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공명지조’ 2019 정치판

단 한 번도…협치는 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으로 극한 대립 끝에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다. 2019년은 어떤 해보다 계층·이념·세대의 대립이 선명했던 해다. 많은 이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던 한 해의 사건들을 <일요시사>가 톺아봤다.
 

<교수신문>은 한 해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정치권이 양극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도 모자라 국민들까지 분열돼버린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당정치의 탄생은 유권자들의 분열에 기반한다. 다만 분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 정치인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민심은 요동치고 다름에 대한 혐오만 확산될 뿐이다.

조국 정국
세대 갈등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촛불정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문정부가 출범하면서 ‘촛불 세력’으로 정치권은 채워졌다.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좌파정권’ ‘광주일고 정권’과 같은 용어로 이념몰이, 지역감정 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일상이 됐다.

2019년에 국민들이 분열된 발화지는 크게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지소미아 파기 ▲조국 정국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치권과 민심이 갈라졌다. 또 공정과 평등을 내세우는 진보세력의 대표주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와 2030청년들의 세대간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은 극우 세력인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의 침탈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초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선거법, 2대 악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태극기부대는 국회 앞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좌파 독재 막아내자”며 연일 구호를 외쳐댔다. 국회 사무처는 오전 10시쯤부터 국회 출입구를 봉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을 경내로 들어오게 해달라는 한국당의 항의로 인해 이들의 경내 진입을 허용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마당에 쏟아지면서 본청 계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날치기 공수처법 사법장악 저지하자” “날치기 선거법 좌파 의회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극우세력 등에 업고 대립 부추기는 꼴
지소미아 파기, 친·반일 프레임 전쟁

정의당은 규탄대회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선거제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정의당 당직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거나 “빨갱이 X” 과 같은 인격 모독적인 발언들을 들어야 했다.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는 “무방비 상태였던 40분 동안 당원들과 당직자들이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력에 노출됐다”며 “정의당 배너를 무너트리고 물건을 탈취하고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고 던지고 상스러운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들이 에워싼 이후에도 장장 8시간 동안 경찰분들 다리 사이, 얼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계속 퍼부었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 있던 의원들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욕을 하고 밀치는 과정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설훈 의원의 안경이 날아갔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시위대가 폭언을 퍼붓는 가운데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해야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SNS를 통해 ‘본청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달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지도부와 폭력을 행사한 집회 지지자들에 대해 고발조치한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회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폭력이 자유로 둔갑하고, 폭력배들의 집회가 정당행사로 포장되고, 집단폭력이 당원집회로 용인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폭력집회를 주최·선동하고, 집회 참가자의 폭력을 수수방관한 황교안 대표, 폭력에 동원된 무리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의원들에게 지시한 심재철 원내대표, 극우 보수단체들을 동원해 폭력사태를 유도, 방조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을 공모·공동정범 혐의 등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뜯어 말려도
모자랄 판에…

보수매체로 불리는 언론사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시위대 수천명 난입, 국회 온종일 아수라장’이란 제목으로, <중앙일보>는 ‘문희상 잡으러 가자, 한국당 지지자에 국회 정문 뚫렸다’는 극우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현행법상 국회에서는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정당 행사나 정당 주최 행사는 의정활동 보장 차원서 국회 사무처가 관행적으로 묵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회 내 벌어진 사상 초유의 폭력집회라는 역사적 오명이 남겼다.

한일갈등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매개가 됐다. 문정부는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를 전격 발표했다. 아베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을 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방침을 발표한 후 문정부의 초강경 반격이었다.

지소미아 파기 발표 전후로 정치권에선 파기 찬반을 두고 친일·반일 프레임 전쟁이 계속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소미아 파기 반대를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집회를 열어 ‘친일매국정당 한국당 해체하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 서울 광화문광장서 조국 전 장관 퇴진 요구를 주장하며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정치권서도 지엽적인 공방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사케 논란’이 있다. 보수 야당은 이 대표가 일식당서 일본 술을 마셨다며 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사케가 아닌 국내산 청주인 '백화수복'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감히 매국이라고 했고,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나누며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이 대표가 일식당으로 달려가 사케를 마셨다고 한다”며 “국민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는 이 와중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 내부서조차 지금 한가롭게 ‘사케냐 청주냐’를 놓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립·분열…
언제까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서 민주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민주국익이 달린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여론의 몰매를 피하지 못했다.


‘노재팬 운동’(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크게 일었다. 친일과 매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불매운동 반대의 목소리도 계속 제기됐다. 노재팬 운동이 계속됨에 따라 결국 애꿎은 국내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제1호 사업으로 노재팬 간접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상태다.

올해 민심이 가장 크게 갈렸던 발화점은 단연 ‘조국 정국’이었다.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부터 사퇴까지 66일간 정치권은 ‘조국 공방’으로 완전 마비된 상태였다.

지난 8월 대표적인 친문인사인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및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계속해 제기되면서 검찰은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과 정부여당의 대립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국민들도 서초동과 광화문 둘로 갈려졌다. 서초동에서는 ‘내가 조국이다’ ‘윤석열 퇴진’ ‘검찰 개혁’을,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퇴진’과 ‘조국 구속’을 외쳤다.

조 장관은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법무부장관 취임 35일 만에 낙마했다. 조국 정국은 여당과 문정부의 지지도 하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인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여론 결과가 계속해 나타났지만 여당과 문정부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같이 죽자” 공멸로 가나
이분법에 매몰된 여의도

한국당은 이 기회를 틈타 두 달간 광화문서 장외집회를 이어가며 세를 불렸다. 특히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청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한국당은 ‘공정’을 앞세워 외연 확대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를 발판 삼아 검찰 개혁을 전면에 앞세워 조국 정국 돌파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 쪼개지면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몰두해 찬반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의 자진 사퇴까지 이를 이용하거나 묵인했다. 결국 정부여당과 검찰 및 야당의 대립구도가 심화되면서 민심이 사분오열돼고 국론이 갈래갈래 찢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 패스트트랙으로 대치 중인 여야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조국 정국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세대갈등’을 끌어올렸다. 조국 정국서 제기된 세대 담론은 586 세대로 지칭된 특정 세대에 집중됐다. 조 전 장관은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다. 도덕적 구설과 논란에 휩싸인 그를 주도적으로 옹호한 것도 청년층이 아닌 대부분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2016년의 촛불 집회 때와 달리 서초동 집회에선 청년보다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눈에 띈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학생운동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586세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을 민주화 성과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2030세대가 조국 정국서 실감한 것은 불평등과 계급적 박탈감이었다. 586세대와 청년층의 세대별 감수성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해결되지 않은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제도적 민주화가 정립된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선 ‘개혁’이라는 추상적 의제보다 본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 바라는
통합 정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공명조와 비슷한 것 같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을 토대로 다들 이분법적 원리주의자, 맹목적 이념 기계가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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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