 길이냐 기로

정치인에게 명분은 필수다. 그는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바미당 전신인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바미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확실히 했는데, 돌아와서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의실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한 사진을 내리고 안 전 대표와 함께 있는 사진을 걸어두고 회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손 대표는 당내 다른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 ‘계륵’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뿔뿔이 흩어진 호남계 의원들을 재결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에게도 바미당 복귀에만 머문다면 이번 총선서 큰 승산이 없다. 하지만 복귀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 중도세력 및 대안신당 의원들을 규합해 세를 불려 이른바 ‘도로 국민의당’을 만든다면 교섭단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악수 나누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이는 안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호남서 시작된 만큼 손해 없는 장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안 전 대표를 언급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 탈당 사태 당시 안 전 대표와의 극한 대립으로 재결합이 힘들어 보이는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열쇠 쥐고…
범야권 뒷배

하지만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 세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안 전 대표와 다시 합치는 게 나은 상황이다. 바미당 호남계 내에서도 탈당 사태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됐지만, 대승적 차원서 다시 손을 잡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은 면치 못하겠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중도·무당층의 표를 흡수하기 위한 양측의 윈윈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 전 대표가 가진 이념이 바미당 호남계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마다 이견을 보이며 당론 채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교, 안보와 직결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입장차는 이를 극명히 보였던 선례가 있다. 당시 호남계 의원들 다수는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오자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안 전 대표의 뜻대로 당론이 바뀌었다. 대북 정책서도 이들은 평행선을 유지했다.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정신 중 일환인 햇볕정책을 이어가는 호남계 의원들은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하는 안 전 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로 새보수당도 분주해졌다. 이제 막 출범한 새보수당에게 안 전 대표의 합류는 당이 보수대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보수당 내부서도 안 전 대표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YTN 인터뷰서 “유승민 대표가 결혼 잘못했다는 것은(안철수 공동대표서 호남계 의원으로) 신부가 바뀐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의 제대로 된 ‘재결합’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다만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에게 “여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야당의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중도’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새보수당과 안 전 대표의 궁합 역시 잘 맞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전 대표가 새보수당에 먼저 합류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안 전 대표는 바미당에 새해 메시지를 보낸 것과 달리 새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부탁에는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거품 빠진 '안'
신뢰 회복 우선

유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을 할 때부터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2년 전 이 자리서 국민께 약속한 그 정신에 여전히 동의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변혁서 활동했던 안철수계 의원들의 귀추는 아직 미지수다. 유 위원장은 새보수당 창당대회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권은희, 이동섭 의원을 향해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축사서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상식과 합리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창당 정신’을 가진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짧으면 짧을수록 새로운 대한민국이 힘차게 빠르게 열릴 것”이라고 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가 손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이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한국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와의 국회 비공개 회동서 통합추진위원회를 논의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물밑서 새보수당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과도 접촉해 대통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현재 보수통합의 주도권 싸움서 새보수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최근 황 대표가 발표한 통합추진위원회 역시 한국당 주도의 논의를 위해 제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의 핵심은 ‘혁신’인 만큼 한국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은 새보수당에 합류할 가능성보다 더 적게 점쳐진다. 합류할 명분도 없는 데다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들러리’로 전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하면서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냐”는 불만이 나왔던 이유다.

이번엔 황교안과 손잡나
보수·중도 연대로 직행?

다만 보수·중도진영이 모인 연대에는 합류할 공산이 크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지난 9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통추위에선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탄핵 찬반 문제가 통합의 장애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범야권으로 꼽히는 한국당, 새보수당과 같은 든든한 ‘뒷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 국민의당으로는 ‘준여당’에 불과해 대권 후보로는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 통추위에 합류해 문재인정부에 대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안 전 대표가 설 연휴 전에 귀국한 뒤 당분간 거취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 구축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중도 빅텐트를 주도적으로 구상해 성공한다면 총선 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에는 큰 정치적 리스크가 따른다. 대선과 지방선거서 이미 실패한 경험은 있는 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서 나오면서 그의 몸값은 크게 격하됐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야권의 정계개편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여태껏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으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치권에선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논란이 되자 이를 기회 삼아 정치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썼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도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보로 위장취업했다. 이제 실패하니까 보수로 회귀해서 소위 여권, 진보세력의 통합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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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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