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여의도 술 문화 에피소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31:56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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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제조법도 물려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여의도는 술 문화의 정수가 모이는 곳이다. 좋은 술 문화, 나쁜 술 문화를 가리지 않는다. 여의도 사람들의 나이, 성별, 직군, 계층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술의 장인

5년 전만 해도 여의도에선 폭탄주가 대세였다. 의원실 보좌진과의 술자리에는 ‘폭탄주 제조의 장인’이 있기 마련이다. 황금 비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술잔을 가져간 장인은 소주와 맥주로 정성스레 폭탄주를 제조한다.

정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장인의 취향과 경험이 정량을 결정한다. 한 술자리서 장인은 폭탄주 한 모금을 정량으로 잡았다.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소주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율로 타야지 목 넘김에 좋다”는 것이 그 장인의 지론이었다.

소위 ‘꿀주’를 선호하는 장인도 있다. 99%의 소주에 1%의 맥주를 더하는 식이다. 빛깔이 황금색이라서 꿀주다. 맛도 꿀처럼 달다고 하는데, 보통의 소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장인은 제조법을 사사받는다. 보통 자신이 처음 일했던 의원실 보좌진 중 한 명이 스승이다. “18대 때 OOO 의원실 김보(김씨 성을 가진 보좌관의 줄임말)로부터 배웠다. 그 사람에게 배운 제자가 국회에 많다”는 식이다. 의원실 입사 후 첫 회식자리서 사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장인은 제조뿐 아니라 분배도 담당한다. 술잔이 비면 장인은 잔을 수거해간다.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제조를 하고 원래의 자리로 술잔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한잔합시다”라는 말과 함께 ‘짠’.

문득 많은 보좌진들이 폭탄주를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해진 적이 있다. 그래서 술자리 도중에 물어봤다. 2016년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 사람들은 왜 폭탄주를 좋아하는 거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당시 함께 술잔을 비우던 보좌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빨리 취하고 빨리 집에 가야지.”
 

여의도에는 ‘신데렐라’가 많다.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이 마지노선이다. 체감상 자차를 이용하는 보좌진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보좌진의 비율이 비등하다. 저녁에 술자리가 있으면 차를 놓고 출근하는 보좌진도 있다. 잦은 술자리만큼이나 대리비와 택시비도 부담이다.

보좌진·당직자와의 술자리는 예상치 못한 일로 파장이 날 때가 있다. 국회의원 또는 상급자의 급한 업무지시가 원인이다. 일대일로 술을 마시던 모 의원실 보좌진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으로 복귀했다. 

모 정당의 당직자는 전화 한 통을 받고 “잊고 있던 서면준비가 있었다”며 급하게 중앙당사로 복귀했다. 앞사람에게 집중하면서 돌발상황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여의도에서는 중요하다. 

주량도 능력? 끝까지 긴장
마당발이면…선후배 소환도


여의도서 주량은 ‘능력’으로 통한다. 페이스를 놓치지 않으면서 상대방보다 덜 취해야 한다. 혹시 술에 취해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좌진들은 기자와의 술자리서 실수를 경계한다.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자라면 더욱 조심하게 된다고. 그래서 “술자리가 끝난 후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하는 보좌진을 더러 볼 수 있다. ‘툭’하고 긴장의 끈이 풀려서다. 이 때문에 기자와의 술자리를 가지지 않는 보좌진도 상당수 있다.

안주를 결정하는 일은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이다. 취향의 영역이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보통은 ‘종목’을 먼저 결정한다. 한식, 중식, 일식 또는 고기, 회, 찜, 탕 중 그날 어떤 것이 당기는지 고르는 식이다. 

종목을 고르면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여의도서 해당 종목을 가장 잘하는 집을 가면 된다. 연예인 이영자씨의 ‘맛지도’처럼 엑셀로 정성스레 정리된 여의도 맛지도가 존재한다.

의원과의 술자리는 보좌진·당직자와의 그것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격식이 차려진 느낌이 크다. 그런 성향의 의원들과만 술을 마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자유한국당의 모 의원은 동네 큰형님처럼 격식 없이 분위기를 리드한다고 한다. 마시는 사람과의 친밀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사료된다.

여의도 술자리에서는 생각보다 일 얘기가 자주 오간다. 정보 교환이라는 원래 목적이 충실히 이뤄지는 셈이다. 연결고리가 국회뿐이라면 얘기의 주제는 거의 대부분 일 얘기로 흘러간다. 보좌진과 당직자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요즘 뭐 취재하고 있어요?” “이번 주 무슨 기사 썼어요?” 등이다. 이는 기자들끼리의 술자리서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여의도 술자리도 생물처럼 다변화한다. 세 명이서 시작한 술자리는 어느새 네 명, 다섯 명으로 늘어난다. ‘여의도 마당발’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근처에 있던 선배, 후배들을 소환한다. 분위기는 갑자기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로 변한다. 

변호도…

2017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대여섯 명이서 시작한 술자리는 몇 시간이 지나자 열 명 이상으로 늘었다.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어갔다. 그때 모 의원실 보좌진이 한마디 꺼냈다. “우리 영감(모시는 국회의원을 일컫는 여의도 은어)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욕을 많이 먹지만, 자기 사람 잘 챙깁니다. 언론서 이미지를 워낙 비호감으로 끌고 가서….” 때로 술자리는 자신이 모시는 의원을 변호하는 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와 연태고량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같은 당 손학규 대표가 단식투쟁 결정 직전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음주 유세’ 의혹이 제기된 직후다.

앞서 바미당 임헌경 전 사무부총장과 노영관 부대변인은 4·3보궐선거 당시 이 최고위원이 술을 마시고 유세 차량에 올라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서 “이런 식으로 앞뒤 잘라서 인신공격할 것 같으면 나도 (손)대표님께서 나랑 연태고량주 드시고 음주상태로 긴급 의총에 가서 단식 결의하신 일이 없는지 대표직을 걸고 답하시라고 물어보면 된다”고 반격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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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테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성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