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3대 사다리’ 수시·로스쿨·의전원의 이면

개천서? 윗물이 맑아야 용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려운 환경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을 가리켜 개천서 용 났다고 했다. 개천에 살던 많은 이무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용이 되길 꿈꿨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타고 오를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 사법고시 폐지 반대 중인 시민단체

2015년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 1위는 ‘금수저’였다. 대한민국 홍보연합동아리 ‘생존경쟁’서 대학생 2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응답자의 31%가 금수저를 올해의 신조어로 꼽았다. 흙수저와 대비되는 개념인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사회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풍자한 단어다.

금·흙수저
수저계급론

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주는 능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2015년 전후로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수준이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실제 사례가 터져 나오면서 수저계급론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자조 섞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실제 서울대 입학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류근관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에 발표한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 논문에 따르면 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타고난 잠재력 차이만으로는 소득 차이에 따른 구별 입학률을 설명할 수 없다. 합격률 차이의 8090%는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으로 설명된다일부 계층, 학교, 지역에 서울대 합격자가 쏠리는 것은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도 개인의 능력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과거에 비해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2030대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서 나온 특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입시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교육과 병역 문제는 ‘국민들의 역린’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민감한 분야로 손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장미대선을 거쳐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과 함께 공정사회를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제기
‘교육문제’ 국민 역린 건드려

실제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도 문 대통령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토대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라며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현재 법무부장관 후보자 타이틀을 달고 있는 조국 전 수석의 딸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기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조 전 수석의 딸을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조씨의 딸이 한영외고 시절 2주가량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 나온 의학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또 고려대 입학 전형 과정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서 인턴십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 실적을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했는지 여부,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논문에 기여를 했는지 여부, 당시 조씨의 소속 문제까지 총체적인 의혹이 나오면서 조 전 수석의 명쾌한 해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수석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씨가 논문의 1저자라는 내용은 (자소서에)적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정사회
외쳤지만…

조씨가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한 스펙은 화려한 수준이다. 1저자로 이름을 올려 문제된 논문부터 물리학회 수상, 국제 조류학회 참가 등 광범위한 부분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다수의 보통 학생들이 만들기 어려운 스펙이기에 부모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큰 인기를 누렸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현실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br>

<스카이캐슬>은 스카이캐슬에 살고 있는 상류층 학부모들이 자녀를 일류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일류대 의대 진학을 위한 맞춤형 스펙을 만들기 위해 시험지 유출, 협박 등의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사회 국민모임) 대표는 조 전 수석은 위법성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꼼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조 전 수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은 시스템의 문제서 접근해야 한다조 전 수석 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된 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을 만든 이 대표는 수시 축소 및 폐지를 원하는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공정사회 국민모임을 결성했다. 공정사회 국민모임은 현행 수시 제도를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등을 현대판 음서제로 보고, 개선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시와 관련된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시의 핵심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종은 학교 시험으로 결정되는 내신과 동아리·봉사·교내 수상경력·진로 활동 등 비교과 부분,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을 다각도로 평가하자는 취지서 도입됐다. 학종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폐해 드러나도
오히려 늘어나

드라마 <스카이캐슬>서 처럼 입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했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첨삭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교내 수상경력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밀어주거나 교사가 학생의 백일장 작품을 써주는 등의 문제들이 불거졌다. 대학교수들이 친한 교수의 자녀들을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등 논문 품앗이의혹이 나왔다.

급기야 광주에선 학부모가 돈을 주고 시험지 유출을 사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숙명여고서도 아버지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숙명여고 사태를 정점으로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 외부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보고서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대학 수시도 워낙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많은 부모들 입장에선 깜깜이라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반칙·특권과 비리 부정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국민들,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입전형서 수시모집 비율은 2019학년 76.2%, 2020학년 77.3%, 2021학년 77% 8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2021학년도 대입 전형유형별 모집 비중을 살펴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학종 비율은 24.8%에 달한다. 지난해 공론화위서 학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오히려 전년도보다 0.3포인트 늘었다.

부모 경제수준에 수저색 달라져
정부 평등·공정·정의 가치 무색

문제는 수시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각서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로스쿨과 의전원도 다양한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위한 3년 과정의 전문 법과대학원으로 2009년 노무현정부 시절 도입됐다. 로스쿨 도입 전까지는 사법고시를 통과해야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 낭인의 양산, 배타적인 기수 문화 등의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사시 폐지 움직임이 일었고 2017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관문이 로스쿨로 일원화됐다.

로스쿨은 도입 당시부터 높은 학비, 불분명한 입학 구조 등의 부작용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입학 과정서의 불공정 논란은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변시 낭인(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오탈자(5회 제한에 걸려 변호사 시험 기회를 잃은 로스쿨 졸업생)의 증가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의전원은 조 전 수석의 딸 논란으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을 입학하는 과정서 따른 전형을 보면 정량평가보다는 면접 등 정성평가가 당락에 미친 영향이 크다.

조 전 수석은 조씨가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MEET 성적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씨의 입학 전형과정서 MEET 점수의 반영도는 0점이었다. 당락과는 무관했던 셈이다.

기득권 전유물
바뀔 수 있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정유라에 대한 분노가 조국 딸에 대한 분노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좌불안석인 여야 정치인, 한국사회 소위 지도자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라며 기득권 집착에는 여야가 없고, 청부, 졸부가 따로 놀지 않는다.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분노해야 할 곳은 조국 사건에 대한 1회성 분노가 아닌 변칙 입학, 변칙 출세해 변칙 사회를 만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제도개혁 요구에 대한 분노이고 혁신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기사 속 기사>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인터뷰
현대판 음서제 바꾸기 쉽지 않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앞서 사법고시 폐지를 반대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사시가 폐지된 후에는 대학 입시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비판적인 학부모들과 연대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학종이 기득권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하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이 시끄럽다

조국 딸 논란의 본질은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수시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즉 꼼수를 사용해 자기 자식을 특권층으로 만드는 세습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조국이 특히 더 논란이 되는 것은 딸을 명문대로 진학시킨 이후 의전원까지 보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다.

-수시와 로스쿨, 의전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시제도와 로스쿨, 의전원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점에서 결이 같다.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재력과 정보력으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변화는 요원하다.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분노는 하지만 행동할 동력은 없다. 대입제도가 변화한다고 해서 당장 혜택을 보거나 피해를 보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조국 논란에 대해 화는 낼지언정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자고 나서진 않는다.

두 번째로는 언론서 조국 논란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도 본질을 보도하진 않는다. 조국과 관련된 사안만 열심히 보도할 뿐 어떤 문제로 인해 지금 사태까지 왔는지에 대한 보도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수시나 로스쿨, 의전원 제도는 기득권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조국만 날리면 될 뿐 제도까지 바꿀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현대판 음서제의 흐름은 정말 바꾸기 쉽지 않다.

-정말 바꿀 방법은 없나

현재 교육제도는 누더기에 가깝다. 바꾸려면 위에서부터 한 번에 바꿔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의식과 신념이 있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