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하늘에서 그리는 정몽규 회장의 야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9 10:52:20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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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신화 이어 색동날개 펼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의 집념이 빛을 봤다. 정 회장이 통큰 배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거머쥐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현대산업개발과 M&A 귀재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한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선친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꿈 실현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갔다.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일으킨 주인공이다.

“반드시 
 필요했다”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정 회장의 집념을 꼽는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의 재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회사”라며 입찰 금액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인수가격으로 약 2조5000억원을 제시, 1조7000억원을 써낸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압도했다. 이는 재계가 예측했던 입찰가인 1조5000억∼2조원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금액이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재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정 회장은 “항공산업이 현대산업개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브랜드 제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년 이상 지켜온 아시아나항공의 ‘날개’ 마크도 교체될 예정이다. 2006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창립 60년을 맞아 ‘윙(날개)’을 형상화한 그룹 통합 CI를 도입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로고도 통합 CI로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 큰 베팅’ 경쟁사보다 1조 더 써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통합 CI 소유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상표권 계약을 맺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상표권 사용료는 월별 연결매출액의 0.2%로, 월 단위로 사용료를 지급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4월에도 금호산업과 상표사용 계약을 체결해 사용기한은 내년 4월30일까지며, 올해 상표사용액은 총 143억6700만원이다.

HDC그룹은 곧바로 새 브랜드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HDC그룹은 별도의 이미지 로고 없이 붉은 색의 ‘HDC’ 글자를 그룹 CI로 사용하고 있다. 항공기를 비롯한 모든 물품서 로고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실제 적용은 내년 초는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바뀌지만 ‘아시아나항공’ 사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그간 좋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왔기 때문에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이름을 바꿀 생각은 없다“며 ”HDC와 양쪽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이렇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것은, 건설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호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원래 현대자동차에서 핵심 경력을 쌓았다.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만 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아버지 고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의 운전대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서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받게 됐다. 2005년 선친이 타계한 이듬해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정 회장은 대우자동차 인수 후보에 오르내리거나 인터넷 자동차 판매업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진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빌리티 그룹
드디어 구축

이후 정 회장은 건설업에 매진해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10대 건설사로 성장시키며 기반을 닦았다. 단순 도급사업뿐 아니라 자체개발사업 비중도 늘려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주목했다.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HDC아이파크몰을 운영하며 유통업계에 진출했고,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한솔그룹의 오크밸리(현 HDC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여기서 쌓은 넉넉한 자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게 됐다. HDC는 2018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을 1조3500억원 보유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4%로, 대형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이다.

정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비건설업종에서 틀이 갖춰진 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기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항공업 2위로, 지난해 7조1800억원의 매출을 거둬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항공산업에 진출할 경우 대한항공이 항공기 부품 제조업과 해운, 물류업체까지 거느리는 것처럼 연관 산업의 진출이 용이해진다.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을 기반으로 유통이나 레저 업종에 진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고, 그만큼 성과를 낼 확률도 높아진다.

범 현대가 
지원 사격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도 껑충 뛰었다. 2018년 현재 33위서 18위 정도로 올라가게 된다. 2018년 현재 계열사 총자산(10조600억원)에다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8조1900억원을 더하면 18조8000억원가량이 되는데, 이는 17위 LS(22조600억원)와 18위 대림(18조원) 사이가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하는 대기업집단 순위는 계열사 자산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의 아시아나항공 자산 규모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계열사 별도 합산의 경우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자잘한 계열사 자산을 합쳐도 LS를 자산순위서 제칠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현대산업개발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BBB-에 그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자산과 부채 덩치가 크기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입찰 과정서 5조원 이상의 자금 증빙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기존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댈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라는 풀이다.


범 현대가의 지원사격도 예정돼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인수전 초기부터 오너 일가 모임 때 조언을 구하고, 인수전 막판에는 범 현대가 여러 그룹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및 물류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향서(LOI)를 받아 매각 측에 제출했다.

재계순위 33위→18위 도약 기회
‘포니정’ DNA로…선친 숙원 풀어

정 회장은 1962년 1월14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박영자씨의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촌이다. 이외 정몽진 KCC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과 사촌관계다.

부인 김나영씨와 슬하에 준선씨와 원선씨, 운선씨 등 3남을 뒀다. 부인은 김성두 전 대한화재보험 사장의 딸로 연세대 수학과를 나왔다. 정 회장의 장남인 준선씨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서 박사과정을 마친 인공지능 (AI)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대자동차에 대리로 입사해 현대자동차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경영권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아버지 정세영 회장과 함께 현대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옮겼고 회장을 맡았다.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건설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고 현대산업개발을 시공능력 평가서 최고 4위까지 오르는 종합건설사로 키웠다. 건설업계 최초로 건축물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디자인경영을 도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서울’과 용산에 있는 패션전문 백화점 ‘현대 아이파크몰’이 그의 작품이다.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

정 회장은 축구광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유학시절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울산 현대 사택에 살았던 시절 이웃이었던 차범근 전 울산현대 축구단 감독과 인연을 시작으로 축구계에 발을 들였다. K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전 총재, 현 대한축구협회 회장,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 동아시아 축구 연맹 회장, 아시아 축구 연맹(AFC) 부회장 겸 심판위원장, 부산 아이파크구단주다. 프로축구단 전북 현대 모터스, 울산 현대 호랑이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덕분에 K리그서 3개팀의 구단주를 역임한 유일한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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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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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