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3대 사다리’ 수시·로스쿨·의전원의 이면

개천서? 윗물이 맑아야 용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려운 환경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을 가리켜 개천서 용 났다고 했다. 개천에 살던 많은 이무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용이 되길 꿈꿨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타고 오를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 사법고시 폐지 반대 중인 시민단체

2015년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 1위는 ‘금수저’였다. 대한민국 홍보연합동아리 ‘생존경쟁’서 대학생 2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응답자의 31%가 금수저를 올해의 신조어로 꼽았다. 흙수저와 대비되는 개념인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사회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풍자한 단어다.

금·흙수저
수저계급론

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주는 능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2015년 전후로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수준이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실제 사례가 터져 나오면서 수저계급론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자조 섞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실제 서울대 입학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류근관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에 발표한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 논문에 따르면 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타고난 잠재력 차이만으로는 소득 차이에 따른 구별 입학률을 설명할 수 없다. 합격률 차이의 8090%는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으로 설명된다일부 계층, 학교, 지역에 서울대 합격자가 쏠리는 것은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도 개인의 능력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과거에 비해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2030대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서 나온 특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입시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교육과 병역 문제는 ‘국민들의 역린’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민감한 분야로 손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장미대선을 거쳐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과 함께 공정사회를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제기
‘교육문제’ 국민 역린 건드려

실제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도 문 대통령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토대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라며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현재 법무부장관 후보자 타이틀을 달고 있는 조국 전 수석의 딸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기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조 전 수석의 딸을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조씨의 딸이 한영외고 시절 2주가량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 나온 의학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또 고려대 입학 전형 과정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서 인턴십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 실적을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했는지 여부,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논문에 기여를 했는지 여부, 당시 조씨의 소속 문제까지 총체적인 의혹이 나오면서 조 전 수석의 명쾌한 해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수석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씨가 논문의 1저자라는 내용은 (자소서에)적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정사회
외쳤지만…

조씨가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한 스펙은 화려한 수준이다. 1저자로 이름을 올려 문제된 논문부터 물리학회 수상, 국제 조류학회 참가 등 광범위한 부분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다수의 보통 학생들이 만들기 어려운 스펙이기에 부모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큰 인기를 누렸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현실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br>

<스카이캐슬>은 스카이캐슬에 살고 있는 상류층 학부모들이 자녀를 일류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일류대 의대 진학을 위한 맞춤형 스펙을 만들기 위해 시험지 유출, 협박 등의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사회 국민모임) 대표는 조 전 수석은 위법성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꼼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조 전 수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은 시스템의 문제서 접근해야 한다조 전 수석 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된 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을 만든 이 대표는 수시 축소 및 폐지를 원하는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공정사회 국민모임을 결성했다. 공정사회 국민모임은 현행 수시 제도를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등을 현대판 음서제로 보고, 개선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시와 관련된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시의 핵심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종은 학교 시험으로 결정되는 내신과 동아리·봉사·교내 수상경력·진로 활동 등 비교과 부분,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을 다각도로 평가하자는 취지서 도입됐다. 학종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폐해 드러나도
오히려 늘어나

드라마 <스카이캐슬>서 처럼 입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했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첨삭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교내 수상경력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밀어주거나 교사가 학생의 백일장 작품을 써주는 등의 문제들이 불거졌다. 대학교수들이 친한 교수의 자녀들을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등 논문 품앗이의혹이 나왔다.

급기야 광주에선 학부모가 돈을 주고 시험지 유출을 사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숙명여고서도 아버지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숙명여고 사태를 정점으로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 외부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보고서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대학 수시도 워낙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많은 부모들 입장에선 깜깜이라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반칙·특권과 비리 부정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국민들,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입전형서 수시모집 비율은 2019학년 76.2%, 2020학년 77.3%, 2021학년 77% 8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2021학년도 대입 전형유형별 모집 비중을 살펴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학종 비율은 24.8%에 달한다. 지난해 공론화위서 학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오히려 전년도보다 0.3포인트 늘었다.

부모 경제수준에 수저색 달라져
정부 평등·공정·정의 가치 무색

문제는 수시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각서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로스쿨과 의전원도 다양한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위한 3년 과정의 전문 법과대학원으로 2009년 노무현정부 시절 도입됐다. 로스쿨 도입 전까지는 사법고시를 통과해야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 낭인의 양산, 배타적인 기수 문화 등의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사시 폐지 움직임이 일었고 2017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관문이 로스쿨로 일원화됐다.

로스쿨은 도입 당시부터 높은 학비, 불분명한 입학 구조 등의 부작용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입학 과정서의 불공정 논란은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변시 낭인(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오탈자(5회 제한에 걸려 변호사 시험 기회를 잃은 로스쿨 졸업생)의 증가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의전원은 조 전 수석의 딸 논란으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을 입학하는 과정서 따른 전형을 보면 정량평가보다는 면접 등 정성평가가 당락에 미친 영향이 크다.

조 전 수석은 조씨가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MEET 성적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씨의 입학 전형과정서 MEET 점수의 반영도는 0점이었다. 당락과는 무관했던 셈이다.

기득권 전유물
바뀔 수 있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정유라에 대한 분노가 조국 딸에 대한 분노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좌불안석인 여야 정치인, 한국사회 소위 지도자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라며 기득권 집착에는 여야가 없고, 청부, 졸부가 따로 놀지 않는다.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분노해야 할 곳은 조국 사건에 대한 1회성 분노가 아닌 변칙 입학, 변칙 출세해 변칙 사회를 만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제도개혁 요구에 대한 분노이고 혁신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기사 속 기사>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인터뷰
현대판 음서제 바꾸기 쉽지 않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앞서 사법고시 폐지를 반대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사시가 폐지된 후에는 대학 입시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비판적인 학부모들과 연대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학종이 기득권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하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이 시끄럽다

조국 딸 논란의 본질은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수시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즉 꼼수를 사용해 자기 자식을 특권층으로 만드는 세습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조국이 특히 더 논란이 되는 것은 딸을 명문대로 진학시킨 이후 의전원까지 보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다.

-수시와 로스쿨, 의전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시제도와 로스쿨, 의전원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점에서 결이 같다.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재력과 정보력으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변화는 요원하다.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분노는 하지만 행동할 동력은 없다. 대입제도가 변화한다고 해서 당장 혜택을 보거나 피해를 보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조국 논란에 대해 화는 낼지언정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자고 나서진 않는다.

두 번째로는 언론서 조국 논란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도 본질을 보도하진 않는다. 조국과 관련된 사안만 열심히 보도할 뿐 어떤 문제로 인해 지금 사태까지 왔는지에 대한 보도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수시나 로스쿨, 의전원 제도는 기득권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조국만 날리면 될 뿐 제도까지 바꿀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현대판 음서제의 흐름은 정말 바꾸기 쉽지 않다.

-정말 바꿀 방법은 없나

현재 교육제도는 누더기에 가깝다. 바꾸려면 위에서부터 한 번에 바꿔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의식과 신념이 있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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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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