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02:18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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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마님이 세운 수상한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요즘 말 많고 탈 많은 SM그룹. 이번엔 SM그룹 뒤에 숨은 수상한 회사가 포착됐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이자 그룹 2대주주 김혜란 삼라 이사(<일요시사> 1241호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 참조)가 설립한 ‘K사’다. 실소유주, 매출, 사무실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요시사>가 한꺼풀씩 그 베일을 벗겨봤다.
 

K사는 2009년 1월 화물운송 중개, 대리 및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설립됐다. SM그룹 2대주주이자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개인회사였다. 설립 당시 김 이사는 자본금 1억원에 지분 100%로 K사를 세웠다. K사는 우오현 회장과 김 이사 사이서 태어난 장남 우기원 라도 대표이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회사?
자회사?

대표이사도 김 이사였다. K사 법인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김 이사는 ‘대표권 있는 사내이사’로 나타났다. 그는 K사를 설립할 당시 SM그룹의 지주사격인 삼라의 지분 15.00%를 보유한 3대 주주였다. 

김 이사가 K사 경영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10년경 한 협력업체가 SM그룹의 수수료 갑질을 견디다 못해 K사 대표이사였던 김 이사에게 호소문을 쓴 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협력업체 호소문은 다음과 같다. 

“김혜란 사장님 저는 현재 SM그룹 모 계열사에 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하청업체 사장입니다. 정말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렇게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우오현)회장님께 보내기는 그룹 총수로 계시는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가장 빨리 전달될 곳이 (김혜란)사장님이라 생각돼 보내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받으시고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의 얘기를 들어보시고 회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2012년도 김 이사는 돌연 K사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모든 등기임원직서 사임했다. 그가 왜 K사의 등기임원직서 물러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김 이사는 K사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김 이사가 사임한 시점으로 SM그룹과 K사는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다. 2012년 5월 김 이사가 등기이사직서 물러난 이후, 그해 8월 이씨가 K사 지분 100%를 인수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가 됐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여전히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서 포착됐다. 그동안 K사가 SM그룹 계열사로 보일만한 행적이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제도 개요 및 지정자료 작성 요령’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 범위는 주식 취득과 소유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 소유 관계로도 판단할 수 있다. 모기업 혹은 총수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계열사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을 다섯 가지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K사 실체는? 사실혼 배우자가 설립
그룹 계열 같이 명함·회사간판 만들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를, 대기업 총수가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K사는 지배적인 영향력 판단 기준 다섯 가지 중 최소 네 가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당해 회사가 동일인(대기업 총수)의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인정될 수 있는 영업상의 표시행위를 하는 등 사회 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 회사 = K사는 대외적으로 SM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K사 임원 A씨 명함에는 ‘SM KOOOOOOO’로 표기돼있다. 명함에 나타난 ‘SM’의 로고는 SM그룹이 사용하는 CI였다. 현재 K사는 이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요시사>가 입수한 명함을 2013년 초반까지만 사용했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명예사단장으로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우오현 회장의 친 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1월4일 <일요시사>는 K사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일신빌딩을 찾았다. K사 사무실 입간판에는 SM KOOOOOOO라고 돼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일요시사>가 K사 사무실 재방문했을 때는 입간판이 사라진 상태였다. 

2010년 5월 우 회장의 친여동생이자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인 우현의씨가 <매경이코노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우씨의 인터뷰 사진 뒷배경을 보면 ‘SM KOOOOOOO’ 간판이 있다.  K사 사무실서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씨는 당시 SM그룹 계열사인 경남티앤디 사장이었다.  

