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창당 러시’ 신당 세력 대해부

‘선거의 계절’ 철새들도 파닥파닥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대 총선 때 뜨거웠던 ‘녹색 돌풍’처럼 거대 양당체제에 맞설 신(新)정치세력이 재현될 수 있을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다양한 유권자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뀔 공산도 크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총선이 5개월 남짓한 시점서 신당 창당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국회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인 대안정치가 신당 창당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무소속 이언주, 이정현 의원도 가세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원외에선 프로젝트 2040, 소상공인당, 기본소득당 등 직능과 세대에 특화된 신당 창당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에 부는
‘새집’ 바람

거대 양당 체제하에서는 다양한 유권자들의 이익을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만약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직업, 세대, 지역 등이 다양한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용이해질 전망이다. 신(新)세력들이 거대 양당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20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사태, 필리버스터, 식물 국회 등으로 한국 정치를 지배해왔던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껴왔다.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신당 창당은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

다양한 움직임 속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세력은 중도정치를 추구하는 변혁과 대안신당이다. 변혁과 대안신당은 20대 총선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정당은 대안신당이다. 지난 8월 민주평화당 당권파와의 갈등으로 공식 탈당 후 연내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성엽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제대로 된 보수, 합리적인 진보가 어우러질 때 생산적인 정치가 가능하다”며 신당 창당으로 정치세력의 전면적인 교체를 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변혁’ ‘대안신당’총선 정국 변수로
무소속도 가세…세대·직능 특화 당도

대안신당의 창당 성패 여부는 ‘새로운 인물 영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서 불었던 녹색 돌풍을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끌어낸 만큼 대권 주자에 버금가는 인물을 내세워야 제3지대로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 대표는 새로운 인물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 명의 ‘스타 정치인’보다는 다수의 결집을 중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정치는 그동안 어떤 대선 후보급 인물에 의해 정당이 만들어지고 정당의 운명이 그 인물에 따라 달리하는 후진적인 그런 정치 상황을 보여왔다”며 “새로운 인물들이 함께 모여 나라의 비전을 생각해보고 국민들과 대화하면서 정치 결사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세력은 탈당 이후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새 인물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안신당이 지난 10월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사실이 보도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로 이뤄진 바미당 비당권파인 변혁은 지난 9월에 독자 행보를 선언, 신당 창당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혁과 바미당은 당 정체성과 노선, 지도체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서서히 ‘분당선’을 밟아왔다. 당내에선 지난 4·3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손학규 퇴진론’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내홍 수습을 위해 혁신위가 출범했다.


하지만 혁신위 활동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성과 없이 막을 내려야 했다. 손 대표는 올해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가 나오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변혁은 지난 9월 신당 기획단을 출범했다. 유승민 의원과 오신환 원내대표 중심으로 보수통합과 재건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변혁은 지난 4일에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위한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총선 2배
속속 제3지대로

중앙당 창당대회가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만큼, 변혁의 탈당 절차는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들은 본인이 스스로 하는 탈당일 경우에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때문에 즉각적인 탈당이 어렵다. 따라 일부 의원이 먼저 탈당한 후에 비례대표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혁 의원들 역시 신선한 인재 영입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변혁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민주당을 두루 포섭하는 중도성향 인사를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변혁의 탈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야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 창당발기인대회 갖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

무소속 의원들이 이끄는 신당 창당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서 ‘미래를 향한 전진 4.0’(이하 전진)의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의원은 “내년 설 전에 중앙당 창당을 마무리짓고, 총선 때 최대한 많은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진은 창당 발기문에 ’노동자를 보호해야만 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대한민국은 민간주도의 사회로,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사회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2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신당 내지는 중도보수신당을 창당하겠다”며 “헤쳐모여 식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정훈 울산대 교수, 백승재 변호사, 김상현 국대 떡볶이 대표, 김원성 전CJ 전략기획본부 국장,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등 1000여명의 사회 각계각층 인물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3%면 배지?
개정 기대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신당 창당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제는 어느 정당이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포괄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고, 깜짝 놀랄 만한 인사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으며 굉장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내년 1월 말까지 진보와 보수가 한 당 안에 포함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국가혁명배당금, 핵나라당, 부정부패척결당 등 이색적인 이름의 신당도 눈에 띈다. 특히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7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허 대표는 15대 대통령 선거부터 여러 차례 대선과 총선에 출마하며 다소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허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을 출범하고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의 배당금을 제공하고 배당금당이 국회 150석을 확보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150만명을 확보할 것”이라며 공약을 발표했다.

2040프로젝트, 기본소득당, 소상공인당과 같이 특정 세대와 직능에 특화된 신당 창당 움직임도 총선 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2040은 진영논리서 벗어난 젊고 혁신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당대당 통합 시 지분 챙겨

염승열 대표 멤버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노후한 국회, 젊고 역동적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며 “스타트업 방식으로 정치에 도전해 ‘시장의 혁신자’가 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최대한 많은 젊은 인재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기본소득당은 전 국민에게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 월 60만원 지급’을 핵심 정책으로 정했다. 신민주 서울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수당 대신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각자가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은 오는 18일 창당할 예정이다. 국회 내 기존 정당과 달리 기본소득당은 20대 초중반 청년이 중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등록된 정당은 총 34개, 창당준비위원회는 13개에 달한다. 20대 총선 전인 2015년 12월에는 정당이 19개인 점을 비춰봤을 때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선 총선 정국 때 당대당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 신당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세력들이 당 통합 시 원하는 지분을 마련하기 위해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로 인해 신당 창당이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외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층 겨냥
선전할 수도


선거제 개정안에 따라, ‘전국 정당 득표율 3% 또는 지역구 의석 5석 이상’을 넘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47석을 75석으로 늘리고,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상공인이나 극우 세력 등 특정 지지층을 겨냥한 정당이 선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뛰따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혁-한국당 통합?

정치권서 내년 총선 정국 전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통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변혁 의원들은 ‘탄핵 인정’ 등 변혁 측이 내건 조건을 한국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통합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총선 정국서 변혁 소속으로 선거에 나간다면 수도권을 제외한 곳에서 변혁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아울러 보수 지지층의 표가 갈리게 된다면 여당이 유리해지는 선거판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변혁과 한국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공천 주도권을 한국당이 가지는 흡수 통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TK지역서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이 높아 황교안 대표가 쉽게 당대당 통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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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