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공명지조’ 2019 정치판

단 한 번도…협치는 없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선정됐다.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으로 극한 대립 끝에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다. 2019년은 어떤 해보다 계층·이념·세대의 대립이 선명했던 해다. 많은 이들에게 생채기를 남겼던 한 해의 사건들을 <일요시사>가 톺아봤다.
 

<교수신문>은 한 해의 사회상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정치권이 양극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도 모자라 국민들까지 분열돼버린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당정치의 탄생은 유권자들의 분열에 기반한다. 다만 분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 정치인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민심은 요동치고 다름에 대한 혐오만 확산될 뿐이다.

조국 정국
세대 갈등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촛불정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문정부가 출범하면서 ‘촛불 세력’으로 정치권은 채워졌다.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좌파정권’ ‘광주일고 정권’과 같은 용어로 이념몰이, 지역감정 등을 조장하는 정치가 일상이 됐다.

2019년에 국민들이 분열된 발화지는 크게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지소미아 파기 ▲조국 정국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치권과 민심이 갈라졌다. 또 공정과 평등을 내세우는 진보세력의 대표주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와 2030청년들의 세대간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강경한 대여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은 극우 세력인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의 침탈로 아비규환이 됐다. 당초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선거법, 2대 악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태극기부대는 국회 앞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좌파 독재 막아내자”며 연일 구호를 외쳐댔다. 국회 사무처는 오전 10시쯤부터 국회 출입구를 봉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을 경내로 들어오게 해달라는 한국당의 항의로 인해 이들의 경내 진입을 허용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마당에 쏟아지면서 본청 계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날치기 공수처법 사법장악 저지하자” “날치기 선거법 좌파 의회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극우세력 등에 업고 대립 부추기는 꼴
지소미아 파기, 친·반일 프레임 전쟁

정의당은 규탄대회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선거제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 중이던 정의당 당직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거나 “빨갱이 X” 과 같은 인격 모독적인 발언들을 들어야 했다.

정의당 박예휘 부대표는 “무방비 상태였던 40분 동안 당원들과 당직자들이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력에 노출됐다”며 “정의당 배너를 무너트리고 물건을 탈취하고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고 던지고 상스러운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경찰들이 에워싼 이후에도 장장 8시간 동안 경찰분들 다리 사이, 얼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계속 퍼부었다”고 말했다.
 

국회 내에 있던 의원들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욕을 하고 밀치는 과정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설훈 의원의 안경이 날아갔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시위대가 폭언을 퍼붓는 가운데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해야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SNS를 통해 ‘본청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달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국당 지도부와 폭력을 행사한 집회 지지자들에 대해 고발조치한 상태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회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폭력이 자유로 둔갑하고, 폭력배들의 집회가 정당행사로 포장되고, 집단폭력이 당원집회로 용인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폭력집회를 주최·선동하고, 집회 참가자의 폭력을 수수방관한 황교안 대표, 폭력에 동원된 무리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우라고 의원들에게 지시한 심재철 원내대표, 극우 보수단체들을 동원해 폭력사태를 유도, 방조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을 공모·공동정범 혐의 등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뜯어 말려도
모자랄 판에…

보수매체로 불리는 언론사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시위대 수천명 난입, 국회 온종일 아수라장’이란 제목으로, <중앙일보>는 ‘문희상 잡으러 가자, 한국당 지지자에 국회 정문 뚫렸다’는 극우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현행법상 국회에서는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정당 행사나 정당 주최 행사는 의정활동 보장 차원서 국회 사무처가 관행적으로 묵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회 내 벌어진 사상 초유의 폭력집회라는 역사적 오명이 남겼다.

한일갈등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매개가 됐다. 문정부는 지난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를 전격 발표했다. 아베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을 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방침을 발표한 후 문정부의 초강경 반격이었다.

지소미아 파기 발표 전후로 정치권에선 파기 찬반을 두고 친일·반일 프레임 전쟁이 계속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소미아 파기 반대를 주장했다. 여당과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집회를 열어 ‘친일매국정당 한국당 해체하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 서울 광화문광장서 조국 전 장관 퇴진 요구를 주장하며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정치권서도 지엽적인 공방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사케 논란’이 있다. 보수 야당은 이 대표가 일식당서 일본 술을 마셨다며 공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사케가 아닌 국내산 청주인 '백화수복'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감히 매국이라고 했고,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나누며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이 대표가 일식당으로 달려가 사케를 마셨다고 한다”며 “국민은 가급적 일본산 맥주조차 찾지 않고 있는 이 와중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정치권 내부서조차 지금 한가롭게 ‘사케냐 청주냐’를 놓고 싸울 때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립·분열…
언제까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서 민주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민주국익이 달린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여론의 몰매를 피하지 못했다.


‘노재팬 운동’(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크게 일었다. 친일과 매국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불매운동 반대의 목소리도 계속 제기됐다. 노재팬 운동이 계속됨에 따라 결국 애꿎은 국내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제1호 사업으로 노재팬 간접 피해 소상공인 지원에 나선 상태다.

올해 민심이 가장 크게 갈렸던 발화점은 단연 ‘조국 정국’이었다.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부터 사퇴까지 66일간 정치권은 ‘조국 공방’으로 완전 마비된 상태였다.

지난 8월 대표적인 친문인사인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및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계속해 제기되면서 검찰은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과 정부여당의 대립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국민들도 서초동과 광화문 둘로 갈려졌다. 서초동에서는 ‘내가 조국이다’ ‘윤석열 퇴진’ ‘검찰 개혁’을,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퇴진’과 ‘조국 구속’을 외쳤다.

조 장관은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법무부장관 취임 35일 만에 낙마했다. 조국 정국은 여당과 문정부의 지지도 하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인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여론 결과가 계속해 나타났지만 여당과 문정부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같이 죽자” 공멸로 가나
이분법에 매몰된 여의도

한국당은 이 기회를 틈타 두 달간 광화문서 장외집회를 이어가며 세를 불렸다. 특히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은 청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한국당은 ‘공정’을 앞세워 외연 확대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민주당은 ‘서초동 집회’를 발판 삼아 검찰 개혁을 전면에 앞세워 조국 정국 돌파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 쪼개지면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몰두해 찬반 대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의 자진 사퇴까지 이를 이용하거나 묵인했다. 결국 정부여당과 검찰 및 야당의 대립구도가 심화되면서 민심이 사분오열돼고 국론이 갈래갈래 찢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 패스트트랙으로 대치 중인 여야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조국 정국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세대갈등’을 끌어올렸다. 조국 정국서 제기된 세대 담론은 586 세대로 지칭된 특정 세대에 집중됐다. 조 전 장관은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다. 도덕적 구설과 논란에 휩싸인 그를 주도적으로 옹호한 것도 청년층이 아닌 대부분 같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2016년의 촛불 집회 때와 달리 서초동 집회에선 청년보다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눈에 띈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학생운동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586세대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을 민주화 성과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2030세대가 조국 정국서 실감한 것은 불평등과 계급적 박탈감이었다. 586세대와 청년층의 세대별 감수성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해결되지 않은 간극이 드러난 셈이다.

제도적 민주화가 정립된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선 ‘개혁’이라는 추상적 의제보다 본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 바라는
통합 정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공명조와 비슷한 것 같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을 토대로 다들 이분법적 원리주의자, 맹목적 이념 기계가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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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