우씨는 최근 논란이 된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30사단 장병 사열식’을 기획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의 명예사단장 사열식에 우씨도 참석했다. 또 우씨도 지난해 육군 1사단 명예사단장에 위촉돼 열병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도 
함께 쓴다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 관련자를 통해 당해 회사의 조직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 = K사는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가 설립한 회사였다. 2012년 K사와 관련된 모든 등기이사직서 사임하면서 SM그룹과 사실상 무관한 회사가 됐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한몸’처럼 움직였다. 두 회사는 총 3번의 사무실 이전을 했는데, 매번 같은 사무실을 함께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되는 특수관계사다. 현재 우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이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기도 하다.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설립 초창기 두 회사 사무실 주소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381-16 KCC엠파이어리버 208호였다. 

2011년 K사가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한미동맹친선협회도 해당 사무실로 이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두 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부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까지 사무실 주소가 서울 여의도동 17-9 잠사회관 403호였다. 

현재도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두 회사의 사무실 주소는 여의동 15-15 일신빌딩 3층이다. 실제로 사무실 입구에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간판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룹·TNS
“관련 없다”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와 인사(임·직원) 교류가 있는 회사 = SM그룹을 비롯해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는 인사교류가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K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 이사는 현재 SM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이다. 김 이사는 대한해운·경남티앤디·동아건설산업·삼라산업개발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외에도 2006과 2007년부터 현재까지 SM그룹 계열사 우방산업의 감사며, 삼라마이다스 사내이사다.

K사 임원 A씨가 SM그룹과 특수관계사인 한미동맹친선협회 사무총장인 것으로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직함이 표기돼있다. 이 명함에는 K사와 한미동맹친선협회 홈페이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 정관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반사무를 총괄하고 사무를 관장한다. 실제로 A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실무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미동맹친선협회의 2015년도 사업실적보고서의 작성자가 A씨였다.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해 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자산·용역 등의 거래를 하거나 채무보증 관계가 있는 회사 =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SM그룹의 일감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K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9년 6월 SM그룹 물류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28일 SM그룹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SM그룹이 우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 이사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SM그룹과 K사 사이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여전히 SM그룹과 K사 사이 거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로 K사는 설립 초창기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일으켰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K사 연간 매출은 ▲2009년 17억원 ▲2010년 30억원 ▲2011년 33억원  ▲2012년 59억원 ▲2013년 120억원 ▲2014년 140억원 ▲2015년 70억원 ▲2016년 50억원 ▲2017년 60억원 ▲2018년 50억원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동생 운영 협회 
‘한몸’처럼 움직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3조 중 단 하나라도 부합할 경우 반드시 계열사로 신고·편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K사가 SM그룹의 위장 계열사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위장 계열사란 실제로는 계열사지만 외견상 계열관계가 아닌 것처럼 은닉된 회사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상 위장 계열사는 불법이다.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들이 위장 계열사를 불공정 거래와 부정한 돈세탁, 비자금 마련, 세금 면탈,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위법성 있는 계열사’나 위장 계열사로 판정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앞서 2016년 공정위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를 위해 설립한 회사를 롯데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역시 법적인 부부가 아니다. 두 사람이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씨 회사가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결과 두 사람이 법적인 부부가 아니지만 사실상 특수관계인이며, 경영권, 인사권 행사 등 롯데그룹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위장 계열사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서씨 회사를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조치했다. 

신 총괄회장은 1심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롯데그룹은 서씨 회사 계열사 편입 조치에 반발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서 승소한 상태다.

SM그룹과 K사는 두 회사가 ‘무관한 회사’라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 <일요시사>는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관계자와 직접 만났다. SM그룹 관계자는 “K사와 SM그룹은 전혀 관련이 없다. SM그룹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제대로 된 반론을 듣기 위해 SM그룹 법무팀 임원에게도 여러 차례 통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관계 없다고?
영향력 여전

K사 관계자는 “과거 김 이사가 설립했던 건 맞지만, 지금은 SM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 SM그룹 명함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 협력사 차원서 SM그룹 명함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K사 직원이 한미동맹친선협회 일을 한 것에 대해)오래 전부터 봉사 차원서 협회 일을 해왔다. 협회 쪽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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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