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공명지조’ 2019 정치판

단 한 번도…협치는 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으로 극한 대립 끝에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다. 2019년은 어떤 해보다 계층·이념·세대의 대립이 선명했던 해다. 많은 이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던 한 해의 사건들을 <일요시사>가 톺아봤다.
 

<교수신문>은 한 해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정치권이 양극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도 모자라 국민들까지 분열돼버린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당정치의 탄생은 유권자들의 분열에 기반한다. 다만 분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 정치인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민심은 요동치고 다름에 대한 혐오만 확산될 뿐이다.

조국 정국
세대 갈등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촛불정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문정부가 출범하면서 ‘촛불 세력’으로 정치권은 채워졌다.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좌파정권’ ‘광주일고 정권’과 같은 용어로 이념몰이, 지역감정 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일상이 됐다.

2019년에 국민들이 분열된 발화지는 크게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지소미아 파기 ▲조국 정국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치권과 민심이 갈라졌다. 또 공정과 평등을 내세우는 진보세력의 대표주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와 2030청년들의 세대간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은 극우 세력인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의 침탈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초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선거법, 2대 악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태극기부대는 국회 앞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좌파 독재 막아내자”며 연일 구호를 외쳐댔다. 국회 사무처는 오전 10시쯤부터 국회 출입구를 봉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을 경내로 들어오게 해달라는 한국당의 항의로 인해 이들의 경내 진입을 허용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마당에 쏟아지면서 본청 계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날치기 공수처법 사법장악 저지하자” “날치기 선거법 좌파 의회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극우세력 등에 업고 대립 부추기는 꼴
지소미아 파기, 친·반일 프레임 전쟁

정의당은 규탄대회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선거제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정의당 당직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거나 “빨갱이 X” 과 같은 인격 모독적인 발언들을 들어야 했다.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는 “무방비 상태였던 40분 동안 당원들과 당직자들이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력에 노출됐다”며 “정의당 배너를 무너트리고 물건을 탈취하고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고 던지고 상스러운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들이 에워싼 이후에도 장장 8시간 동안 경찰분들 다리 사이, 얼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계속 퍼부었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 있던 의원들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욕을 하고 밀치는 과정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설훈 의원의 안경이 날아갔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시위대가 폭언을 퍼붓는 가운데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해야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SNS를 통해 ‘본청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달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지도부와 폭력을 행사한 집회 지지자들에 대해 고발조치한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회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폭력이 자유로 둔갑하고, 폭력배들의 집회가 정당행사로 포장되고, 집단폭력이 당원집회로 용인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폭력집회를 주최·선동하고, 집회 참가자의 폭력을 수수방관한 황교안 대표, 폭력에 동원된 무리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의원들에게 지시한 심재철 원내대표, 극우 보수단체들을 동원해 폭력사태를 유도, 방조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을 공모·공동정범 혐의 등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뜯어 말려도
모자랄 판에…

보수매체로 불리는 언론사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시위대 수천명 난입, 국회 온종일 아수라장’이란 제목으로, <중앙일보>는 ‘문희상 잡으러 가자, 한국당 지지자에 국회 정문 뚫렸다’는 극우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현행법상 국회에서는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정당 행사나 정당 주최 행사는 의정활동 보장 차원서 국회 사무처가 관행적으로 묵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회 내 벌어진 사상 초유의 폭력집회라는 역사적 오명이 남겼다.

한일갈등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매개가 됐다. 문정부는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를 전격 발표했다. 아베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을 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방침을 발표한 후 문정부의 초강경 반격이었다.

지소미아 파기 발표 전후로 정치권에선 파기 찬반을 두고 친일·반일 프레임 전쟁이 계속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소미아 파기 반대를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집회를 열어 ‘친일매국정당 한국당 해체하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 서울 광화문광장서 조국 전 장관 퇴진 요구를 주장하며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정치권서도 지엽적인 공방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사케 논란’이 있다. 보수 야당은 이 대표가 일식당서 일본 술을 마셨다며 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사케가 아닌 국내산 청주인 '백화수복'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감히 매국이라고 했고,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나누며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이 대표가 일식당으로 달려가 사케를 마셨다고 한다”며 “국민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는 이 와중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 내부서조차 지금 한가롭게 ‘사케냐 청주냐’를 놓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립·분열…
언제까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서 민주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민주국익이 달린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여론의 몰매를 피하지 못했다.

‘노재팬 운동’(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크게 일었다. 친일과 매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불매운동 반대의 목소리도 계속 제기됐다. 노재팬 운동이 계속됨에 따라 결국 애꿎은 국내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제1호 사업으로 노재팬 간접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상태다.

올해 민심이 가장 크게 갈렸던 발화점은 단연 ‘조국 정국’이었다.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부터 사퇴까지 66일간 정치권은 ‘조국 공방’으로 완전 마비된 상태였다.

지난 8월 대표적인 친문인사인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및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계속해 제기되면서 검찰은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과 정부여당의 대립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국민들도 서초동과 광화문 둘로 갈려졌다. 서초동에서는 ‘내가 조국이다’ ‘윤석열 퇴진’ ‘검찰 개혁’을,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퇴진’과 ‘조국 구속’을 외쳤다.

조 장관은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법무부장관 취임 35일 만에 낙마했다. 조국 정국은 여당과 문정부의 지지도 하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인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여론 결과가 계속해 나타났지만 여당과 문정부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같이 죽자” 공멸로 가나
이분법에 매몰된 여의도

한국당은 이 기회를 틈타 두 달간 광화문서 장외집회를 이어가며 세를 불렸다. 특히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청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한국당은 ‘공정’을 앞세워 외연 확대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를 발판 삼아 검찰 개혁을 전면에 앞세워 조국 정국 돌파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 쪼개지면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몰두해 찬반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의 자진 사퇴까지 이를 이용하거나 묵인했다. 결국 정부여당과 검찰 및 야당의 대립구도가 심화되면서 민심이 사분오열돼고 국론이 갈래갈래 찢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 패스트트랙으로 대치 중인 여야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조국 정국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세대갈등’을 끌어올렸다. 조국 정국서 제기된 세대 담론은 586 세대로 지칭된 특정 세대에 집중됐다. 조 전 장관은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다. 도덕적 구설과 논란에 휩싸인 그를 주도적으로 옹호한 것도 청년층이 아닌 대부분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2016년의 촛불 집회 때와 달리 서초동 집회에선 청년보다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눈에 띈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학생운동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586세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을 민주화 성과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2030세대가 조국 정국서 실감한 것은 불평등과 계급적 박탈감이었다. 586세대와 청년층의 세대별 감수성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해결되지 않은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제도적 민주화가 정립된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선 ‘개혁’이라는 추상적 의제보다 본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 바라는
통합 정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공명조와 비슷한 것 같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을 토대로 다들 이분법적 원리주의자, 맹목적 이념 기계가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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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