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뿔난 한국당 보좌진,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0:44:12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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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쉬고 싶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의원은 국민들의 투표로 뽑힌다. 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국회에서 정치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회서 일어나는 일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는 지금’이라는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를 연상시킨다. 대여투쟁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의지는 한국당 창당 이래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는 등 무력행사도 불사하고 있다. 

왜 주말에…

최근 국회에선 “무모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 25일 “요 며칠 아사리판이 따로 없었다”며 “막말은 기본이고 욕설까지 나왔다”고 토로했다.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됐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자신의 의원실을 빠져나오는 과정서 취재진과 서로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고, 간간이 욕설도 터져나왔다.

한국당 내부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한국당 소속 의원을 모시는 보좌진에게서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당의 한 의원실 보좌진은 “이게(사보임) 이렇게까지 갈 일인가 싶다”며 “결국 여당도 야당도 밥그릇 때문인데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국당 지도부는 장외투쟁도 불사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도부가 27일 오후 12시30분부터 16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한국당 관계자 전원이 집결해줄 것을 알리는 단체문자를 입수했다. 

2주 연속 주말 장외투쟁이다. 앞서 지난 20일 한국당은 같은 장소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를 펼쳤다. <일요시사>가 지난 19일 입수한 해당 집회 안내문에 따르면, 한국당 보좌진 전원이 참석대상에 포함돼있다. 복장도 상·하의·소품 중 1개 이상 빨강 계열 색상을 착용하도록 적시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이은 주말 소환에 한국당 보좌진들의 입에서는 비명이 새나왔다.

한 보좌진은 알림 문자를 받은 지난 23일 “한국당 보좌진은 주말·가족·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 모두 강탈당하고 있다”며 “자기 식구도 못 챙기는 상황서 누구를 위한 대여투쟁인가”라고 성토했다.

보좌진들이 주말 소환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비단 쉬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집회 현장서 보좌진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이 모시는 의원을 신경 써야 하는데, 변동성이 높은 집회 현장서 의원이 어떤 지시를 내릴지 쉽사리 예상하기 힘들다. 비서관이나 비서라면 상급자인 보좌관도 신경 써야 한다.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회에는 당원 및 지지자들도 참석하곤 하는데 이들을 챙기는 것도 보좌진의 몫이다. 집회에 참석했던 한 보좌진은 “지역서 사람들이 올라오면 그 사람들을 우리가 다 케어(관리)해야 한다. 수십명을 케어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진다. 사람이 많아서 통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없다. 혹시 섭섭함이라도 느껴서 지역서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의원님에게 치명타”라고 하소연했다.

토요일마다 전원 소환에 한숨
의원·당원·지지자들 관리도


집회 현장서 보좌진이 당원 및 지지자들을 관리하는 일은 비단 한국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보좌진은 “이것을 한국당만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대여투쟁할 때는 더불어민주당도 정의당도 다 그렇다. 국회의 악습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말 집회는 황교안 체제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한국당을 이끌었을 때도 주말 집회는 종종 있어왔다. 차이라면 황교안 체제가 토요일 소환이고, 홍준표 체제가 일요일 소환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28일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에게 단체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댓글공작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히 맞서고자 합니다. 의원님 및 의원실 보좌진 전원 참여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문자가 전송된 다음 날인 29일 일요일 오후 3시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는 ‘민주당원 댓글공작 규탄 및 특검 촉구 대회’가 열렸다.
 

▲ 지난 25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문희상 의장이 패스스트랙 법안 접수를 위해 경호권을 발동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당직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21일 똑같은 내용의 소환 문자가 발송된 바 있다. 댓글공작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히 맞서고자 하니 22일(역시 일요일) 오후 3시까지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 전원이 해당 장소로 모여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날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다. 그러나 국회 본관 앞 계단은 소환된 의원과 보좌진으로 만원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우산과 우비로 비를 피했다. 이 자리서 참석자들은 드루킹 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당시에도 주말 소환을 당한 보좌진들의 원성은 자자했다. 한 보좌진은 “(한국당) 지지자들 인원 동원이 안 되니 보좌진을 모아서 난리”라며 “우리끼리 집회를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보좌진은 “보좌진 대부분이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며 “평소에도 야근으로 가족한테 소홀하다는 말을 듣는데, 요즘에는 일요일에도 나가야 해서 (가족들에게)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가족은?

불참에 따른 불이익은 없을까. 명시적인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 보좌진의 공통된 전언이다. 다만 눈치가 보이고, 참석자들에게 미안해서 불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주말 소환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털어놓고 말하기는 힘들다. 자칫 낙인이라도 찍히면 앞으로의 보좌진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시는 의원이 해고 통보를 하면 당장 다음 날부터 실직자가 되는 처지에 직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심상정 막아선 한국당 보좌진 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설전을 주고받았다. 지난 25일, 국회 본관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회의실에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 전 대표는 회의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측 국회의원·보좌진을 뚫고 회의실에 입장하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한국당 보좌진들은 심 전 대표를 둘러싸고는 “독재 타도” “헌법 수호” “2중대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기에 나 원내대표까지 합세해 항의하자 심 전 대표는 “보좌진들을 앞에 세우고 뒤에서 뭐래”라며 응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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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