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유명무실 금연구역
‘국회는 지금…’ 유명무실 금연구역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06.11 14:05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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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골초 출몰지대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국회는 전 구역이 금연구역이다. 물론 국회 내에 있는 도로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본청 오른쪽 출입구, 의원회관 1층 출입구 앞 등 지정된 구역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과연 국회의 비흡연 구역에서는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나도 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이 국회 보좌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대 국회보다 19대 국회가 심했고, 19대 국회보다 18대 국회가 심했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19대 때까지만 해도 영감님(국회의원을 부르는 보좌진의 은어)이 의원실서 담배를 그냥 태웠다”고 회상했다. 의원 전용 재떨이도 있었을 정도다.

다른 보좌진은 난감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하루는 국회로 복귀했더니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담뱃불을 붙였는데 의원님이 들어오시더라. 슬며시 담배를 내려서 껐지만, 냄새는 안 없어졌다. 크게 별말은 없으셨는데, 그 다음부터 의원님 눈치가 보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의원이 기자들에게 맞담배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응하면 의원은 재떨이를 내온다. 보통은 재떨이를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도록 서랍 속에 고이 숨겨둔다.

요즘 들어서는 몇몇 의원실을 제외하고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뷰하러 의원실에 들어가 봐도 담배 특유의 퀴퀴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가까운 보좌진에게 물어봐도 “들리는 얘기로는 몇 몇 의원이 아직 의원실 내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화장실이나 비상계단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자담배는 물론이고 가끔 연초담배를 태운 냄새가 화장실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흡연은 흡연구역서만’ ‘제발 여기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주세요’ 등 금연을 당부하는 문구도 아무 소용이 없다.

국회서도 전자담배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가끔 국회 본청 복도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흡연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에 비해 향이 약할 것이라는 추측은 안일한 생각이다. 오죽했으면 당직자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이 ‘전자담배도 담배입니다. 복도서 피우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벽에 붙여 놨을까.

계단·복도·화장실서 상습적으로
꽁초 버리기 예사, 청소는 어쩌나

비흡연자들의 피해 사례는 넘쳐난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아침에 비상계단으로 이동하면 바닥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담뱃재는 물론이고 바닥에 침을 뱉어놓은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경향은 밖이 춥거나 더울 때인 여름과 겨울에 특히 심하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6층서도 흡연실 내에서만 담배를 폈으면 좋겠다. 업무상 그 곳을 지날 때가 많은데,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숨을 참고 지나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국회 의원회관 6층과 10층의 야외에는 흡연실을 따로 설치해놨다. 그러나 흡연실에 들어가지 않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보좌진들이 대다수다.

국회 보좌진만 주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국회는 외부 방문객이 많다. 정부 부처 관계자도 국회를 자주 방문한다. 이들이 비흡연구역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회관 1층 수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보니 정부 부처 사람들이었다. 꽁초를 잔디에 버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모 행정부의 차관이 국회 내 도로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례도 있다.

비흡연자들도 고충이 크지만,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고충도 그에 못지 않다. 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청소하는 일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한 비흡연 의원실 보좌진은 “청소 아주머니들이 무슨 죄인가. 적당히 하면 말도 안 한다. 집에서도 그러고, 다른 사람이 치워주는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사무처는 “흡연 장소 외에는 금연을 해달라”며 안내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으나 이를 귓등으로 듣는 사람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면서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의 첫 번째로 ‘국회의 청사’를 지정했다.

줄담배

8항에선 “누구든지 규정에 따라 지정된 금연구역서 흡연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동법 제34조 3항에 의거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