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일당백 대관의 세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23:08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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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고의 ‘을’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제하의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오간다. 국회 일을 업으로 삼는 보좌진들과 공무원은 물론이고, 기자와 각종 행사 방문객들이 하루에도 수천명씩 국회를 드나든다. 이 중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국회의 동향을 살피는 이들을 통칭해 국회에서는 ‘대관’이라고 부른다.

무슨 일?

대관이 하는 일은 주로 정보 수집이다. 그들은 보좌진이나 기자들과 만나 정보를 얻는다. 자신의 기업과 관련된 정보라면 금상첨화다. 또는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이나 공청회 등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사건이 터졌을 때는 회사서 곧바로 국회로 달려와 상황을 파악하는 일도 대관의 몫이다. 

대관이 특히 바쁜 시기가 있다. 바로 국정감사(이하 국감) 때다. 자신이 다니는 기업의 오너가 국감장에 소환될지 아닐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는 각 상임위별로 정보를 수집하는 대관의 분주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감의 증인 채택 여부를 미리 알아낸다고 해서 증인 여하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관들의 중론이다. 한 대관은 지난 국감을 회상하며 “미리 알아낼 뿐 국회가 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주로 진보당에서 사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든 영향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회는 크게 세 개의 건물로 돼있다. 본청, 의원회관, 도서관이 그것이다. 대관은 주로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바로 의원회관이다. 의원회관은 300명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이 일하는 곳이다. 대관은 이곳에서 보좌진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보좌진을 찾아 의원실을 방문해야 하지만, 대관은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없다. 대관의 여러 애로사항 중 하나가 바로 출입증이다. 대관은 국회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작성, 당일밖에 사용할 수 없는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국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문증을 작성할 때는 어느 의원실을 방문할지도 적어야 한다. 그러면 안내데스크에서는 직접 해당 의원실로 전화해 실제 방문 약속을 잡았는지를 확인한다. 국회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까지 절차는 꽤나 촘촘하다.

만약 친한 보좌진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기 쉽다. 미리 전화해서 “국회에 들어가려는데 너희 의원실로 적을게”라고 하면 된다. 그러나 이제 막 국회를 드나들기 시작해 이러한 부탁을 하기 힘든 대관은 사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

정보 수집하러 여의도 출근
로비창구? 예전보다 투명해

과정이 번거로워서였을까. 지난 2월 한 대관이 모 의원실 소속 입법보조원 자격으로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더욱이 출입증을 발급받은 대관이 해당 의원의 아들임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주요 업무가 정보수집이다 보니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하다. 기존의 대관이 부서이동을 하게 됐을 때 새롭게 대관팀으로 발령이 난 후배에게 자신이 알고 지내던 보좌진과 기자를 연결시켜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관의 주량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이다. 평일 저녁 국회 앞 술집은 보좌진 내지는 기자를 ‘모시기’ 위한 대관들의 예약으로 만원을 이룬다.


최근 모 기업은 대관팀을 신설했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이 기업서 대관팀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선배가 없는 해당 기업의 대관은 초반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대관은 <일요시사>에 “의원실로 무작정 찾아가봤자 소용없다. 인사 차 의원실에 들어가면 대부분 ‘이 사람이 왜 왔지’라는 반응이다. 특별한 건이 없으면 오히려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회는 영업사원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국회에서 대관은 ‘을 중의 을’이다. 이는 대관들이 겪는 또 하나의 애로사항이다. 부등호로 표현하면 ‘기자 > 보좌진 > 대관’ 순이라는 것이 대관들의 중론이다. 한 대관은 <일요시사>를 통해 “우리는 정보를 받아가는 쪽이고 기자와 보좌진은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다. 어느 곳이든지 정보가 곧 권력이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항상 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런 부등호 관계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관들 중에는 오랜 시간 국회에 일했던 보좌진 출신들이 다수 존재한다. 기업서 이러한 사람들을 대관으로 뽑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사람이 오랜 시간 다져놓은 인적 네트워크 때문이다.

국회서 인적 네트워크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다른 의원실로 옮길 때도, 전직을 할 때도,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때도 평소에 친했던 사람에게 부탁해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친분은 자그마한 연결고리서 시작한다. 국회서 학교·출신 지역·군대는 물론, 하다 못해 비서관·비서이던 시절 어떤 보좌관을 모셨는지를 따지는 이유다. 보좌진일 때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대관이 됐을 때 큰 자산이 된다. 

대관은 보좌진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의원실서 근무하는 친구나 후배가 있다면 부탁은 한결 수월해진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대관을 여러 기업에서 데려가려고 해 경쟁이 붙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좌진 출신

대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대관=로비’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관이 로비창구로 의심받는 일은 종종 발생해왔다. 기업 홍보물품을 보좌진들에게 선물하는 일은 국회서 흔한 광경이다. 그러나 대관들은 비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향상으로 대관업무가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관은 “만약 회사 차원서 로비를 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그 회사는 망하게 될 것”이라며 “요즘 누가 그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로비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로비창구’ 대관의 한계

예전보다 대관업무가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전관 내지는 정치인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정부에 대한 로비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3월 국회서 열린 제38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관들과 정치인들의 정부에 대한 로비창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가 일부 대기업에게는 정관계의 로비창구로 대관업무를 맡기는 자리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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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