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미리 본 지상파 3사 연기대상

‘각축’ KBS, ‘유력’ SBS, ‘난감’ MBC

[일요시사 연예부] 함상범 기자 = 매년 연말 열리는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은 국내 드라마 팬들의 또 하나의 즐길 거리다. 신인배우는 물론 각종 조연 배우들과 각본과 연출 등 다양한 분야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 특히 배우들에게도 명예롭게 여겨지는 대상 부문은 대중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에는 숱한 인기작품을 내놓은 KBS 대상이 뜨거운 공방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며, SBS는 <열혈사제>의 김남길이 유력한 후보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다 할 수작이 없었던 MBC는 누구에게 대상을 줘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 사진제공=KBS2-매니지먼트숲-쇼박스-935엔터-제이와이드

지난해 <같이 살래요>의 유동근과 <우리가 만난 기적>의 김명민에게 공동 대상을 수여하는 등 드라마 부문서 비교적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KBS는 올해에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0% 시청률도 넘기기 힘들다는 현 시점에 20% 시청률이 넘는 드라마를 네 편이나 방영했다. 그것도 케이블채널과 종편채널의 드라마 공세와 함께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지상파를 위협하는 상황서 이룬 쾌거다.

최수종과 유이가 부녀지간으로 출연해 시청률이 무려 50%(닐슨코리아 지상파 기준)에 육박한 <하나뿐인 내 편>과 22%를 넘긴 <왜그래 풍상씨>(이하 <풍상씨>), 비록 ‘막장 드라마’ 논란은 있었으나 35%를 넘긴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 올 가을 스릴러와 로맨스를 적절히 녹인 복합장르의 구현과 함께 당당한 여성 캐릭터로 시대상을 그려내며 23%의 시청률을 기록한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까지, 올해 KBS 드라마는 대풍년이다.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즐비한 탓에 ‘남궁민 신드롬’을 몰고 오는 등 15%의 시청률을 기록한 <닥터 프리즈너>의 성적이 다소 초라해 보일 정도다.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 즐비하다 보니 대상을 받아도 문제없을 배우들이 넘쳐난다. 먼저 거론되는 배우는 유준상과 공효진이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 질릴 대로 질릴 소재 속에서 따뜻하면서 애절한 연기로 작품의 빈틈을 메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준상의 경쟁자는 출연작 중 이제껏 망한 드라마가 한 편도 없다는 공효진이다. <동백꽃>서 편견에 갇혀 사는 동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공블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유준상·공효진 투톱
김소연·김해숙·남궁민 추격


유준상과 공효진의 경우 변수로 인해 쉽게 예측이 쉽지 않다. <풍상씨>의 경우 소위 ‘막장 논란’이 있었던 탓에 유준상의 연기가 일품이었다고 하더라도 다소간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욕 하면서 본 드라마’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작품성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상식 참석을 두려워하는 배우로 잘 알려진 공효진은 이번 시상식 역시 참석 여부가 미지수다.

드라마 ‘불패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음에도 방송사 대상 수상 경험이 없는 이유는 그가 시상식을 기피해왔기 때문이다. 공효진은 이번 시상식 참석에도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 상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관례상 공효진이 대상을 수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2018년에 유동근과 김명민, 2017년에 김영철과 천호진, 2016년에 송중기와 송혜교가 공동대상을 수상했던 만큼, 이번에도 공동 대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외에도 <세젤예>의 김해숙과 김소연, <하나뿐인 내편>의 최수종과 유이,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 <동백꽃>의 강하늘 등이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해숙과 김소연은 출생의 비밀과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재,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전개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로부터 드라마가 비판을 받았음에도 연기력만으로 논란을 잠재운 경우다. 또 선과 악 사이서 줄다리기하며 복수를 위한 악을 그려낸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 역시 대상을 받아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군 복무 후 택한 첫 작품으로 <동백꽃>을 택한 강하늘도 2년 간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든 뛰어난 연기를 펼쳐 대상 후보로 꼽힌다.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라원문화-나무엑터스-후크엔터테인먼트

SBS는 KBS만큼은 아니지만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작품이 여럿 나와 한숨은 돌린 모양새다. 특히 <열혈사제> <의사요한> <배가본드> 등 금토드라마가 강세였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열혈사제>의 김남길이다.

올해 2월 첫 방송한 이 드라마는 10% 시청률로 출발해 새로운 코미디의 매력을 선보이면서 연일 화제를 모았고, 마지막회는 최고 시청률(22%)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가운데서 김해일 신부로 맹활약한 김남길은 액션과 분노를 포함한 감정 연기를 유려하게 넘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김남길은 한국방송촬영인협회가 주관하는 ‘2019 그리메상’서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시상식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이견이 없는 한 김남길 독주가 될 전망이다.

김남길
독주체제


김남길의 대항마로 지성과 이승기, 배수지, 장나라가 거론되고 있다. 먼저 2015년 <킬미힐미>로 MBC 연기대상의 대상, 2017년 <피고인>으로 SBS 연기대상의 대상을 수상한 지성은 올해도 <의사 요한>을 통해 대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시청률은 12%를 넘기는 데 그쳤지만, 의사 차요한을 통한 열연은 시청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제작비만 250억원 이상이 투입된 <배가본드>의 이승기와 배수지는 한층 더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승기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넘어 액션도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며 김남길의 대항마로 떠오른다. 김남길과 ‘뜬금 열애설’이 있었던 장나라도 현재 방영 중인 <VIP>로 대상 후보다. 공효진과 함께 드라마 불패를 보여주고 있는 장나라는 기존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섹시하고 강인한 ‘나정선’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성과 장나라, 이승기, 수지가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해도 김남길의 대항마로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작품성과 연기력, 화제성 등 다양한 면에서 김남길의 활약이 높게 점쳐진다.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BH엔터테인먼트, CGV아트하우스

한때 드라마 왕국으로 군림한 MBC의 올해 성적은 최악이다. 타 방송사에 즐비한 10% 이상 시청률의 드라마가 MBC에는 단 한 작품도 없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검법남녀2>는 9.9%로 10%의 벽을 넘지 못했으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사단이 만든 <봄밤>도 9.5%에 그쳤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동욱, 류덕환 주연의 <근로감독관 조장풍>도 8.7%이며, JTBC <스카이캐슬>서 활약한 김혜윤이 출연해 의외의 화제를 모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뒷심이 부족해 시청률이 3.6%로 저조했다. KBS나 SBS와 비교해 너무도 볼품없는 성적이다.

드라마 왕국이
어쩌다…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배우는 정재영과 김동욱, 한지민이다. 정재영은 <검법남녀2>서 법의관 백범을 통해 냉철한 얼굴과 함께 인간미를 적절히 녹이는 연기 등 베테랑다운 내공을 유감없이 펼쳤다. <봄밤>에서 오래된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 분)과 새로운 남자 유지호(정해인 분) 사이서 흔들리는 여자주인공 이정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한지민도 후보로 꼽힌다.

영화 <미쓰백> 이후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독차지하는 등 연기력까지 무장한 그의 재능이 호평을 받았다. 시원시원한 전개로 통쾌함을 선사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서 타이틀롤로 나온 김동욱은 액션, 노래, 춤까지 소화하며 입체적으로 표현해 호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대상 후보로 거론된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한 듯 보이지만 시상식의 전반적인 중량감은 타 방송사에 비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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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